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 가동했던 비상경제 회의를 12년 만에 부활시켜 19일 첫 회의를 갖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글로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실물경제 위축과 금융시장 패닉으로 이어지면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며 비상경제 회의를 직접 꺼냈다.



문 대통령이 주재할 이번 회의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자리를 잃거나 생계가 막막한 취약 계층 지원, 일시적 매출 감소에 따른 자금난으로 부도 위기에 봉착한 기업의 버팀목이 될 만한 대책들이 최우선으로 논의돼야 한다. 아울러 수요 급감으로 침체에 빠진 경기를 지탱하고 하루하루 살기가 힘든 취약계층의 생계를 지원하는 방안으로 재난 기본소득도 검토해 볼 만하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가 잇따라 제안하면서 불이 붙었고, 강원도는 소상공인·실직자 30만명에게 40만원씩을 주기로 했으며, 전주시는 실업자와 비정규직 5만여명에게 52만7천원을 지급한다.



해외에서도 재난 기본소득 논쟁이 거세다. 파격적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로 천문학적인 돈 풀기에 나섰지만, 금융시장의 심리적 불안을 잠재우지 못한 미국에서도 국민들에게 1천달러씩 나눠주자는 주장이 터져 나오고 있다. 공화당 밋 롬니 상원의원,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 등 정계와 학계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앞다퉈 주장하고 나서자 트럼프 행정부도 이를 받아들일 태세다.



재난 기본소득 효과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된다면 우리도 비상경제 회의에서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조건 없는 보편성과 개별성을 강조하는 기본소득 개념 때문에 거부감이 있을 수 있으나 지금 시점에서 이름에 얽매일 것은 없다. 재원 조달의 방법과 범위, 정확한 타깃을 설정해 여러 형태의 재난 수당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비상경제 시국에는 검토하지 못할 성역이 없다.

호남신문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