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우려가 현실로 바뀌었다. 그동안 신중한 입장을 보여온 세계보건기구(WHO)가 마침내 “팬데믹 위협이 매우 현실화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세계적으로 무려 100개국에서 환자가 10만 명을 넘어서고 확산세가 멈추진 않는 상황을 지켜보며 더는 팬데믹 선언을 유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WHO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모든 국가는 코로나19를 통제하고 억제하기 위한 종합적인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각국에 경고했다. 미국의 대표적 보도전문 채널인 CNN도 현재 상황을 팬데믹으로 규정했다. 많은 전염병 학자들과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세계가 이미 팬데믹 상태에 들어갔다고 앞다퉈 진단하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전문가들 지적처럼 WHO의 팬데믹 선언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은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8만명과 3천명을 넘어섰고, 우리나라도 10일 0시 기준 확진자는 7천513명이며 사망자도 54명에 달한다. 다행히 중국의 진정세가 확연하고 한국에서도 확산세가 완화하는 양상이지만,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려보면 전 세계적 감염 확산은 매우 심각하다.



국내 상황도 여전히 불안하다. 바이러스 확산에서 사실상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난 신천지 교회 상황이 안정되는 등 대구·경북 확진자 증가세는 누그러지고 있으나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병원과 노인요양시설, 다중이용시설에서 환자가 속출하는 등 지역사회 감염이 계속되고 있다.



마침내 팬데믹 상황을 맞은 만큼 방역당국은 그에 맞춰 탄력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집단감염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제거하고 해외로부터의 바이러스 재유입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신천지를 통한 대규모 확산세를 어렵게 잡아가고 있는 마당에 또다시 바이러스가 국내로 들어와 그동안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호남신문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