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중국에서 건너온 ‘우한 폐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우리나라 여행객의 입국에 문을 걸어 잠그는 국가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1일 오전 기준 한국발 방문객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검역을 강화한 국가와 지역은 전날보다 2곳 늘어난 78곳에 달했다. 최근 며칠 새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매일 500명 안팎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봇물처럼 쏟아져나오면서 우리나라의 환자 수가 중국 다음으로 많아졌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외국 정부를 상대로 우리의 범정부적 방역 노력을 설명하며 시정을 요구했다지만 한국을 기피하는 나라들은 크게 늘고 있다. 지난달 29일 인천에서 승객 40명을 태우고 하노이로 가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의 긴급 회항은 국제사회의 이런 경계심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베트남 당국은 하노이 공항에 이어 호찌민 공항에도 한국발 여객기 착륙을 불허하는 등 초강경 태세다.



문제는 한국 내 확진자 숫자 증가 추세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현 추세라면 이번 주 초반 5천명 선마저 뚫고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비례해 한국인 입국 제한·금지 국가도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걱정이다. 국내 우한폐렴 확산세가 확실히 잡히기 전까지는 우리 국민의 발이 묶여 오도 가도 못하거나, 설령 나간다고 해도 현지에서 14일 이상 강제 격리되는 불편함과 자존감 훼손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한폐렴의 발원지인 중국에서마저 한국인의 입국을 거부하거나 강제 격리하는 자치성이 12곳으로 늘어났으며, 한국과 밀접한 미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미 국무부는 자국민의 대구지역 여행을 금지했다. 또한 한국 전체에 대해 여행제한 최고단계인 ‘여행 재고’를 유지하고 있으며, 여차하면 한국발 입국 금지와 같은 추가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약 미국이 한국인 입국금지를 단행하면 유럽과 미주의 다른 국가들도 연쇄적으로 한국에 빗장을 걸 수 있다.



도대체 한국 외교부는 이 지경에 이르도록 무엇을 했는지 한심할 따름이다.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자국민 보호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할 것이다.

호남신문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