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남구(구청장 김병내)가 ‘코로나19 광풍’으로 어수선한 틈에 구청장 측근 인사를 슬며시 과장급 간부 공무원으로 특별채용했다가 들통나 시민사회단체의 비판 성명이 이어지고 있으나 인사권은 구청장의 권한이라며 꿈쩍도 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더구나 이들은 불과 한 달 전 4·15총선을 앞두고 모 예비후보를 돕기 위해 공직에서 사퇴했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자 직제에도 없던 자리를 급조해 다시 사무관(5급) 상당 간부공무원으로 특별채용하면서 공직사회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24일 참여자치21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에 따르면 광주 남구는 최근 5급(사무관) 상당의 임기제 공무원인 정책보좌관과 홍보기획보좌관에 김병내 구청장의 측근 두 명을 앉혔다.



남구는 이들을 채용하기 위해 지난 19일 ‘광주시 남구 행정기구설치 조례 시행규칙’을 바꾸고, 곧바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두 명의 충원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이어 하루만에 면접을 실시하고, 이튿날 최종 임명을 확정하는 등 단 사흘만에 속전속결로 채용을 마무리했다.



이들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현 구청장의 선거캠프에 있었던 자들로 김병내 청장이 취임하면서 대외협력관(5급)과 기획실 주무관(6급)으로 특별 채용되어 공무원으로 재직해왔었다. 그러다 최근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선 모 예비후보를 돕기 위해 한 달 전 공직을 사퇴하고 선거캠프에 들어갔었는데 해당 후보자가 갑자기 불출마를 선언하고 선거캠프를 해산시켰고, 두 사람의 입지도 난감해졌다.



이에 남구는 갈 곳이 없어진 이들을 다시 공무원으로 채용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시도했다. 하지만 의회의 제동으로 조례 변경이 어려워지자 ‘전문 임기제 공무원 특별채용’이라는 꼼수를 만들었다. ‘전문 임기제 공무원 특별채용’은 의회의 승인이 없어도 가능하고, 별도의 공고절차 없이 내부적으로 은밀하게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황당한 사실이 알려지자 참여자치21은 논평을 내고 “김병내 청장은 한 달 전 퇴직한 임기제 공무원을 다시 채용하기 위해 절차를 무리하게 밟으면서 최소한의 상식마저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참여자치21은 “선출직 공무원이 자신의 임기동안 정치적 신념을 같이하는 선거 캠프 인사를 재량껏 임용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겠으나 불과 한 달 전에 국회의원 예비후보를 돕기 위해 사직한 이들을 다시 채용하는 것은 재량권을 넘어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례는 부도덕하고 부적절한 인사행정이 분명하다”며 “공직 인사를 둘러싼 채용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몹시 나쁜 재임용 선례”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김 청장은 법과 규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시민들이 납득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사행정을 실천하고 재임용을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광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성명서를 통해 “선거에서 중립을 지켜야 할 단체장이 최측근을 특정 후보 선거캠프에 내보내고 다시 채용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광주 경실련은 “총선 예비후보를 돕기 위해 사표를 낸 인사를 한 달 만에 재임용한 것은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며 “만약 이번 일이 용인된다면 다른 단체장에게도 나쁜 선례를 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시민들도 “5급 사무관에 임용되려면 고시를 통과해야 하는데 구청장 측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채용이 반복되는 행태를 보면서 ‘불공정 사회’의 현주소를 보는 것같아 씁슬하다”면서 “자신의 측근들이 여의도행 불발로 백수가 되자 다시 간부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것은 구청을 사조직이나 다름없이 여기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시민들은 “지역민들을 위한 현안 처리에는 최소 몇 달씩 걸리는 남구청이 김병내 구청장의 측근을 챙기는데는 불과 사흘만에 일사천리로 끝내는 모습을 보면서 공직사회가 얼마나 썩었는지 실감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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