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애 이런 일이 있으리라，한국영화가 콧대 높은 아카데미를 정복하리라 생각한 이는 과연 몇이나 됐을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 등 4개부문을 석권해 한국영화 101년만에 새역사를 썼다.

'기생충'의 쾌거는 설마 설마했던 일이다. 이는 태극전사의 월드컵 4강, 김연아와 박태환이 꿈으로 여겨졌던 피겨스케이팅과 수영에서 각각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것 이상가는 대단한 업적이다.

2002월드컵서 한국 축구 대표팀이 4강을 차지한 일은 지금 생각해도 기적 그 자체였다. 그 때나 지금이나 한국축구는 이란과 더불어 아시아를 양분하고 있지만 세계수준과는 격차가 있었다. 당시 한국이 16강에 올랐을 때 외신들은 주최국 이점을 톡톡히 누렸다며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의 독려속에 태극전사들이 16강서 이탈리아(2-1승), 8강서 스페인(승부차기 5-3승)을 격파하고 4강에 진출하자 내로라 하는 국제축구 전문가들은 ˝놀랍다˝는 말만 되풀이 했을 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꿈은 이뤄진다´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우리 역시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정도였다.

피겨스케이팅과 수영 올림픽 금메달은 한국 스포츠가 도저히 넘지 못할 산으로 보였다. 기술과 훈련으로 따라 잡을 수 없는 체격 조건이라는 생물학적 장벽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2008년 이전까지 정설로 여겨졌다.

2008베이징 하계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박태환은 3분41초86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나란히 레이스를 펼친 장린(중국ㆍ190㎝), 라슨 젠슨(미국ㆍ185㎝)은 박태환(183㎝)보다 키도 컸고 팔길이도 월등했지만 박태환의 힘을 이기지 못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올림픽 금메달은 충격적 사건이다. 피겨, 특히 여자 피겨는 러시아 등 동구권의 독무대였다. 팔 다리가 긴 유전적 요소, 수백년이 넘는 안무역사, 심사위원 장악력 등 다른 대륙이 감히 넘보지 못할 철의 장벽을 치고 있었다. 겨우 미국 정도가 국력을 바탕으로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을 정도.

이런 가운데 김연아는 2010밴쿠버 동계올림픽을 통해 피겨 여자싱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냥 금메달이 아니라 총점 228.56으로 은메달리스트(아사다 마오 205.50점)와 동메달리스트(조애니 로세트 202.64)를 압도한 완벽한 1등이이었다. 김연아는 음악과 안무 소화능력, 스케이팅 기술 모두 당대 세계최고였고 팔 다리도 서구체형처럼 길쭉 길쭉해 미적 평가에서도 호평을 이끌어 냈다.

봉준호 감독과 영화 '기생충'이 우리에게 던진 물음은 ˝꿈을 믿습니까˝가 아니라 ˝꿈은 곧 현실이다, 꿈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는가˝다. 이에 따라 우리는 제2의 봉준호, '기생충', 김연아, 박태환, '어게인 2002'를 목표로 지금 당장 길을 떠나야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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