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영화인들의 꿈인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과 최고 영예인 작품상까지 받았다. 1919년 김도산 감독의 ‘의리적 구토’로 시작된 한국 영화 101년 역사에 큰 획을 그었으며, 올해로 92년을 맞은 아카데미 역사도 새로 썼다. 외국 영화가 갖는 자막의 장벽과 백인 위주 할리우드의 오랜 배타성을 극복하고 아시아계 영화로 기념비적 성과를 올렸다.



‘기생충’은 반지하에 사는 가난한 가족과 호화주택에 사는 부자 가족의 대립 구도를 토대로 빈부 격차와 계급 갈등, 인간에 대한 예의와 같은 보편적인 주제를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다뤘다. ‘기생충’의 성공은 이 영화가 표방하는 주제와 정서가 세계인들에게 공감을 얻은 결과다.



‘기생충’의 쾌거는 아카데미상의 여러 기록을 갈아치웠다. 외국어 영화로서 처음 작품상을 받았으며, 프랑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 트로피를 동시에 거머쥔 것은 역대 두 번째로 65년 만이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은 작품성과 예술성을 높이 평가하는 유럽 영화제에 이어 대중성을 중시하는 할리우드까지 접수하며 명실상부한 최고의 영화로 인정받았다.



감독상 최종 후보에 올라 마틴 스코세이지, 쿠엔틴 타란티노 등 세계적 명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사실 만으로도 감격했던 봉 감독은 이들을 모두 제치고 감독상을 받았다. 아시아계 감독이 감독상을 받은 것은 대만 출신 리안 감독 이후 봉 감독이 두 번째다. 봉 감독과 한진원 작가는 각본상을 차지했다. 역시 아시아계로는 처음이다.



‘기생충’의 세계 각종 영화제 수상 실적은 눈이 부실 정도다. 모두 57개 해외영화제에 초청받아 55개 주요 영화상을 휩쓸었고, 마침내 아카데미 4관왕에 올랐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 영화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아지고 한국 영화가 한층 더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호남신문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