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결국 광주에서도 확진환자가 발생해 지역 보건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정부와 보건당국은 대응방안에 오락가락하면서 범정부 차원의 대책들이 과연 치밀하게 조율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동안의 사례에서 보듯 부처간 원활한 소통을 통해 정책을 조율하고 이를 신뢰성 있는 메시지로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국가 위기관리시스템에 일부 허점이 노출됐다. 국가 위기 때 컨트롤타워를 둘러싼 논란이 생긴 것도 이런 이유다.



감염병 위기 경보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된 뒤 질병관리본부의 중앙방역대책본부와는 별도로 보건복지부에 중앙사고수습본부가, 국무총리실에도 상황관리실이 만들어지면서 오히려 부처간 대책 조율과 대국민 메시지를 관리하는데 혼선이 생기는 모습이다. 지금이라도 방역에 관한 과학적·기술적 판단은 모두 질병관리본부에 맡기고 정책 결정의 최종 책임을 지는 청와대는 정제된 메시지를 내보내는 식으로 대응 체계를 잡아야 할 것이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질병 자체뿐 아니라 불안·공포도 극복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와의 전쟁은 전문가 집단이 모여있는 질병관리본부가, 공포와의 전쟁은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를 맡아야 한다.



재난에 정치가 개입하면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수없이 목격한 경험칙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최근 중국인 입국 금지, 한국 체류 중국인 관광객 본국 송환과 같은 초강경 대응을 주장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위기를 정쟁화하고 이를 통해 당파적 이해득실을 따지면 일을 그르치기에 십상이다.

부실대응보다는 과잉대응이, 늑장대응보다는 선제대응이 낫다지만, 최선은 적기에 맞춰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다. 길게 봐서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호남신문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