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신당 창당을 선언했던 안철수 전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당의 노선과 비전 등을 발표했다. 새해 벽두 귀국과 함께 정치 재개를 선언했던 그가 일각에서 전망했던대로 신당 창당에 속도늘 내는 모습이다.



과거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한참 뜸을 들이던 그가 이번에는 과감하게 일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속을 들여다보면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 일정에 쫓겨 서두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이른바 ‘안철수 정당’은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그가 지난 2012년 정계에 입문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설사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유학했던 기간까지 포함해도 2년에 한 번씩 정당을 만들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민간기업의 오너 출신이라서 그런지 그저 벤처기업을 만들듯이 정당을 만들고, 필요하면 다른 당과 합치며, 또 가치가 줄었다고 여기면 가차없이 버리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정계에 발을 들여놓을 당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 개발자라는 특이한 이력을 앞세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가 처음 국민에게 했던 말은 “백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약속이었음을 상기할 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씁쓸하다.



더구나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을 만들어 녹색바람을 일으키며 호남 의석을 사실상 석권하다시피했던 4년 전을 생각하면 배신감을 토로하는 국민들도 많다는 점에서 부끄럽고 안타깝다.



그는 여야 거대 정당을 모두 비판하고 탈(脫) 이념을 앞세워 제3지대 정당을 만들겠다고 한다. 특히 그는 귀국 직후 첫 행선지로 광주를 방문할 때만 하더라도 ‘호남 지지세 회복’에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정작 신당 계획을 발표할 땐 탈(脫) 지역을 강조하고 있다.



호남보단 비(非)호남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겠으나 믿음을 저버린 정치가 얼마나 갈 지 두고 볼 일이다.

호남신문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