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시절 반장 후보로 나온 친구가 반 친구들에게 햄버거를 사준 적이 있었다. 과거 회장선거나 반장선거를 생각해보면 선거에 나온 친구가 반 친구들에게 무언가를 사줬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회장이나 반장에 당선되기 위해서 후보자가 반 친구들에게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가 처음 경험했던 초등학생의 선거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왔었다.

성인이 된 지금은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한층 성숙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자금, 정치후원금에 대한 인식 또한 다양화 되었다. 하지만, 뉴스나 영화에서 대부분의 정치자금이 부정적 이미지로 표현되기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가 소액 다수의 정치자금 후원문화에 대해 열심히 홍보해도 일반 유권자는 본능적으로 정치자금 후원에 거부감을 가지기 쉽다.

2008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민주당에는 최초 흑인대통령 후보자가 있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다. 당시 후보자였던 오바마는 풍부한 선거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의 정치자금은 그가 부자여서도, 불법적인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해서도 아니었다. 그는 상당히 많은 정치후원금을 기부 받았는데 그 중 200달러 미만의 소액 후원자는 전체의 4분에 1 달했다고 한다. 게다가 그에게 기부한 400만 명이 넘는 기부자들 중에 3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일반 유권자들의 소액 다수의 정치자금 후원문화 덕분에 오바마는 풍부한 정치자금을 통해 다수의 미국 국민들에게 자신의 정치 철학, 공약 등을 홍보할 수 있었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렇게 미국의 유권자들은 투표 외에도 정치후원금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지지를 표출하고 있다. 미국의 소액 다수의 정치자금 후원문화는 소위 금수저라고 불리는 기득권 집단만 정계에 입문하고 정치인이 되는 것을 방지하고 다수의 서민들이 정치후원금을 기부하면서 서민 지향적이고 깨끗한 정치문화 발전에 큰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나라 유권자들의 정치후원금에 대한 인식이 천천히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정치자금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위해를 끼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위에 예시와 같이 소액 다수의 정치자금 후원문화는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치후원금 프로세스는 과거에 비해 많이 다양해지고 간편해졌다. 정치자금 후원은 정치후원금센터(http://www.give.go.kr)에서 신용카드, 신용카드 포인트, 계좌이체, 휴대전화 결제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나 페이코와 같은 간편 결제시스템을 이용해서 정치후원금을 기부할 수 있다. 더불어 정치후원금을 기부한 경우 연말정산 시 최대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를, 1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은 각계각층의 많은 국민들이 함께 이루어낸 값진 성과이다. 우리가 과거에 1인 1표의 권리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투표해봤자 바뀌는 건 하나도 없다고 치부해버렸다면 현재의 우리나라는 없었을 것이다. 이젠 정치후원금 차례다. 오바마가 모두에게 훌륭한 대통령은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대통령이었을 것이다. 오바마에게 정치후원금이 모이지 않았다면 미국 최초의 흑인대통령은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학교에서 ‘1시간만 더 공부하면 미래 배우자가 더 훌륭하게 바뀐다’는 급훈을 본적이 있다. 우리가 소액의 정치후원금을 기부하는 문화가 조금씩 정착된다면 우리나라의 정치 문화도 점진적으로 더 훌륭하게 변화할 거라고 확신한다.



구례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주무관 이석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