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하는 행위가 39년이 되도록 이어지고 있다.

왜곡에 대한 처벌을 가능하게 하는 법 제정이 지지부진한 사이 보수성향 단체는 항쟁의 현장에서 집회를 계획하기에 이르렀다.

13일 광주 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보수단체가 제39주년 5·18 기념일인 18일 항쟁의 중심지였던 금남로와 국립5·18민주묘지 등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통보했다.

단체는 300여명의 회원이 참석해 '5·18 유공자 명단 공개' 등을 요구한 뒤 현수막을 들고 행진까지 벌일 예정이다.

집회를 계획한 곳은 5·18 최후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이며 열사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해마다 5·18의 뜻을 기리는 전야제와 넋을 위로하는 추모식이 열린다.

온라인 등에서 활발했던 5·18 왜곡이 항쟁의 중심지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방치한 것에 대해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역사 왜곡은 이명박 정부 당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 등에 머물렀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노골화 됐다.

종편은 '북한 공작원 설'을 사실인 것처럼 포장했으며 일베 등은 열사의 시신을 '택배' '홍어' 등으로 폄훼했다.

공무원 교재에 5·18의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기념식에 참석한 5·18 유족 등이 스스로 일어나 불러야 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정권이 바뀐 이후 노래는 지난 2017년부터 다시 제창되고 있지만 5·18에 대한 폄훼는 더욱 노골화 됐다.

전두환 부인 이순자씨는 새해 시작과 동시에 한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왜 저분(전두환씨)에게 시련을 주시는지"라면서 "광주에 내려와서 1980년대에 일어난 이야기를 증언해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코미디이다"고 발언해 5월 유족의 분노를 샀다.

군사평론가 지만원씨는 지난 2월8일 자유한국당의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이 주최한 국회 공청회를 통해 5·18 북한 개입설을 또 다시 주장했다.

지난 3월11일에는 치매를 주장하며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던 전씨가 멀쩡한 모습으로 광주법원에 출석했지만 사과는 하지 않고 기자들의 질문에 "왜 이래"라는 말을 남겼고 법정에서는 조는 모습을 보여 국민 분노를 일으켰다.

보수단체는 전씨의 행동에 대해 초등학생들이 비판하자 항의 기자회견까지 했다. 이후 보수단체는 자유한국당이 주장하고 있는 '5·18 유공자 공개' 등을 요구하며 광주에서 집회를 열며 민심을 자극했다.

특히 지난해 2월 여야 합의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돼 진실 규명에 한걸음 더 다가설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여야가 싸우는 사이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5·18을 부인·비방·왜곡·날조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한 자에게 7년 이하의 징역,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는 '5·18 왜곡 처벌법안'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39주기 기념식 전까지 처리한다고 합의했지만 논의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춘식 5·18유족회장은 "자유한국당의 현재 모습은 5·18을 이용해 보수층을 끌어모으기 위한 작전인 것 같다"며 "하지만 제삿날까지 침범하는 것은 정상적인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물리적 충돌이지만 도를 넘을 경우 묵과하지 않겠다"며 "보수단체의 몰상식한 행동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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