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긴장감이 감도는 최전방 GOP(일반전초) 대대에도 '꿀맛'같은 휴식은 있다.

지난 13일 오후 방문한 경기도 연천 육군 제25보병사단 상승대대 병영 생활관에는 일과 후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휴식을 하고 있는 장병들을 만날 수 있었다. 25사단은 휴대전화 사용 시범 부대다.

국방부는 오는 4월부터 모든 병사들이 개인 휴대전화를 부대 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전 부대에 시범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3개월가량 시범 운영이 끝나면 이르면 오는 7월께부터 병사 휴대전화 사용이 완전히 정착될 예정이다.

장병들은 이날 일과가 끝난 뒤 에어컨과 공기 청정기가 설치된 생활관에서 스마트폰으로 가족·친구들과 연락하거나 삼삼오오 모여앉아 영어 공부를 하기도 했다. 몇몇은 일찍부터 막사 앞 코트에서 농구를 하며 체력단련을 하고 있었다.

기자가 군 생활하던 시절, 일과가 끝나면 오래된 장기판을 꺼내 장기를 두거나 탁구를 치거나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던 시간은 이제 세상과 소통하고 관심사를 공부하고 개인 여가를 즐기는 시간으로 탈바꿈한 듯 했다.

선임병들만 독점(?)하던 TV도 이제는 문제될 게 없었다. 몇몇은 이어폰을 꽂고 개인 침상에서 자유롭게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었다.

이날 만난 상승대대 장병들은 스마트폰 사용으로 군 생활의 만족감이 높아졌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특히 휴대전화를 이용해 세상과 소통하면서 힘든 군 생활에 여유를 되찾고, 다양하게 자기계발에 활용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김선진(22) 상병은 "부모님과 거의 매일 통화한다며, 카카오톡 등 다른 메신저를 쓸 수 있어 많이 편해졌다"며 "일과 시간 이후에 계속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고 주말에도 주고받을 수 있어서 (휴가 때) 약속 잡기도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상병은 "한국사에 관심이 많아 유튜브로 강의를 찾아보고 있다"며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영화 감상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장병들은 생활관 가운데 놓인 테이블에 앉아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영어 공부를 함께 하기도 했다. 양시현(22) 일병은 "유튜브에서 대표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미드'(미국 드라마)를 보면서 회화 공부를 하고 있다"며 "지금은 (스마트폰을) 보면서 운동을 하기도 한다. 전문적인 것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게 좋다"고 말했다.

양 일병은 사용하는 요금제에 대해서는 "시범 부대로 적용되면서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찾아보다가 휴대폰 사용 시간에만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선택해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양 일병 외에도 대부분 장병들이 휴대전화로 영상을 많이 보는 만큼 무제한 요금제를 선호했다. 대체적으로 단말기 할부금을 제외하면 4~5만원 정도 요금이 나온다고 장병들은 전했다.

국방부는 관계부처, 주요 통신사와 함께 절약형 장병 맞춤 요금제를 출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어, 향후 요금제가 출시되면 1~2만원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일부 장병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유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를 보기도 했다. 장병들은 봉급을 고려해 부대원끼리 4인 계정을 묶어 할인을 받는 방식으로 최신 영화나 드라마를 부대에서 본다고 전했다.

다만 휴대 전화 사용 시간과 사용 장소는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대대원들은 일과가 끝나는 오후 5시30분부터 청소가 시작되는 오후 8시30분까지 3시간 동안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주말에만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사용이 허가됐다.

휴대전화 사용 장소의 경우 생활관과 취사장, 독서카페, 체력단련실로 제한됐으며, 카메라에는 촬영을 할 수 없도록 보안 스티커가 모두 붙어있다. 스티커를 뗄 경우 자국이 남아 위반 여부를 바로 알 수 있다.

특히 전 구역이 보안구역이라고 할 수 있는 GOP부대 특성상 사용 구역 통제는 엄격하게 지켜졌다. 스마트폰은 24시간 운용하는 지휘통제실에서만 일괄적으로 보관하고 충전을 할 수 있게 했다.

부대 관계자는 "(장병들에게) 중독과 관련된 것, 유해하거나 민감한 사이트를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를 준다"며 "아직까지 처벌받은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지침은 상급부대에서 내려온 것을 부대 사정에 따라 운영하고, 전체적인 가이드라인 안에서 부대 여건에 따라 운영한다"며 "보안 스티커 등을 붙이고 통제를 하지만 (장병들의) 자율과 책임에 따라서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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