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앞두고는 사정이 좀 나아요."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둔 26일 주말 오후 서울 곳곳 전통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찾았다.

이날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아동복거리는 초입부터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가게들은 설날을 염두한 듯 겨울철 아동복과 함께 한복을 내걸었다.

친정 어머니와 한복 가게에 들렀다는 이정후(34)씨는 "두 돌이 지난 딸의 설빔을 사러 왔다"며 "추석에 한복을 한번 입혔는데 이제 겨울이라 추워 누빔이 있는 한복을 사러 왔다"고 전했다.

네 살배기 아들의 한복을 사러 온 김시은(30)씨는 "아이 유치원에서 설날 맞이 행사를 하는지 한복을 입혀 오라고 했다"며 "세라복 스타일의 퓨전 한복을 샀다"고 말했다.

제기를 파는 가게들도 분주했다.

남대문시장에서 제기를 판매 중인 이일호(55)씨는 "아무래도 설을 앞두고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이 일주일이 가장 피크타임"이라고 했다.

이씨 가게 근처에서 제기를 판매하는 박동관(61)씨도 "설날을 앞두고는 평소보다 2~3배 더 판매량이 증가한다"며 "(설날에 대비해) 물량을 더 많이 준비했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과일가게를 운영 중인 김윤홍(66)씨는 "예년에 비해서는 덜하다"면서도 "그래도 설을 앞두고는 평소보다는 장사가 잘되는 편"이라고 밝혔다.

반찬가게를 운영 중인 한 상인도 "주말이기도 하고 설을 앞두고 있어서 손님이 좀 있는 편"이라고 전했다.

반면 '설날 대목'이 없어졌다는 푸념도 있었다.

한복점들이 밀집해 있는 광장시장 2층은 한산했다. 셔터가 내려져 있는 가게도 눈에 띄었다.

한복점을 40년째 운영 중이라는 박선자(76)씨는 "장사가 잘 안 된다. 설이라고 더 잘 되는 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50년 가까이 광장시장에서 한복점을 운영 중인 박순희(74)씨는 "그래도 예전에는 설날 때만큼은 잘 됐는데 작년부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광장시장에서 떡집을 운영 중인 이수희(56)씨는 "요즘 지갑들을 잘 열지 않는다"며 "(설 연휴가 본격적으로 다가오는) 다음주 쯤에는 좀 나갈지 모르겠지만 기대는 안 한다"고 했다.

제기를 팔아온 오충남(69)씨도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해 설날도 기대하지 않는다"며 "내일도 출근하려 했지만 장사가 잘 안돼 안 나올까 생각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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