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회 백두산 역사문화탐방을 다녀와서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입력 : 2018. 10. 23(화) 16:39
9월 21일(금)부터 26일(수)까지 5박 6일, 백두산 천지를 찾아가는 제 17회 백두산 역사문화탐방길을 주최하고 다녀왔다. 8월 3일(금)부터 8일(수)까지 5박 6일 다녀온 제 16회 백두산 역사문화탐방을 주최하고 다녀왔고, 올해 두 번 찾아갔다.
9월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는 3차 남북정상회담에 참가한 남한 공식 및 특별 수행원들과 함께 북한 땅, 백두산 동쪽 언덕 동파(東坡)를 통하여 천지를 올랐다. 참으로 감동적이고 역사적인 장면이었다. 민족사에 영원히 남을 일이었다. 일 년 전만해도 전쟁의 먹구름이 한반도를 뒤덮고 긴장과 대결의 냉전이 차가운 얼음처럼 깔려 있었다.
분단과 냉전의 시대에 종언(終焉)을 고하고 화해와 평화의 시대를 열어젖힌 큰 발걸음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차 남북정상회담을 하기 위하여 평양과 백두산을 방문하여 쌓은 신뢰와 화해는 평화와 통일의 길에 노둣돌처럼 놓인 빛나는 역사가 되었다. 여기서 나는 백두산 탐방 체험을 기록하고자 한다.
1992년 한·중 수교 전, 1990년부터 백두산을 찾아가기 시작한 나는 올 9월에 17회를 주최하여 찾아가고, 재경광주전남향우회 등 다른 단체를 따라서 간 것 까지 합하면 스무 번은 갔다. 민족의 성산,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은 우리 민족의 상징이요, 통일의 상징이다. 광활한 만주 벌판까지 포함하는 우리의 고토(故土)를 상기시키고 격동시키는 민족혼의 뿌리이다.
민족문학의 활성화와 조국의 평화통일을 실현하자는 창립 취지를 내걸고 1994년 6월 11일, 백두산문인협회를 창립했다. 2000년 7월 15일, 계간 문학잡지 ‘백두산문학’을 창간해서 35호를 발행하면서 2백5십여 명의 문인을 배출했다. 그 동안 백두산문학 신인문학상, 백두산문학상, 백두산평화상, 문학 강연, 시 낭송회, 장가계·원가계 등 국내·외 문학기행, 금강산 뱃길문화체험, 개성 평화통일의 숲 나무심기, 대북인도적 지원물자 지원 평양 방문, 6·15남북공동선언기념 통일염원 교육부장관상 전국 백일장 및 독후감대회, 한민족 연해주 역사문화탐방, 백두산 역사문화탐방 등 많은 문학 활동 및 통일운동을 줄기차게 펼쳐왔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등 일행이 백두산 천지에 오른 9월 20일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청명한 가을 하늘이었다. 문 대통령 일행이 백두산 삼지연 공항에서 서울공항으로 귀국한 다음날, 9월 21일, 우리 일행은 일천오백 명 승객을 태운 일만육천 톤의 여객선을 타고 인천항을 출발했다. 다음날 단동에 도착하여 압록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북한 땅과 북한 동포들을 가까이 가서 바라보는 심정은 언제나 안타깝고 마음 아프기 그지없었다. 고구려를 세운 주몽이 도읍지로 삼았던 졸본성, 지금은 오녀산성(五女山城)으로 부르는데, 먼 길을 달려가서 저녁 어둠 속에서 오녀산성박물관에 입장하여 고구려 용사들의 용맹함과 백성들의 생활상과 문화를 살펴보았다.
9월 23일 백두산 남쪽 언덕 남파(南坡)를 통하여 백두산 천지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눈이 내려서 남파 산문(山門)이 폐쇄되어서 아예 포기했다. 흰 자작나무숲이 끝없이 펼쳐진 백두산 가는 길은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었다. 서파(西坡)로 방향을 틀었으나 서파도 가는 길에 눈이 많이 쌓여서 입장이 금지되어 백두산 중턱에 있는 금강(錦江)대협곡을 눈을 맞으며 걷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해발 2750m의 백두산은 고산지대 특유의 기상 변화가 심해서 호텔에서 출발할 때는 날씨가 흐리더니, 도중에 비가 오다가 조금 더 가니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다. 비옷을 입고 눈을 맞으며 백두산 아름드리 큰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숲 속을 걸었다. 화산이 폭발할 때 흘러내린 뜨거운 바위 용암(鎔巖)물에 깊게 패인 협곡(峽谷)을 따라 걸으면서 바라보았다. 백두산 천지를 보고자 서파와 북파 두 곳을 올라가기로 한 것도 처음이고, 백두산에 와서 첫눈을 맞는 것도 처음이고, 9월에 눈이 오는 풍광을 본 것도 처음이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미래에도 세상과 인간사는 가도 가도 끝이 없다.
통돼지 바비큐에 40도가 넘는 중국 고량주를 많이 마시고 공기 맑은 백두산 숲 속에 위치한 호텔에서 내일의 희망을 꿈꾸며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7시에 식당에 추석 차례상(茶禮床)을 차려놓고 우리 일행은 조상님께 감사드리고 천지를 보게 해달라고 절을 했다. 우리들의 정성이 부족한 것인지, 우리가 쌓은 덕이 부족한 탓인지, 오늘도 백두산 산신령님은 우리의 소망을 들어주지 안했다. 내년에 다시 오라고 사랑을 베풀어 주신 것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남파는 산문이 봉쇄되어서 북파(北坡)를 행하여 출발했다. 북파도 눈이 많이 쌓여서 천지로 가는 가파른 길이 위험해서 입장 불가가 되어서. 천지 아래에 있는 장백폭포를 찾아갔다. 장백폭포 가는 길이라도 열려 있어서 감지덕지했다. 눈 쌓인 백두산 장백폭포 계곡과 폭포수는 더욱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낙엽 쌓인 가을과 눈 내린 겨울의 백두산을 한 번에 찾아와서 본 행운일 수도 있다.
날씨가 변화무쌍한 백두산 천지를 다시 한 번 실감했다. 해마다 한두 번 찾아오는 나는 천지를 보지 않아도 괜찮으나, 꿈에도 그리던 백두산 천지를 보고자 큰 맘 먹고 처음 찾아왔다가 올라가지도 못하고 돌아서는 사람들의 심정은 그렇게 밝지는 안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천재지변(天災地變)이니, 순응할 수밖에 없다. 천지를 열일곱 번 찾아가서 세 번 못 보았다. 좌절도 약이 되고, 괜찮은 성적이다. 어느 경우에나 사람의 할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는 뜻 깊은 여행길이었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9월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는 3차 남북정상회담에 참가한 남한 공식 및 특별 수행원들과 함께 북한 땅, 백두산 동쪽 언덕 동파(東坡)를 통하여 천지를 올랐다. 참으로 감동적이고 역사적인 장면이었다. 민족사에 영원히 남을 일이었다. 일 년 전만해도 전쟁의 먹구름이 한반도를 뒤덮고 긴장과 대결의 냉전이 차가운 얼음처럼 깔려 있었다.
분단과 냉전의 시대에 종언(終焉)을 고하고 화해와 평화의 시대를 열어젖힌 큰 발걸음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차 남북정상회담을 하기 위하여 평양과 백두산을 방문하여 쌓은 신뢰와 화해는 평화와 통일의 길에 노둣돌처럼 놓인 빛나는 역사가 되었다. 여기서 나는 백두산 탐방 체험을 기록하고자 한다.
1992년 한·중 수교 전, 1990년부터 백두산을 찾아가기 시작한 나는 올 9월에 17회를 주최하여 찾아가고, 재경광주전남향우회 등 다른 단체를 따라서 간 것 까지 합하면 스무 번은 갔다. 민족의 성산, 민족의 영산(靈山) 백두산은 우리 민족의 상징이요, 통일의 상징이다. 광활한 만주 벌판까지 포함하는 우리의 고토(故土)를 상기시키고 격동시키는 민족혼의 뿌리이다.
민족문학의 활성화와 조국의 평화통일을 실현하자는 창립 취지를 내걸고 1994년 6월 11일, 백두산문인협회를 창립했다. 2000년 7월 15일, 계간 문학잡지 ‘백두산문학’을 창간해서 35호를 발행하면서 2백5십여 명의 문인을 배출했다. 그 동안 백두산문학 신인문학상, 백두산문학상, 백두산평화상, 문학 강연, 시 낭송회, 장가계·원가계 등 국내·외 문학기행, 금강산 뱃길문화체험, 개성 평화통일의 숲 나무심기, 대북인도적 지원물자 지원 평양 방문, 6·15남북공동선언기념 통일염원 교육부장관상 전국 백일장 및 독후감대회, 한민족 연해주 역사문화탐방, 백두산 역사문화탐방 등 많은 문학 활동 및 통일운동을 줄기차게 펼쳐왔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등 일행이 백두산 천지에 오른 9월 20일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청명한 가을 하늘이었다. 문 대통령 일행이 백두산 삼지연 공항에서 서울공항으로 귀국한 다음날, 9월 21일, 우리 일행은 일천오백 명 승객을 태운 일만육천 톤의 여객선을 타고 인천항을 출발했다. 다음날 단동에 도착하여 압록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북한 땅과 북한 동포들을 가까이 가서 바라보는 심정은 언제나 안타깝고 마음 아프기 그지없었다. 고구려를 세운 주몽이 도읍지로 삼았던 졸본성, 지금은 오녀산성(五女山城)으로 부르는데, 먼 길을 달려가서 저녁 어둠 속에서 오녀산성박물관에 입장하여 고구려 용사들의 용맹함과 백성들의 생활상과 문화를 살펴보았다.
9월 23일 백두산 남쪽 언덕 남파(南坡)를 통하여 백두산 천지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눈이 내려서 남파 산문(山門)이 폐쇄되어서 아예 포기했다. 흰 자작나무숲이 끝없이 펼쳐진 백두산 가는 길은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었다. 서파(西坡)로 방향을 틀었으나 서파도 가는 길에 눈이 많이 쌓여서 입장이 금지되어 백두산 중턱에 있는 금강(錦江)대협곡을 눈을 맞으며 걷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해발 2750m의 백두산은 고산지대 특유의 기상 변화가 심해서 호텔에서 출발할 때는 날씨가 흐리더니, 도중에 비가 오다가 조금 더 가니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다. 비옷을 입고 눈을 맞으며 백두산 아름드리 큰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숲 속을 걸었다. 화산이 폭발할 때 흘러내린 뜨거운 바위 용암(鎔巖)물에 깊게 패인 협곡(峽谷)을 따라 걸으면서 바라보았다. 백두산 천지를 보고자 서파와 북파 두 곳을 올라가기로 한 것도 처음이고, 백두산에 와서 첫눈을 맞는 것도 처음이고, 9월에 눈이 오는 풍광을 본 것도 처음이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미래에도 세상과 인간사는 가도 가도 끝이 없다.
통돼지 바비큐에 40도가 넘는 중국 고량주를 많이 마시고 공기 맑은 백두산 숲 속에 위치한 호텔에서 내일의 희망을 꿈꾸며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7시에 식당에 추석 차례상(茶禮床)을 차려놓고 우리 일행은 조상님께 감사드리고 천지를 보게 해달라고 절을 했다. 우리들의 정성이 부족한 것인지, 우리가 쌓은 덕이 부족한 탓인지, 오늘도 백두산 산신령님은 우리의 소망을 들어주지 안했다. 내년에 다시 오라고 사랑을 베풀어 주신 것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남파는 산문이 봉쇄되어서 북파(北坡)를 행하여 출발했다. 북파도 눈이 많이 쌓여서 천지로 가는 가파른 길이 위험해서 입장 불가가 되어서. 천지 아래에 있는 장백폭포를 찾아갔다. 장백폭포 가는 길이라도 열려 있어서 감지덕지했다. 눈 쌓인 백두산 장백폭포 계곡과 폭포수는 더욱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낙엽 쌓인 가을과 눈 내린 겨울의 백두산을 한 번에 찾아와서 본 행운일 수도 있다.
날씨가 변화무쌍한 백두산 천지를 다시 한 번 실감했다. 해마다 한두 번 찾아오는 나는 천지를 보지 않아도 괜찮으나, 꿈에도 그리던 백두산 천지를 보고자 큰 맘 먹고 처음 찾아왔다가 올라가지도 못하고 돌아서는 사람들의 심정은 그렇게 밝지는 안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천재지변(天災地變)이니, 순응할 수밖에 없다. 천지를 열일곱 번 찾아가서 세 번 못 보았다. 좌절도 약이 되고, 괜찮은 성적이다. 어느 경우에나 사람의 할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는 뜻 깊은 여행길이었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