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인의 23.6%가 고독사를 걱정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노인인권종합보고서'에 의하면 말이다. 노인의 26%는 죽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수도권 거주(31.0%), 저학력자(30.5%), 배우자가 없는 경우(32.0%), 1인 가구(33.7%)일 경우에 그 응답률이 더 높았다. 학대나 방임을 경험했다는 노인도 전체의 10%나 되었다. 노인차별도 21%나 되었는데 1인 가구일수록, 교육 정도가 낮을수록, 경제나 건강상태가 나쁠수록 차별을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노인 10명 중 8명 이상이 존엄사에 찬성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명 ‘웰다잉법’이 이미 2016년 1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도인 금년 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정식 명칭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이다. 그런데 이 법에 의한 조건을 충족하려면 임종기 환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 연명의료를 원치 않음을 명확히 밝혀 둬야 한다. 또는 가족 2인 이상이 환자의 평소 뜻을 확인해 두어도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환자의 의사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가족 전원이 합의해야 한다. 미성년 환자는 법정대리인(친권자)이 대신해서 결정할 수 있다. 본고에서 말하는 노인이란 65세 이상의 노인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급속도로 노인인구비율이 높아가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한 기간도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짧다. 일본25년, 미국75년, 스웨덴85년, 프랑스115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8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런 추세대로 간다면 우리나라는 2025년도에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넘어가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지금 당장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대재앙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노인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누구나 요절하거나 사고사를 당하지 않는 이상 노인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어떤 집안이건 가족 중에 노인이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그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노인들이 느끼는 노인인권이 존중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노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 때문이라는 답변이 35.1%로 조사되었다. 남성이 여성보다, 60대 후반이 다른 연령대보다, 교육 정도가 높을수록 편견을 노인인권 침해의 이유로 꼽았다는 사실이다. 청년층에게 같은 질문을 한 결과도 역시 노인에 대한 부정적 편견 때문에 노인 인권이 존중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80.4%에 달했다. 인권위는 "노인과 청·장년층 간 동의율에는 차이가 있지만 노인인권에 대한 관심과 인식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는 인식은 같다"고 했다. 그런데 노인인권 보호 및 증진 방안에 대해서는 양측이 모두 인정하고 있었지만 우선순위 측면에서는 노인은 노인복지의 전반적 확대를 주장한 반면에 청장년층은 노인상황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했다. 여하튼 오늘날의 노년기는 상실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첫째는 건강의 상실이요 두 번째는 의존의 상실이다. 자녀들과의 동거율이 나날이 낮아져 독거노인 또는 노인들만 사는 가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수입의 상실, 네 번째는 지위와 역할의 상실, 다섯 번째는 보람의 상실, 여섯 번째로는 사회참여기회의 상실이다. 이런 현실이 노인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러다가 고려장이 현실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스럽다. 관계당국에서는 시급히 노인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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