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수요일, 9월 5일, 우리나라 유력 일간지 조선일보에 ‘우리 민족끼리 한반도 미래를 결정할 수 없다’는 중견기자의 칼럼이 실렸다. 평소 관심이 많은 한반도 문제, 통일문제여서 꼼꼼히 읽어 보았다. ‘우리가 한반도 주인이라는 인식은 중요하지만 강대국 이익을 외면하고 미래를 결정할 수 없다. 지금 강대국 이익의 공통분모가 북핵 제거다. 독일도 이를 전제로 통일을 이루었다. 정부도 꿈이 아니라 현실을 말해야 한다. 그래야 내일의 현실이 달라진다.’는 요지의 글이었다. 상당히 현실적이고 일리가 있는 내용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우리 민족끼리 한반도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는 글을 쓰고자 한다. 우선 ‘우리 민족끼리’에서 민족과 민족주의의 개념과 내용이 각자 처지와 이익에 따라서 강대국에게는 제국주의도 되고, 약소국에게는 마법 같은 희망도 되는 변용을 겪은 것은 맞다. 나는 민족의 개념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가를 말하고자 하지 않는다. 일제 식민지배와 동족상잔의 전쟁, 분단과 독재, 가난과 소외 속을 헤치고 평화와 번영,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 역사에서 ‘우리 민족끼리’가 어떻게 등장하고 어떻게 변천되고 어떻게 적용 발전되어 가야 할 것인지를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체는 우리 민족이다’는 선언과 합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의 1972년 7·4 남북공동선언에서도 ‘우리 민족끼리’의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이라는 평화통일 3대 원칙을 합의했다. 7·4 남북공동선언은 첫째, 통일은 외세에 의존하거나 외세의 간섭을 받음이 없이 자주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둘째, 통일은 서로 상대방을 반대하는 무력행사에 의거하지 않고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해야 한다. 셋째, 사상과 이념,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우선 하나의 민족으로서 민족적 대단결을 도모하여야 한다고 민족과 전 세계에 선언했다.

1974년 8월 15일 박 대통령은 '1단계 한반도 평화정착, 2단계 상호 문호개방과 신뢰회복, 3단계 남북한 자유총선거'라는 '평화통일 3단계 기본원칙'을 발표하였다. 1972년 7·4 남북공동선언에서 합의한 ‘우리 민족끼리’의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이라는 평화통일 3대 원칙은 노태우 정권의 1992년 남북기본 합의서, 김대중 정권의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노무현 정권의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에서도 재확인되고 재선언 되었다.

지금도 ‘외세 배격’, ‘우리 민족끼리’의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의 평화통일 3대 원칙을 말하면 자유민주주의 포기로 잘못 알고 반미, 종북, 좌파로 보는 편협 된 구시대적 이념의 굴레에 강고하게 묶여 있는 사람들이 도처(到處)에 의외로 많다. 동족상잔(同族相殘) 등 민족의 비극은 아직도 상흔(傷痕)이 깊고 아프다. 남북 간의 교류 협력과 평화 공존을 말하면 자유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동·서독의 20여년에 걸친 활발한 교류 협력을 통한 통일 사례와 교훈을 들지 않더라도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북한의 인민민주주의 같은 이념을 앞세우면 교류 협력이 안된다. 가장 비정치적이고 가장 비이념적인 평창 동계올림픽 같은 스포츠를 통해서 교류 협력의 물꼬가 트이고, 사회 문화, 경제 정치 분야로 교류 협력의 폭이 확대되어야 한다.

‘우리 민족끼리’의 원조는 역설적이게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그러나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의 ‘우리 민족끼리’의 평화통일 3대 원칙을 선언했던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은 3개월 후, 대통령 간선제를 통한 영구 집권을 꿈꾼 10월 유신독재 선포로 사장되었다. 이 평화통일 3대 원칙은 1992년 노태우 정권의 남북기본 합의서, 2000년 김대중 정권의 6·15남북공동선언, 2007년 노무현 정권의 10·4 남북정상선언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부침(浮沈)의 40여년이 지난 후에 다시 나타났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 분단의 상징 판문점에서 만나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고 판문점 선언 제1조 1항에 담아서 선언했다. ‘한반도 문제, 통일문제는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서 주체적으로 해결한다’는 뜻이다. 이 말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민족끼리’ 한반도 미래를 결정할 수 없다’는 글을 쓴 사람도 동의하고 있다. 다만 이것은 꿈이고 현실은 강대국의 이익을 무시하고는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논리다.

모든 꿈은 현실 위에서 추구되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간절히 꿈을 꾸면 꿈은 현실이 된다. 또한 민족의 해방도, 국토의 분단도 강대국에 의해서 결정되었다. 그렇다고 우리의 운명을 언제까지나 강대국의 손에 맡겨둘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인공은 우리 민족이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는 우리의 우방이요, 우리의 협조자이다. 강대국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민족 운명의 주인공은 우리 민족이다.

우리 국민들이 깨어나고, 우리 민족이 깨어나서 단결하고 주체적으로 우리 문제를 헤쳐 나가야 한다. 우리 민족 힘만으로는 안된다고 아예 단념하고 주저앉아서는 약육강식의 비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어느 손에 또 다시 민족의 비극이 시작될지 모른다. 우리 민족이 주체가 되어서 강대국을 조정하고 중재하고 협조하여 우리 민족은 평화와 번영, 통일의 시대를 반드시 성취해야 한다. ‘우리 민족끼리‘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