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계산하려 하면 점원이 묻는다. 비닐봉투에 담아갈 거냐고. 대부분 물건만 가져간다고 한다. 50원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1회용 비닐봉지를 줄이기 위해 시행된 것이 대단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처음 시행할 때는 ‘이 제도가 먹혀들까?’ 하고 반신반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서민들의 마음이다. 단돈 50원에 말이다.

물론 이중에는 환경공해물을 줄이기 위해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는 하겠지만. 대다수의 서민들은 이처럼 알뜰하다.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살기가 팍팍하다는 뜻도 된다. 한 푼이라도 모아야 된다는 절박함이 스며있는 것이다. 급여가 몇 푼 오른다 해도 오른 게 아닌 경우가 많다.

명목소득은 올라도 실질소득은 오히려 뒷걸음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삶들은 앞으로도 별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50대가 넘어서 작은 집이라도 내 집을 마련하는 경우는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이 경우도 엄밀히 따지면 완전히 내 집인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은행 대출 등 빚을 내서 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자녀가 결혼을 하게 되면 다시 그 집을 팔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혼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전세 내지는 사글세방을 전전하게 된다. 이때의 나이는 보통 60대를 넘어간다.

남은 것은 병든 몸밖에 없다. 분가한 자녀도 똑같이 허덕이는 삶을 사느라 찾아오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빈곤의 대물림이다. 그러다가 부부 중 한 쪽이 세상을 떠나면 독거노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치매라도 걸리면 또 어쩔 것인가. 결국 그 언젠가부터 요양병원 등에서 자신이 누구인지조차도 인지하지 못하면서 쓸쓸히 생을 마감해 버린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 보통사람들의 인생행로다. 참으로 슬픈 인생여정 아닌가.

오늘날의 시대를 고령사회라 한다. 고령사회란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4%이상인 사회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도에 7.2%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지 불과 18년 만인 금년에 고령사회가 되어버렸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노인들은 대접을 받지 못한다. 일부 젊은 세대는 증오까지 한다고 한다.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어가서, 자신들이 뼈 빠지게 일해서 노년층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에 싫다는 것이다. 사실 현재의 노년층이 젊은 사람들의 오늘을 만들어줬건만 돌아오는 것은 오히려 쪽박 깨는 소리뿐이다. 이래저래 노인들은 슬프다.

오늘도 쪽방에서 무더위에 지쳐 허덕거리고 있다. 마치 더위 먹은 닭들이 목젖을 덜렁 덜렁 흔들거리며 숨을 거듭 몰아쉬듯이. 어떤 노인들은 금년처럼 심한 무더위 속에서도 폐지를 줍느라 허리를 펴지도 못한다. 팔아봐야 단돈 몇 푼인데도. 인생이 고달픈 나머지 될 대로 대라는 식으로 대낮에 막걸리 한 사발 걸치고 비틀거리다가 이글거리는 대로변에 누워버리는 경우도 있다.

극단의 경우에는 목숨 줄을 놔버리기도 한다. 반면에 일부는 해외로, 해외로 나간다. 국내에 남아 있는 경우에도 주로 호텔피서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남해주변에는 하루 밤 자는데 일백만 원이 넘는 숙박시설도 상당하다고 한다.

물론 그렇게 즐기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있는 만큼 즐기는 것도 필요하니까. 어쩌면 당연하니까. 단지 바라는 것은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도 좀 도와줬으면 하는 생각에서 하는 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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