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살률은 2003년 이래로 OECD 회원국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자살률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보고 기군과 관련된 자료상의 문제로 축소 보고되었음에도 그 축소된 수치만으로도 우리나라는 심각한 수준이다. 일본의 자살률도 높은 수준이지만 2010년 이후 감소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2000년을 기점으로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밤새 안녕’이라더니 새삼스레 실감나는 시점이다. 하루 밤을 자고 눈 뜨면 12명의 노인이 자살하고 11명의 노인이 실종된다.

무슨 미스터리 드라마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오늘의 현실이다.

지난 2012년의 경우 세상을 등진 노인 자살자는 4,406명, 노인 실종자는 3.989명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하루 평균 12명의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치매노인 등 11명이 실종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치가 말하듯 이쯤되면 ‘노인자살공화국’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국내 홀로 노인 가구는 2001년 58만9415가구에서 2012년에는 118만6831가구로 늘어났다.

자식들은 찾아오지 않고, 배우자마저 먼저 죽고 나면 고독감은 클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심각한 질병까지 겹치면 외로움이 극대화 될 것이다. 당사자인 노인들이 자살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자식이 있더라도 부모를 돌보지 않거나 가족 없이 홀로 지내는 노인들은 깊은 고독감에 시달리 수밖에 없다.

자녀들은 점점 부모를 모시려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의 사회 안전망은 여전히 부실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병들고 버림받은 노인들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있는 것이다. 이 시대의 노인들은 격동의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온갖 고통과 역경을 극복한 세대다.

부모에게 효를 행한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들로부터 효를 받지 못하는 최초의 세대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의 경우 55세 이상 노인들에게 일주일에 두 번씩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고 심리 상담하는 ‘텔레체크 서비스’를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과거 자살을 시도한 전력이 있는 노인들에게 지역 주민들이 자필로 위로 편지를 써서 보내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일부 지자체에서는 야쿠르트배달원이 홀로노인들을 방문해 유산균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고 노인들의 안전도 점검하는 ‘사랑의 야쿠르트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에 대한 준비 기간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실정을 고려해본다면 그 심각성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어쨌든 자살은 개인적이고 가족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통합의 안전망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 사회단체, 지역사회 등의 역할이 더 없이 중요하다.

일본의 100세 시인 시바타 도요는 밀리언셀러가 된 그녀의 첫 시집 ‘약해지지마’에 실린 시를 통해 노인에게 있어서 정서적 지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표현하고 있다.

나이 아흔을 넘기며 맞는 / 하루하루 /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 / 친구에게 걸려온 안부전화 / 집까지 찾아와 주는 사람들 / 제각각 / 나에게 / 살아갈 힘을 / 선물하네.

‘살아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 고령화는 인류가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경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 노인의 소득수준은 아일랜드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

그러니까 빈곤, 질병, 외로움 등 삼중고를 이기지 못한 많은 노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OECD 국가의 사망원인별 사망률 비교’ 보고서를 보면 기막히고 엄청나기만 하다.

우리나라의 자살, 위암, 교통사고 사망률이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시대는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다. 그런데 정부 지원조차 못 받는 서러운 노인들도 많다. 그런가 하면 전 세계에서 노인들의 일자리가 가장 절실한 나라는 대한민국이다.

일을 하지 않으면 당장 생계가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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