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여전히 시끄럽다. 촛불혁명으로 정권이 바뀌었어도, 최첨단의 과학화가 이루어지고 있어도 아비규환 속이다. 특히 인공지능이 판치는 세상인데도 그렇다. 보편적인 인간보다 더 영리한 인공지능이 생활 속에 깊숙이 뿌리를 내려가면서 엄청난 생활혁명을 일으키고 있는데도 그 편리함과 안온함을 앞질러가는 고통들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정치인들대로, 재벌들은 재벌들대로, 노는 노대로, 사는 사대로, 기타 개개인과 각각의 집단들은 그들 나름대로 씨줄날줄로 얽혀서 샅바싸움 하느라 난리법석이다. 왜 그럴까. 자기만 잘났고 남들은 못났다고, 자신만이 옳고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자신만이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거기에 따라와야 한다고, 자신만이 깨끗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지만 세상은 절대로 그런 사람들의 뜻대로만 되어가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리들은 날마다 질척거리는 늪 속을 걸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세상에 경종을 울려주는 좋은 글귀가 있다. 누구나 익히 들어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 꼭 한 번 더 음미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덜 소란스럽게 살아가는 데 조그만 보탬이라도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온 몸과 마음을 찐득거리게 하는 혹독한 무더위 속에서 이 글귀가 시원한 한줄기 바람이었으면 한다.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지하묘지에 있는 어느 성공회 주교의 묘비명이다. “내가 젊고 자유로워서 상상력에 한계가 없을 때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좀 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었을 때 나는 세상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 시야를 약간 좁혀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황혼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마지막 시도로, 나와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자리에 누운 나는 문득 깨닫는다. 만약 내가 나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 그것을 보고 내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또한 그것에 용기를 내어 내 나라를 좀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었을 것을…그리고 누가 아는가? 세상까지도 변화되었을지!”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먼저 변하려고 하질 않는다. 거의 자기위주의 일방통행식이다. 오로지 자신의 의견을 좆아주기만 바랄 뿐이다. 토론을 한다고 해도 결국 자기주장만 내세우다 끝나는 경우가 많다. TV토론만 봐도 그렇다. 토론자로 나온 사람들은 오랜 시간 동안 토론을 하지만 결국은 각기 자기주장만 하다가 퇴장한다. 다른 토론자의 의견에 동의를 한다든지, 토론자들의 중지를 모아서 보다 더 나은 방안을 강구해가는 것을 보질 못했다. 뭣 때문에 했는지도 모를 정도다. 오히려 갈등의 골만 깊어져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의 정치도 마찬가지다. 각자 상대방 생체기 내기에만 게거품을 물고 있다. 갖은 괘변을 늘어놓으면서. 자신만이, 아류만이 잘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도 세상을 다 살아갈 즈음, 묘비명의 주인공처럼 결국 아무것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렇게는 결코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될 때까지 수많은 스트레스로 삶의 질만 떨어지는 생을 살다가 말이다. 오호 통재라. 애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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