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공휴일 지정 건으로 갑론을박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법정공휴일로 지정하겠다고 했었다. 국회 등 정치권에서도 법정공휴일로 만들자는 제안이 늘 있었다. 18대 국회부터 20대에 이르기까지. 법정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쪽은 대체로 효를 앞세우고 있다. 부모 형제간의 갈등이나 패륜적인 범죄 등은 모두 효 정신의 퇴색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반대쪽은 경제적 부담, 공무원과 대기업 직원 등 일부 계층만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민 상호간의 위화감만 조성한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양쪽 진영의 논리는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어버이날 하루 안 쉰다고 효사상이 무너져 내릴까. 가정불화와 패륜이 발생할까. 이건 너무나 비약된 논리라 생각된다. 추석이나 설날의 연휴는 기본이 3일이다. 어떤 때는 그 이상인 경우도 있다. 이때는 거의 모든 가족들이 만난다. 그런데 그 만남이 오히려 부정적인 가족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는 명절증후군 등의 영향으로 이혼율 증가, 어르신들의 자살률 증가 또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 발생률 증가, 형제간의 혈투 등이 발생되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런 것들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우리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일등주의만을 지향하는 사회. 이는 곧 급격한 경쟁주의를 불러일으킨다. 때문에 오로지 남을 짓누르는 교육에만 전념할 수밖에 없다. 인성은 좀 나빠도, 불량한 짓거리를 해도 공부만 잘하면 용서되는 사회. 거꾸로 아무리 착한 품성의 소유자여도 공부를 못하면 용서가 되지 않는 이상한 사회.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이런 희한한 사회가 지속되는 한 효를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집안의 대소사를 치를 때 아이들을 데려가는 경우도 드물다. 이유는 ‘공부해라’ 이다. 그러니 친인척들을 어떻게 알겠는가. 더더욱 한 번도 본적 없는 조상을 알 수 있겠는가. 심지어는 같은 가정에서 보고 사는 부모형제지간에도 싸늘하게 살아가는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우리사회 풍토에서는 언어도단이라 단언 할 수밖에 없잖은가. 이런 상황에서 자란 우리 아이들. 인성교육은 도외시 된 체 시험기계가 되어 속칭 일류학교를 졸업하면 뭐하겠는가. 이중 상당수는 국가고시 등을 거쳐 국가기관에 근무하거나, 일류기업에서 일할 것이다. 또는 각종 전문직에서 활동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일수록 냉찬 경우가 상당하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효를 바라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이중에서 인품이 훌륭한 사람들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당수는 냉혈한이 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주류를 형성해 우리사회 이끌어 갈 때 참으로 척박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이미 이런 모습들이 도처에서 보이고 있지 않은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재벌들과 권력자 등 상류층의 나신을 봐라. 얼마나 다른 세계 사람들인가. 대한민국에서 함께 살아가는 국민이지만 겉 색깔만 같을 뿐이다. 한 껍질만 벗기고 들어가면 흑인과 백인 같은 극대칭이다. 반면에 경쟁사회에서 낙오된 부류는 또 어떨까. 이들은 이들대로 패배감에 사로잡혀 폐허화돼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반사회적, 반도덕적 외계인 형상으로 각종 사회적 일탈행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잖은가. 결국 양쪽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를 향해 총을 쏘는 경우가 많게 되는 것이다. 이게 작금의 우리사회 자화상이지 않을까. 때문에 어버이날의 법정 공휴일 지정만이 효 사상 함양에 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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