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관련성이 있는 퇴직 공무원의 사적 접촉을 제한한 새로운 공무원 행동강령에 대한 공직사회의 평가가 엇갈린다.

부정부패 요소를 사전 차단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순수한 친목 모임까지 사전 신고하는 것은 지나치게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적 접촉 제한이라는 게 골프나 사행성 오락, 여행, 직무 관련자가 제공하는 향응을 받는 것으로, 공무원들이 예우 차원에서 퇴직자를 만나거나 대접하는 것은 무방하다는 것이다.

친목 모임에 직무 관련 퇴직자가 포함됐더라도 사회상규상의 만남이라면 사전·사후 신고만 잘하면 문제 될 게 없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국·과장들은 "인간관계를 단절하라는 소리냐"며 불만을 표시한다.

직무와 관련한 퇴직 공무원들과 친목 차원에서 만나는 기회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인데 그렇다고 법에 저촉되지 않는데도 사전 신고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따라서 기관장에게 사전 신고하면 된다지만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데 누가 신고까지 하면서 약속을 잡으려고 할지는 의문이다.

이 행동강령이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목소리를 키우는 공무원들도 있다.

친목 모임조차 신고하라는 것은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다. 인간 관계, 선후배 관계를 아예 끊어버리라는 행동강령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인간과 교감하는 감성 로봇까지 만드는 시대에 공무원은 감성을 배제하고 살라는 말과 진배없다는 볼맨 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정부는 퇴직 선배 접촉 제한이 비리와 부정을 근절하는데 일정부분 기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러한 조치가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