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민생이 소리 없이 무너져가고 있다.

치솟는 물가에 서민들의 장바구니는 갈수록 가벼워지고, 자고 일어나면 동네 음식점이 하나둘씩 문을 닫는다. 자동차를 세워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한지도 이미 오래다. 외식비를 아예 없애고 장바구니 값을 줄이고 또 줄이고 아예 이젠 줄일 곳이 없다.

그렇게 자고나면 물가가 뛴다.

올해 들어 최저임금 인상을 도화선으로 생활물가가 전반이 오르는 추세를 보이면서 서민들의 고충도 이만 저만 아니다. 특히 외식·식품업계가 잇달아 가격을 올린다. 그렇게 자고나면 물가가 뛴다.

그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금 그렇게 민생이 소리 없이 무너져가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부터 식품·외식업계를 필두로 가격인상 흐름이 계속돼왔다.

햄버거와 김밥 설렁탕 등 패스트푸드와 외식부터 즉석밥, 냉동만두, 어묵, 요구르트, 콜라, 생수에 이어 과자, 사탕까지 물가 전반이 오르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자영업 분야인 한식 식당 100개 가운데 56개꼴로 창업 2년 안에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래방, 김밥·분식집, 치킨가게 등 여타 자영업 부문에서도 과열 경쟁 탓에 창업 초기에 폐업하는 사례가 줄을 선다. 또한 이발소, 미장원, 세탁소, 목욕탕, 여관 등 ‘골목상권’을 형성하는 자영업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연간 매출이 200만원도 안된다고 한다.

임대료와 세금, 종업원월급, 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파산일보직전에 처한 업체가 부지기수다.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자영업몰락’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각종 사회통합지표에서 한국은 거의 전 분야 최하위전이다. 최근 10년간 국가 성장정체 이유를 산업경쟁력 측면에서만 분석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 OECD국가 통계의 의미다. 한편,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전체 취업의 30%를 넘는다.

OECD 통계비교에 의하더라도 미국 등 타 국가의 2배 수준인 세계최고의 자영업 비중이다. 이는 결코 자랑이 아니다. 한마디로 자영업의 공급 과잉시대를 일컫는다.

식당 절반이 3년 내 문을 닫는다. 지금 이 나라는 평생을 일한 퇴직금을 자영업에 털어 넣고 마지막에는 카드빚까지 쓰다 급기야는 신용불량자로 몰락해 노숙자로 전략하는 가슴 아픈 사례들이 많다.

분명한 것은 이 정부 들어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게 경제정책의 혼선일 것이다.

인류역사는 ‘물가폭등’을 견디는 정권은 없었다. 돌이켜보면 가격규제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반짝 효과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유신정권은 1975년 ‘물가안정법’이란 걸 만들었다. 쌀·보리쌀·연탄·비료가격의 통제뿐만 아니라 서비스 요금까지 규제하는 강력한 물가단속법이었다.

지금 체감물가는 하늘 높은 줄을 모른다. 서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만 간다. 서민들의 체감물가가 높아진 주된 이유는 물론 불황이다. 대기업들이 장기 불황을 우려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앞으로도 가격인상 흐름이 쉽사리 멈추기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당장 업계 1위인 교촌치킨이 배달료를 따로 받기로 한 만큼 다른 치킨 업체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가격 인상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치킨 업계는 그간 정부와 사회의 인식이 부정적인 탓에 누구도 가격 인상에 앞장서려 하지 않은채 눈치만 보는 상황이 계속돼왔다.

그러나 이제 빗장이 풀린 만큼 앞다퉈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극장가 역시 업계 선두인 CGV가 관람료를 인상한 만큼 나머지 극장 체인들도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결국 가격 인상은 다른 분야로 도미노처럼 퍼져 나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어쨌든 지금으로선 경기회복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면서 민생고에 시달리는 서민들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장바구니속의 ‘한숨’소리를 가슴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이다. 이제부터라도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기필코 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 ‘물가폭등’견디는 정권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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