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고 / 추억과 욕망을 뒤 섞고 / 봄비로 무딘 뿌리를 뒤 흔들며 / 겨울은 우리를 포근하게 했지 / 망각의 눈 속에 대지를 감싸며 / 마른 가지에 어린생명을 기르면서…

엘리어트의 ‘황무지’ 중에서 따온 글이다. 많은 사람들이 4월을 일컬어 잔인한 달이라고 한다. 또 더 많은 사람들은 이를 그저 그렇게, 익숙한 어감으로 아무런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이 봄에 큰일이 터졌다. 애먼 꽃들 탓이다. 매화꽃 느긋하게 즐길 겨를은 아예 없었다. 다투어 펴버리거나 늦을세라 배꽃과 복사꽃마저 뒤죽박죽 피어나는 사태를 맞았으니, 싸매고 누구는 봄의 무례함을 나무라며 삿대질을 한다.

이게 꽃멀미 나는 난리가 아니고 뭐겠는가. 36만 그루의 벚꽃 향연이 펼쳐진다. 1.5km의 벚꽃길이 장관이다. 53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벚꽃축제 1번지 경남 창원의 진해 군항제다.

또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서면 학구리까지 이어지는 동천 30리 벚꽃길에서도 활짝핀 꽃구경 상춘객들의 탄성이 이어진다.

하지만 바람이 벚꽃을 타는지 벚꽃이 바람그네를 타는지 벚나무 숲이 파도처럼 출렁거린다. 비에 피었으니 이제 바람에 하르르 지는 일만 남은 봄꽃들, 어찌 꽃을 잊을 수 있을까. 천지에 봄바람이 분다. 사방에 봄 향기 그윽하다. 봄이 한창이라 온갖 꽃이 만발하다. 그중에서도 벚꽃축제는 봄 축제의 대명사다.

진해군항제, 여의도 벚꽃축제에는 해마다 수십만 수백만명이 다녀간다.

연분홍 진달래가 그립다면 대구 달성군 비슬산(1084m)이나 인천 강화군 고려산(436m)을 찾아보자.

‘한사람이 꽃길을 걸어온다면 그도 꽃이 아니겠느냐’ 윤홍조 시인의 ‘꽃길’은 어느 봄날 꽃길 나들이에 나선 이들의 행복한 얼굴을 연상하게 한다.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는 4월을 맞아 매화, 산수유, 벚꽃이 꽃망울을 터뜨리며 저마다 화려한 빛깔과 은은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이맘때쯤이면 꽃향기를 따라 여행을 떠나는 상춘객들도 늘어난다. 사랑하는 이들과 나서는 꽃길 나들이는 대부분 부담이 없어 좋다.

또 봄에 제주도를 찾는다면 청보리의 장관을 맛본다. 가파도 청보리 축제를 찾으면 파란 보리 물결이 해풍에 일렁이는 장관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보리밭 면적만도 60만㎡에 달한다.

제주도를 찾았다면 가파도에 이어 우도로 건너가 보자. 유채꽃큰잔치와 우도소라축제가 한창일 것이다. 해녀복을 입고 직접 해산물을 채취하는 우도 해녀체험도 좋다. 수영이 부담스럽다면 천진항 주변의 해안에서 소라잡기 체험을 하면 된다. 인심 좋게 모두 무료란다. 전통을 주제로 한 축제도 있다. 전통어촌민속문화축제인 광안리 어방축제는 조선시대 경상좌수영에 설치됐던 전통 민속놀이인 좌수영어방놀이(중요무형문화재 제62호)·수영야류(중요무형문화재 제43호) 등 무형문화재와 현대문화가 어우러진 행사다.

어쨌든 온 천지에 봄기운이 한창이라 온갖 꽃이 만발하다. 마치 봄은 꽃을 위해 있는 듯하다. 철따라 꽃이 피건만 따스한 봄기운을 받으며 만개한 봄꽃은 유난히 아름답고 애착이 간다.

언 땅 밑에서 오래 동안 움츠러들었던 생명이 다시 소생하면서 ‘살아있다’는 의미를 깨우쳐 주고 있어 더욱 그런 것 같다.

봄꽃은 번잡한 일상에서의 여유와 낭만을 준다. “봄이 오자 성안에 꽃이 만발하여 화려하고, 따뜻한 봄날에 만물은 바야흐로 한창 기를 펴고 자라난다. 때가 좋구나 친구들아 산천경치를 구경 가세” 조선조 후기의 평민 잡가(雜歌)인 유산가(遊山歌)는 이렇게 봄을 노래했다.

화창한 봄날에 역시 꽃놀이가 제격이다. 꽃바람 꽃향기 속에서 마음까지 꽃물이 드는 게 봄꽃놀이라고 하는데 때마침 27년 전통을 자랑하는 고양국제꽃박람회가 고양시 일산호수공원일원에서 오는 27일 화려하게 막을 올려 꽃 대궐을 이룬다.

꽃밭을 거닐면서 많은 사람들은 그 꽃들의 개성도 생각한다. 속절없이 피고 지는 꽃이건만 이래서 더욱 애정이 느껴진다. 꽃은 또 사랑과 안정과 꿈을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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