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자락이다. 봄의 길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끈질긴 한파는 내일(9일)까지 이어질 것이란다. 봄꽃들의 화려한 외출, 이젠 봄이 오는 소리를 듣고 싶다. 겨우내 거친 눈보라 속에서 피어난 동백 꽃봉오리들은 어느새 낙엽처럼 깔려 버렸고, 최남단 제주도 성산에는 봄기운 한껏 맞은 유채가 꽃을 피울 것이다. 엊그제 4일은 입춘(立春)이다.

곧 남도 땅은 노란 물결로 뒤덮인다.

겨울 속에는 봄이 숨어 있는 것일까. 아무리 극한 겨울 속에도 봄은 내일을 숨 쉬고 있는 것일까. 함평 자연생태공원에는 성급한 복수초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순천 매곡동에는 홍매화가 꽃을 피울 것이다.

멀리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 수목원에는 내일 모레면 ‘납매’가 활짝 필 것이다.

음력 12월을 뜻하는 한자 납(臘)과 매화를 뜻하는 매(梅)가 붙여져 생긴 이름이다.

언뜻 보기에는 매화와 비슷한 예쁜 꽃이다. 한 겨울 추위를 견디고 나온 귀한 꽃이라는 뜻에서 ‘한객(寒客)’이라는 애칭도 붙여진 그런 꽃이다. 그러나 어렵기만한 살림살이에 먹고 살기조차 빠듯한 서민들에게는 ‘입춘대길(立春大吉)’ 일수가 없다.

그야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와도 봄 같지 않구나)이다. 서민들은 언제나 이 어려운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인가. 입춘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봄이 오려면 멀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얼음 밑으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니 마음은 정녕 봄이 오고 있는 느낌이다. 저녁 먹을 시간이면 북두칠성은 저 먼 지평선에 자루가 꽂힌 것처럼 보인다. 아무리 어려운 시기이지만 겨우내 사랑을 듬뿍 받아온 북두칠성을 밤하늘에서 찾아보는 여유를 가져보자. 예나 지금이나 봄은 늘 상서로운 기운과 아우러져 부푼 희망으로 차오르게 했다. 그러나 그동안을 돌아보면 혹독한 겨울이었다. 겨울의 깊은 곳을 건너왔다. 바람은 아직 차갑지만 분명 봄으로 가는 첫 이정표다. 또 우수가 지나고 동풍이 불어 언 땅을 녹이면, 잠자던 벌레들이 꿈틀거리고 냇가의 얼음 밑에서도 물고기가 돌아다닐 것이다. 이 좋은 시절에 국민은 아직도 죽을 맛이다. 더 큰 문제는 얼마나 더 이 어두운 골짜기를 헤매야 할지 까마득하기만 하다. 그래도 어찌 하겠는가.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길운을 바라는 마음들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천운발원하며 기도를 올리기도 하고, 소망을 기원하는 문구를 써 붙이기도 한다. 이제 민족의 대명절인 설이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 돈 들어갈 곳도 많은 2월인데 임금이나 퇴직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해마다 늘고 있어 안타까운 소식이다. 그런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60%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두 달 사이 10%포인트 주어 앉았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그 원인으로 정책혼선과 과거 집착을 꼽는다. 갤럽·리얼미터·리서치뷰 등은 “최저임금, 암호화폐,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논란 등이 악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그래도 어찌 하겠는가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길운(吉運)을 바라는 마음들이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천운발원(天運發願)하며 기도를 올리기도 하고 소망을 기원하는 문구를 써 붙이기도 한다.

오는 16일은 민족의 대명절 설이자, 19일은 새싹이 난다는 우수다. 우수(雨水)는 겨울동안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물이 된다는 뜻으로, 이는 곧 날씨가 풀려 따뜻해짐을 의미한다. 옛 사람들은 우수 이후 15일을 3단계로 나누어 첫 5일은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다 늘어놓고, 그 다음 5일은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마지막 5일은 초목에 싹이 튼다고 했다. 이제 대통령과 정부는 숫자들이며 하찮게 생각하는 농업, 농촌, 농부에 대한 생각을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시골과 먹을거리 서민의 장바구니 현장을 생명 가득한 곳으로 되살려 놓지 않으면 우리는 그야말로 봄이 와도, 여름이 와도, 가을이 와도 모두 이 겨울처럼 침묵할지 모른다. 올 겨울은 끈질긴 추위를 이 땅에 부리고 가지만 입춘절기의 우뚝한 기운 앞에서는 봄눈일 수밖에 없다. 입춘추위가 아무리 매섭다 해도 자연의 섭리는 우수(雨水)가 우리를 손짓하고 반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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