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랍에 몰아닥친 한파 때만 해도 추운 겨울을 어떻게 지낼까 걱정이 앞섰다.

그 매서웠던 한파의 겨울도 어느덧 꼬리를 감추기 시작한다. 민족의 대명절 설날도 한 달 가까이 다가온다.

예나 지금이나 설 명절은 우리 모두를 설레게 만든다. 새해 아침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새 옷으로 갈아입고 차례를 지낸다.

차례를 지내고 나면 설음식을 이웃과 나눠 먹는 것이 우리네 세시풍습이다.

또한 우리나라 전래의 미풍양속에는 새해가 되면 서로 상대방이 잘 되기를 비는 덕담을 주고받는다. 참으로 아름다운 미풍양속이다. 그리고 흐뭇한 풍속이 아닐 수 없다.

‘새해는 행복하십시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원성취 하시길 빕니다’ ‘새해는 꼭 취직 하십시오’ 등의 덕담을 주고받는다.

물론 조금은 형식적이고 의례적이란 느낌도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덕담을 주고받을 때의 기분은 나쁘지가 않다. 서로의 덕담은 우리의 마음을 살찌게 하고도 남는다. 덕담은 상대방이 잘되기를 바라는 소망의 표시이며 그것은 상대는 물론 자기 자신에게도 지(知)와 덕(德)을 쌓는 지름길이 될 것이며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될 가능성을 더해 줄 것이다. 덕담은 그 속성상 인간관계를 윤택하게 하는 윤활유 같은 것이기도 하다. 덕담은 덕담을 낳게 마련이며 우리는 우리의 삶이 그 덕담처럼 되도록 노력하고 돕는다면 얼마나 좋은 이웃이 되고 사회가 될 것이가. 해마다 새해가 되면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그런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진실에서 우러나오는 덕담의 자세로 새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지는 것은 사람들의 생활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 일 것이다. 새해의 기분이 가시기 시작하면서 아니, 새해 덕담을 하면서도 우리는 덕담보다는 험담에 더 많은 관심이 가는 것이 아닌가. 한번쯤 반성해 보아야 한다. 남을 칭찬하기 보다는 흉보기를 즐겨하는 것은 아닌가. 장점을 찾기보다는 단점을 찾아내기에 혈안이 돼있지 않는가.

수고는 ‘남’이 하고 영광은 ‘자신’이 차지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가.

올해는 험담은 버리고 덕담만 해보자 어쨌든 예나 지금이나 설 명절은 우리 모두를 설레게 만든다. 설날 아침에 맛보는 떡국은 지금은 쇠고기나 닭고기로도 끓이지만 옛날에는 꿩고기로 많이 하였다. 설날에 흰 떡국을 끓여 먹는 것은 고대의 태양숭배 신앙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설날은 새해의 첫날이므로 밝음의 표시로 흰색의 떡을 사용한 것이며, 떡국의 떡을 둥글게 하는 것은 태양의 둥근 것을 상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설날에 마시는 술은 데우지 않고 찬 술을 마신다. 경도잡지(京都雜誌)에 보면 ‘술을 데우지 않는 것은 봄을 맞이하는 뜻이 들어 있는 것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우리들이 연상하는 설날의 이미지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매년 여유롭고 정겨운 것이다.

풍성하게 준비한 음식을 앞에 차려놓고 웃어른들의 훈훈한 덕담이 오가는 가운데 아이들의 재롱으로 모든 가족이 행복해 지는 그런 모습이다. 그런 설날이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설날이 바쁘고 귀찮기까지 한 것으로 변해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설전에 고향을 찾는다. 숨 가쁜 일상 속에서 어렵게 귀성길에 올라 고향에 도착하자마자 쫓기듯이 후딱 차례를 지낸 후 다시 서둘러 귀경길에 오르는 게 요즘의 세태 아닌 세태가 되어버렸다.

수많은 현대의 가정들이 이렇게 피곤하게 설 명절을 마무리하기 일쑤다. 언제나 즐겁고 풍요로울 줄만 알았던 우리의 설날 모습이 이렇게 각박하게 변한 원인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지나치게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사이에 서민들은 죽을 맛이다. 이는 치솟는 물가, 밀리는 임금체불, 늘어만 가는 세금,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교육, 그리고 고령화시대에 발맞추지 못하는 노인복지정책 등이다. 올 설에는 부모님도 한 번 더 찾아뵙고 신발도 사드리자. 가족에 대한 사랑도 미루지 말자. 올 설날이 막 지나면 대동강이 풀린다는 우수다. 이럴 때 국민에게 감동 주는 청와대발 덕담이 온 나라에 가득 차는 그런 설날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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