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과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입력 : 2018. 01. 16(화) 16:38
과거는 지나간 시간, 지나간 일이다. 지나간 시간과 일, 과거를 생각하거나 들추는 것은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일로 치부되기 쉽다. 그러나 과거에 너무 집착하거나 매몰되어서는 안되지만,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고 산물이다. 과거를 잘 살피고 성찰하고 잘잘못을 가려서 교훈으로 삼아야 현재와 미래를 잘 살고 설계할 수가 있다.
과거는 역사다. 그래서 역사를 잘 배우고 알아야 하는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영화 ‘1987’이 6백만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지난 토요일, 가족과 함께 영화 ‘1987’을 보았다. 눈물이 났다. 나도 1987년 6월 항쟁의 많은 현장에서 최루탄에 쫒기면서 마셨다. 경찰청 간부들도 단체로 보았고, 문재인 대통령도 김정숙 여사,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이한열 역을 했던 배우 강동원 등과 함께 보았다. 문 대통령은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가장 힘든 일은 영화 대사 중의 하나인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느냐?’는 가족 등 주위의 말이다. 연희(영화 속의 연세대 여학생)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합칠 때 세상이 바뀐다”고 소감을 말했다.
영화 ‘1987’은 1987년 1월 14일, 서울대생 박종철 군 고문치사사건과 1987년 6월,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 이한열 군 사망사건을 다룬 영화다.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이 체육관에 모여서 간접선거로 선출된 전두환 군부독재 정권이 88올림픽을 핑계대면서 대통령 국민 직선제를 할 수가 없고 대통령 간접선거 제도의 현행 헌법을 유지하겠다는 전두환 대통령의 4·13호헌 조치에 대하여 반대하는 시위 도중에 발생한 사건들이다.
박종철 군은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경찰청)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으로 죽었는데, 안전기획부·검찰·경찰이 공모하여 강민창 치안본부장은 “조사 도중에 탁자를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발표하는 등 은폐 조작하였다. 박종철 군의 고문치사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까지는 교도관, 이부영 동아일보 해직기자, 재야인사 김정남씨,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김승훈 대표 신부, 함세웅 신부 등 많은 민주투사들의 협력이 있었다.
이한열 군은 6월 9일 연세대 정문에서 시위 도중에 경찰이 직격으로 쏜 최루탄을 뒷머리에 맞고 쓰러져 27일 간 뇌사(腦死) 상태에 있다가 7월 5일 세상을 떠났다. 원래 최루탄은 인명 살상이 목적이 아니므로 허공으로 45도 각도로 쏘아야 하는데, 시위대를 향하여 직격으로 무차별 발사한 것이다. 두 학생의 피가 6월 민주항쟁을 촉발시켰고, 6월 항쟁은 직선제 개헌을 약속한 6·29선언을 이끌어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민주주의는 공짜로 저절로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민주열사와 민주투사들의 피와 땀으로 쟁취한 고귀한 열매이다.
지난 14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은 권력의 충견(忠犬)이 되어서 권력 남용과 오용, 인권 침해와 정치 개입, 국민 감시와 탄압에 앞장 선 국가정보원과 검찰, 경찰 개혁을 발표했다. 국민이 위임해 준 권력을 국민의 반대편에 서서 국민을 탄압하고 불법을 자행하는데 써온 권력기관의 개혁은 촛불민심의 간절함이고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하여 대공수사권과 국내 정보 수집권을 빼앗아서 경찰로 넘기고, 대외안보정보원으로 개명한다. 국정원은 감사원의 감사도 받아야 한다. 검찰의 1차 수사권은 경찰로, 고위공직자 수사권은 고위공직자수사처를 신설하여 넘기고 기소권(起訴權)과 영장 집행권을 행사한다. 경찰은 일반경찰과 수사경찰(가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처로 나누고, 특히 자치경찰제를 정착시켜서 시·도지사의 관할 하에 둔다.
국정원을 저렇게 바지저고리 만들면 누가 좋아하겠느냐, 검찰은 욕을 먹어가면서 적폐청산의 총대를 멨는데 토사구팽(兎死狗烹)되는 것이냐, 경찰의 수준이 아직 낮아서 권력 남용과 인권 침해가 많은데 공룡경찰이 되면 어떻게 감당할 수가 있겠느냐 등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일리도 있는 말이다. 그러한 문제점이나 우려는 권력기관 상호 견제와 감시를 통하여 보완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정권과의 절연(絶緣)이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이다는 지적도 타당하다.
권력기관이 아니더라도 문제가 발견되면 고치고 혁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큰 문제나 잘못된 제도, 관행을 고치지 않고 방치 또는 묵인한다면 진짜 직무유기요, 범죄가 될 수가 있다. 그러한 불의와 불법을 고치고 바로잡아서 정의롭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국민들이 권력을 한시적으로 위임해 준 것이다. 권력의 충견이 되어 국민의 반대편에 서서 국민 위에 군림해 온 권력기관들은 지금이라도 대오(大悟) 각성해야 한다.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바뀌고 사람들도 바뀌었다. 국민들이 깨어나서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민주의식을 갖고 있다. 군림(君臨)의 시대가 아니고, 섬김의 시대다. 일방적 통지의 시대가 아니고, 쌍방적 소통의 시대다. 잘못된 관행과 법제도는 과감히 개혁해야 하는 혁신의 시대다. 혁신도 완성된 혁신은 없다. 환경이 변화되어 문제점이 나타나면 혁신도 끝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시행착오와 혁신이 쌓이고 거듭하면서 인간과 역사는 발전한다. 우리 국민들은 더욱 깨어나고 적극 참여해야 한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과거는 역사다. 그래서 역사를 잘 배우고 알아야 하는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영화 ‘1987’이 6백만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지난 토요일, 가족과 함께 영화 ‘1987’을 보았다. 눈물이 났다. 나도 1987년 6월 항쟁의 많은 현장에서 최루탄에 쫒기면서 마셨다. 경찰청 간부들도 단체로 보았고, 문재인 대통령도 김정숙 여사,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이한열 역을 했던 배우 강동원 등과 함께 보았다. 문 대통령은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가장 힘든 일은 영화 대사 중의 하나인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느냐?’는 가족 등 주위의 말이다. 연희(영화 속의 연세대 여학생)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합칠 때 세상이 바뀐다”고 소감을 말했다.
영화 ‘1987’은 1987년 1월 14일, 서울대생 박종철 군 고문치사사건과 1987년 6월,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 이한열 군 사망사건을 다룬 영화다.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이 체육관에 모여서 간접선거로 선출된 전두환 군부독재 정권이 88올림픽을 핑계대면서 대통령 국민 직선제를 할 수가 없고 대통령 간접선거 제도의 현행 헌법을 유지하겠다는 전두환 대통령의 4·13호헌 조치에 대하여 반대하는 시위 도중에 발생한 사건들이다.
박종철 군은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경찰청) 대공분실에서 물고문으로 죽었는데, 안전기획부·검찰·경찰이 공모하여 강민창 치안본부장은 “조사 도중에 탁자를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발표하는 등 은폐 조작하였다. 박종철 군의 고문치사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까지는 교도관, 이부영 동아일보 해직기자, 재야인사 김정남씨,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김승훈 대표 신부, 함세웅 신부 등 많은 민주투사들의 협력이 있었다.
이한열 군은 6월 9일 연세대 정문에서 시위 도중에 경찰이 직격으로 쏜 최루탄을 뒷머리에 맞고 쓰러져 27일 간 뇌사(腦死) 상태에 있다가 7월 5일 세상을 떠났다. 원래 최루탄은 인명 살상이 목적이 아니므로 허공으로 45도 각도로 쏘아야 하는데, 시위대를 향하여 직격으로 무차별 발사한 것이다. 두 학생의 피가 6월 민주항쟁을 촉발시켰고, 6월 항쟁은 직선제 개헌을 약속한 6·29선언을 이끌어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민주주의는 공짜로 저절로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수많은 민주열사와 민주투사들의 피와 땀으로 쟁취한 고귀한 열매이다.
지난 14일,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은 권력의 충견(忠犬)이 되어서 권력 남용과 오용, 인권 침해와 정치 개입, 국민 감시와 탄압에 앞장 선 국가정보원과 검찰, 경찰 개혁을 발표했다. 국민이 위임해 준 권력을 국민의 반대편에 서서 국민을 탄압하고 불법을 자행하는데 써온 권력기관의 개혁은 촛불민심의 간절함이고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하여 대공수사권과 국내 정보 수집권을 빼앗아서 경찰로 넘기고, 대외안보정보원으로 개명한다. 국정원은 감사원의 감사도 받아야 한다. 검찰의 1차 수사권은 경찰로, 고위공직자 수사권은 고위공직자수사처를 신설하여 넘기고 기소권(起訴權)과 영장 집행권을 행사한다. 경찰은 일반경찰과 수사경찰(가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처로 나누고, 특히 자치경찰제를 정착시켜서 시·도지사의 관할 하에 둔다.
국정원을 저렇게 바지저고리 만들면 누가 좋아하겠느냐, 검찰은 욕을 먹어가면서 적폐청산의 총대를 멨는데 토사구팽(兎死狗烹)되는 것이냐, 경찰의 수준이 아직 낮아서 권력 남용과 인권 침해가 많은데 공룡경찰이 되면 어떻게 감당할 수가 있겠느냐 등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일리도 있는 말이다. 그러한 문제점이나 우려는 권력기관 상호 견제와 감시를 통하여 보완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정권과의 절연(絶緣)이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이다는 지적도 타당하다.
권력기관이 아니더라도 문제가 발견되면 고치고 혁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큰 문제나 잘못된 제도, 관행을 고치지 않고 방치 또는 묵인한다면 진짜 직무유기요, 범죄가 될 수가 있다. 그러한 불의와 불법을 고치고 바로잡아서 정의롭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국민들이 권력을 한시적으로 위임해 준 것이다. 권력의 충견이 되어 국민의 반대편에 서서 국민 위에 군림해 온 권력기관들은 지금이라도 대오(大悟) 각성해야 한다.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바뀌고 사람들도 바뀌었다. 국민들이 깨어나서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민주의식을 갖고 있다. 군림(君臨)의 시대가 아니고, 섬김의 시대다. 일방적 통지의 시대가 아니고, 쌍방적 소통의 시대다. 잘못된 관행과 법제도는 과감히 개혁해야 하는 혁신의 시대다. 혁신도 완성된 혁신은 없다. 환경이 변화되어 문제점이 나타나면 혁신도 끝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시행착오와 혁신이 쌓이고 거듭하면서 인간과 역사는 발전한다. 우리 국민들은 더욱 깨어나고 적극 참여해야 한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