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참사를 보고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입력 : 2017. 12. 26(화) 16:50
지난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8층짜리 스포츠시설 건물에서 불이 나 29명이 죽고 30여명이 부상을 당한 사건이 났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푸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청천벽력(靑天霹靂)의 불행을 당하신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리고 옷깃을 여미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언제나 죽은 자는 말없이 떠나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할 일이 있게 마련이다. 화재 원인도 조사해서 고칠 것은 고쳐야 하고, 잘못한 사람들은 벌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는 발전하고 사회정의가 바로 서기 때문이다. 지나간 일을 왜 들추냐고 나무랄 일이 아니다. 옳고 그름을 가리고, 잘한 자는 상을 주고 잘못한 자를 벌 주지 않는다면, 우리 인간사회는 무정부 상태, 무법천지가 되어서 아무에게도 좋은 세상이 아니다. 무질서와 불안, 고통과 공포가 우리를 지배하는 산지옥이 될 것이다.
그래서 사건이 나면 합법적, 합리적으로 잘잘못을 따져서 상 줄 사람과 벌 줄 사람을 가려내지 않을 수가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모양새가 되는 경우가 많으나, 언젠가 내가 주장했듯이 소 잃은 후에라도 외양간을 잘 고쳐야 한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지 안 해서 또 다시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남의 산에 있는 돌을 보고도 교훈을 얻는 타산지석(他山之石)과 남의 잘못을 보고 자기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깨우침을 얻는 반면교사(反面敎師)의 정신은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명심하고 간직해야 할 좌우명(座右銘)이나 처세훈(處世訓)으로 삼아야 한다. 날마다 일어나는 수많은 교통사고나 화재사고 등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사건 사고는 모두가 예외 없이 예고편(豫告篇)이 없다. 전혀 뜻밖의 시간과 장소에서 순식간에 돌발적으로 일어난다.
참변과 불행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엎드려 잠복해 있다가 우리가 안일(安逸)하거나 방심(放心)하거나 교만할 때, 예고 없이 우리를 기습한다. 여자들이 많이 있었던 2층의 비상구가 목욕 용품으로 막혀 있어서 탈출을 못해서 20여명이 사망했다. 연기나 고온이 되면 물이 쏟아져야 할 2층의 스프링쿨러는 고장이 나서 작동되지 안했다. 제천시에서는 제일 시설이 좋은 스포츠센터 안에 있는 사우나 시설이다. 출동한 소방관들은 인명구조의 골든타임에 2층 통유리를 깨고 사람들을 구조하지 안했다는 비난을 유가족들로부터 듣고 있다.
더블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는 ‘소방 인원과 장비를 확충하도록 소방예산을 늘리겠다. 누적된 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장례식장과 화재 현장을 방문하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현장 대응을 잘못해서 인명 피해가 컸다. 세월호와 똑 같다’고 정부를 추궁했다. ‘욕이라도 들어드려야 될 것 같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일 먼저 현장과 장례식장을 찾아가서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조문했다.
경찰은 과실치사상(過失致死傷), 건축물 불법 증축 등의 혐의로 건물주와 건물 관리인을 구속했다. 소방전문 관리업체도 압수수색을 하고 부실 관리 점검을 조사하고 있다. 12월 26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 국회의원들은 청와대 앞에까지 가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 책임자의 처벌, 소방방재청장과 행정안전부 장관의 교체’를 요구했다. 더블어민주당은 ‘제천 화재 참사를 정쟁(政爭)에 이용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생명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세월호 참사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인간의 생명을 잃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사람들도, 정치권도 관심을 갖고 찾아가고 원인을 조사하고 책임을 추궁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자 애쓰는 것이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큰 슬픔과 아픔을 생각하면, 그 무슨 말이나 대책이 필요하겠는가. 그러나 산 자는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다음을 위하여 합리적으로 지혜를 모으고 힘을 모아야 한다.
어느 여자 희생자의 소지품 중에 남편에게 줄 흰 백설기 떡 두 덩어리가 나와서 보는 이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고 받은 떡을 먹지 않고 떡을 좋아하는 남편에게 줄려고 가지고 있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 입고 갔던 남편의 상의 옷까지도 불에 그을리거나 타지 않고 온전히 발견된 것을 보고 적절한 구조가 있었다면 구조되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초등학생 때 많이 보았던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표어가 생각난다. 어디 불조심뿐이겠는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동차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자나 깨나 차(車) 조심’도 정말 중요하다. 지난 3월 25일, 나 자신도 교통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겼기 때문에 운전을 하던지, 운전을 하지 않던지를 떠나서 ‘차 조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싶다. 나의 교통사고 경과는 다른 기회에 말하고자 한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언제나 죽은 자는 말없이 떠나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할 일이 있게 마련이다. 화재 원인도 조사해서 고칠 것은 고쳐야 하고, 잘못한 사람들은 벌도 주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는 발전하고 사회정의가 바로 서기 때문이다. 지나간 일을 왜 들추냐고 나무랄 일이 아니다. 옳고 그름을 가리고, 잘한 자는 상을 주고 잘못한 자를 벌 주지 않는다면, 우리 인간사회는 무정부 상태, 무법천지가 되어서 아무에게도 좋은 세상이 아니다. 무질서와 불안, 고통과 공포가 우리를 지배하는 산지옥이 될 것이다.
그래서 사건이 나면 합법적, 합리적으로 잘잘못을 따져서 상 줄 사람과 벌 줄 사람을 가려내지 않을 수가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모양새가 되는 경우가 많으나, 언젠가 내가 주장했듯이 소 잃은 후에라도 외양간을 잘 고쳐야 한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지 안 해서 또 다시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남의 산에 있는 돌을 보고도 교훈을 얻는 타산지석(他山之石)과 남의 잘못을 보고 자기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깨우침을 얻는 반면교사(反面敎師)의 정신은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명심하고 간직해야 할 좌우명(座右銘)이나 처세훈(處世訓)으로 삼아야 한다. 날마다 일어나는 수많은 교통사고나 화재사고 등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사건 사고는 모두가 예외 없이 예고편(豫告篇)이 없다. 전혀 뜻밖의 시간과 장소에서 순식간에 돌발적으로 일어난다.
참변과 불행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엎드려 잠복해 있다가 우리가 안일(安逸)하거나 방심(放心)하거나 교만할 때, 예고 없이 우리를 기습한다. 여자들이 많이 있었던 2층의 비상구가 목욕 용품으로 막혀 있어서 탈출을 못해서 20여명이 사망했다. 연기나 고온이 되면 물이 쏟아져야 할 2층의 스프링쿨러는 고장이 나서 작동되지 안했다. 제천시에서는 제일 시설이 좋은 스포츠센터 안에 있는 사우나 시설이다. 출동한 소방관들은 인명구조의 골든타임에 2층 통유리를 깨고 사람들을 구조하지 안했다는 비난을 유가족들로부터 듣고 있다.
더블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는 ‘소방 인원과 장비를 확충하도록 소방예산을 늘리겠다. 누적된 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장례식장과 화재 현장을 방문하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현장 대응을 잘못해서 인명 피해가 컸다. 세월호와 똑 같다’고 정부를 추궁했다. ‘욕이라도 들어드려야 될 것 같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일 먼저 현장과 장례식장을 찾아가서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조문했다.
경찰은 과실치사상(過失致死傷), 건축물 불법 증축 등의 혐의로 건물주와 건물 관리인을 구속했다. 소방전문 관리업체도 압수수색을 하고 부실 관리 점검을 조사하고 있다. 12월 26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 국회의원들은 청와대 앞에까지 가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 책임자의 처벌, 소방방재청장과 행정안전부 장관의 교체’를 요구했다. 더블어민주당은 ‘제천 화재 참사를 정쟁(政爭)에 이용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생명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세월호 참사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인간의 생명을 잃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사람들도, 정치권도 관심을 갖고 찾아가고 원인을 조사하고 책임을 추궁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자 애쓰는 것이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큰 슬픔과 아픔을 생각하면, 그 무슨 말이나 대책이 필요하겠는가. 그러나 산 자는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다음을 위하여 합리적으로 지혜를 모으고 힘을 모아야 한다.
어느 여자 희생자의 소지품 중에 남편에게 줄 흰 백설기 떡 두 덩어리가 나와서 보는 이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고 받은 떡을 먹지 않고 떡을 좋아하는 남편에게 줄려고 가지고 있다가 참변을 당한 것이다. 입고 갔던 남편의 상의 옷까지도 불에 그을리거나 타지 않고 온전히 발견된 것을 보고 적절한 구조가 있었다면 구조되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초등학생 때 많이 보았던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표어가 생각난다. 어디 불조심뿐이겠는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동차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자나 깨나 차(車) 조심’도 정말 중요하다. 지난 3월 25일, 나 자신도 교통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겼기 때문에 운전을 하던지, 운전을 하지 않던지를 떠나서 ‘차 조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싶다. 나의 교통사고 경과는 다른 기회에 말하고자 한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