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임명함으로서 새 정부 1기 내각을 완성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5월 9일 조기 실시된 제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문 대통령은 대통령 인수위원회 없이 선거 이튿날 5월 10일 취임했다. 역사상 최장이라는 취임 196일 만에 새 내각을 마무리한 것이다.

홍 장관 후보자의 딸이 외할머니로부터 증여를 받을 때 증여세를 적게 내기 위해서 쪼개기 증여를 했고, 자료 미제출로 야당의 사퇴 압박을 받았다. 증여 액이 10억 원이 넘으면 증여세를 40% 내야 한다. ‘삼수(三修)를 해서라도 서울대를 가야한다’는 홍 후보자의 과거 발언도 문제가 되었다. 홍 후보자가 국회의원으로 인사청문위원으로 활동할 때, 요청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국무위원에게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국회를 무시한 행위다. 이게 청문회냐?’고 호통을 쳤다. 자료를 제출해서 전 국민 앞에서 당하는 것 보다 자료 미제출로 지적받고 넘어가는 것이 상책이라는 버티기 작전, 무시 전략이다.

이제 위치가 바뀌어서 청문을 받는 국무위원이 되자 요청 받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버티기 작전을 편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은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의 결정판’이라고 홍 후보자를 반대했다.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안 했지만, 문 대통령은 홍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했다.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안했어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장관, 송영무 국방부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서 다섯 번째이다.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에 관계없이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할 수 있는데, 그러면 국회 인사청문회는 왜 하는 것이냐는 의문이 들 수가 있다. 국무위원 등 고위 공직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일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래도 국회 인사청문제도는 절대로 필요하다. 야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 정책과 능력 검증 보다는 신상 털기, 인신공격, 망신 주기, 양심 마비의 내로남불 연출, 언론의 주목을 받아서 지역 선거구민들과 국민들에게 보여주기식의 오버 액션, 권위적인 호통과 큰소리치기, 알맹이 없는 맹탕 질문 등 청문위원들이나 청문 대상 후보자들은 국민에게 실망스럽고 민망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 주었다. 저런 청문회는 뭐하러하느냐는 비난의 여론도 만만치 않다.

그래도 국회 청문회는 해야 한다. 보태거나 숨김이 없이 사실대로 말하겠다고 선서해 놓고 거짓말을 한 증인과 청문 당사자가 위증죄로 처벌받고 있다. 또한 불필요하고 본질적이지 않는 질의와 답변도 있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대신하여 궁금한 것을 질의하고 따지지 않는다면, 그 누가 있어 금력과 권력을 쥐고 있는 그들을 데려다가 선서를 시키고 질의하고 질책(叱責)할 수 있단 말인가. 5공 청문회 때는 노무현 의원 같은 청문회 스타도 탄생했다. 청문회장에 나온 광주학살 원흉 전두환 전 대통령을 ‘살인마!’라고 외치면서 자기 명패를 던지는 용기와 결기는 온 국민의 주목과 찬사를 받았다. 국민이 하고 싶은 말을 국민을 대신하여 시원스럽게 해 주었기 때문에 인기 있는 청문회 스타가 탄생한 것이다. 지금도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헤치거나 문제의 해법까지 합리적으로 제시하는 청문위원들은 국민의 주목과 사랑을 받고 있다.

국회 청문회 장소는 불려나온 청문 대상자나 청문위원들에게나, 청문 진행 광경을 지켜보는 국민들이나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자리이다. 뻔한 거짓말을 뻔뻔하게 하고 있든, 진솔하고 진실을 말해서 국민에게 감동과 사랑을 받게 되든, 국회 인사청문회는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중요한 제도의 하나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안전을 결정하고 관리하고 책임지게 되는 국가의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되는 고위 공직자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을 검증할 수 있는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없다면 우리는 불안과 불행, 절망할 일들이 너무나 많게 될 것이다. 그래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 같아도 야당은 반드시 있어야 하고, 야당의 역할과 기능은 민주국가에서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서 국무총리 등 고위 공직자들이 위장 전입·논문 표절·세금 탈루·병역 면탈·부동산 투기 등 고위공직자 임명 배제 5대 원칙에 해당되는 인물들만 청문회에 나타나서, ‘찾을려고 해도 찾기 어려운 사람들만 일부러 찾아서 청문회에 내보내는 모양이다’고 국민들은 실망과 허탈감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 5대 원칙에 음주 운전·성 관련 범죄를 추가하여 7대 인사 기준을 발표했다.

이번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선택할 때도 접촉한 15명은 사양하고, 15명은 흠결(欠缺)이 있어서 삼십 번째로 적합하다고 선택한 사람이 홍 후보자라고 한다. 고위 공직자 후보가 될 수 있는 우리 사회 상층부가 되려면, 위장 전입·논문 표절·세금 탈루·병역 면탈·부동산 투기를 해야 한다는 슬픈 역설(逆說)이 성립한다. 그렇게 해서 부자 되고 출세하고 상류층이 되었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실상이라고 하면 논리의 비약, 과도한 상상력이라고 힐 것인가. 노력한 만큼 성취하는 따뜻한 사회. 정의로운 국가가 되려면 갈 길이 너무나 아득하고 멀기만 하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