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1주년을 맞는 감회와 체험기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입력 : 2017. 10. 31(화) 17:18
지난 주 토요일, 10월 28일 오후 6시에 촛불집회 1주년 촛불집회가 ‘촛불은 계속된다’는 주제로 열렸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규탄하는 1회 촛불집회가 작년 10월 29일 토요일에 열린 후 2017년 4월 25일 23차 촛불집회에 연인원 1700만 명이 참여했다고 인정되고 있다. 주최하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에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민주노총,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2500여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서 참여했다.
촛불은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국민의 명령이다. 촛불은 시민들 마음에 뿌려진 민주주의이다. 촛불은 ‘헬조선’을 바로잡고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태풍 같은 의지와 헌신이었다. 촛불 시위 현장은 시민이 이 나라와 이 사회의 주인임을 자각시킨 민주시민 교육 현장이요, 정치의식 체험 장소였다. 세계가 경이와 감동으로 바라보고 배운 평화와 민주의 시민혁명이었다.
적폐와 기득권 세력을 청산하고 시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촛불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시민들이 주인이 되는 참다운 민주주의로 나갈 길이 아직 멀다. 광장에서 타올랐던 촛불이 동네로, 일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정부가 시민들을 믿고 적폐를 청산하는 데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적폐세력은 아직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온갖 저항과 반격을 하면서 혼돈과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워낙 뿌리가 깊은 적폐들이 많기 때문에 정부의 선의만을 믿고 맡기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촛불을 계속 들어야 한다. 이것이 현재 비상퇴진행동과 촛불시민들의 여론이다.
나는 1차부터 23차까지, 그리고 1주년 촛불집회까지 모두 참여하면서 보고 겪은 몇 가지 일을 기록해 두고자 한다. 체험과 생각을 기록하지 않으면 모두 사라지고 아무런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몇 만 명에서부터 2백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피켓을 들고 노래하고 구호를 외치고 연설을 듣고 함성을 지르고 행진하고, 춥고 배고프면 노점이나 식당으로 들어가서 몸을 덮히기도 했다. 커피, 어묵, 촛불은 사기도 하고 나누어 주기도 한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어디나 먹는 문제와 화장실 문제가 있다. 광화문광장 촛불집회 장소로 가는 길목인 서울시청역 화장실은 남자들의 긴 줄이 이색적이었다.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는 여자들의 긴 줄이 일상적인데, 정반대로 남자들의 긴 줄은 남자들의 참가자가 많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서울시에서 광화문 근처 빌딩 화장실 개방을 협조 받아서 다소 완화되었다. 말이 나왔으니 평소 생각을 한 마디 한다면, 모든 공공기관과 고속도로 휴게소, 공중 화장실은 여자 화장실이 남자 화장실 보다 최소 3배 이상 더 많이 설치해야 한다. 신체적·생리적 차이를 무시한 모든 행위와 시설은 시정되어야 할 불평등과 불합리한 차별이다.
지난 1월 14일(토) 12차 촛불집회의 밤은 영하 10도였다.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참여한 젊은 엄마의 모습에 가슴이 찡했다. 역시 한 겨울 추운 어느 날 촛불집회 밤이었다. 집회의 끝물이어서 대다수 시민들이 해산해서 귀가하고 청와대 바로 앞 춘추관 앞은 전경과 전경버스로 둘러 싸여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몇 십 명이 마이크로 구호를 외치고 있는 파장(罷場)이었다. 어둡고 추운 깊은 밤의 춘추관 앞 길가에 앉아서 어린 자녀 둘과 도시락을 먹고 있는 젊은 부부를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 밝고 넓고 시민들이 많은 광화문광장으로 가서 먹어도 될 텐데, 어린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보챘던 모양이다.
어느 몹시 추운 집회 날 밤이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깃발을 든 여학생이 쇠로 된 깃대를 옷 소매로 손을 싸서 잡고도 손이 시려워서 왼손과 오른손을 번갈아 잡고 있었다. 한참 쳐다보던 나는 얼른 프레스센터 앞 길가에서 장갑 파는 노점상까지 빠르게 가서 장갑을 사가지고 광화문 앞 촛불집회 무대 가까운 곳까지 갔으나 서울대 총학생회 깃발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철수한 모양이었다. 돌아오면서 그 장갑 노점상에 갔더니, 지나가는 서울대 총학생회 깃발을 든 여학생을 우연히 발견하고 장갑을 그냥 주었다고 청년이 말했다. 내가 장갑의 용도는 말했지만 수 만 명이 지나가는데, 어떻게 발견하고 돈 안 받고 주었는지 참 아름다웠다. 나는 그 청년에게 여학생 장갑 값을 주었다.
청와대 가는 길목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를 지나서 청와대 앞 100m까지 행진이 법원에 의해서 허가된 밤이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행진하다 보면 화장실을 못 찾아서 곤욕을 치루는 경우가 많다. 화장실을 못 찾아서 쩔쩔 매다가 화장실을 개방한 어느 빵집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볼 일을 보고 감사해서 빵을 사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그 중에 한 사람이었다. 뜻밖에 그곳에서 서울여대 학생기자들을 만나서 간단한 인터뷰도 했다.
나는 가족과 함께 참여한 적도 있다. 광화문 동쪽 동십자각 앞길에서 일본 후지TV와 노상(路上)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어린 아이들 머리에 형광 촛불을 달아주고 손잡고 함께 행진하는 가족들, 유모차 끌고 참여한 젊은 엄마들, 나란히 촛불 들고 행진하는 연인들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집회가 끝날 무렵, 버려진 쓰레기와 손 팻말을 주어서 길가에 있는 큰 쓰레기 봉지에 넣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전·의경 버스 벽에 붙혀진 수많은 스티커를 일일이 떼어내는 시민들의 손길은 더욱 아름다웠다.
자유의 광장, 해방의 공간, 민주주의의 훈련장, 자유민주주의의 살아있는 힘, 촛불은 계속되어야 한다. 저항과 반격을 극복하고 우리 위대한 국민과 함께 앞으로 힘차게 전진해야 한다. 친일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하는 슬픈 역사를 이제라도 끝장내야 한다. 정의에 목마른 우리 국민의 준엄한 명령인 적폐청산에 실패하면 문재인 정권도, 우리 국민도 오래 오래 너무나 불행해 질 것이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촛불은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국민의 명령이다. 촛불은 시민들 마음에 뿌려진 민주주의이다. 촛불은 ‘헬조선’을 바로잡고 나라다운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태풍 같은 의지와 헌신이었다. 촛불 시위 현장은 시민이 이 나라와 이 사회의 주인임을 자각시킨 민주시민 교육 현장이요, 정치의식 체험 장소였다. 세계가 경이와 감동으로 바라보고 배운 평화와 민주의 시민혁명이었다.
적폐와 기득권 세력을 청산하고 시민이 주인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촛불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시민들이 주인이 되는 참다운 민주주의로 나갈 길이 아직 멀다. 광장에서 타올랐던 촛불이 동네로, 일상으로 이어져야 한다. 정부가 시민들을 믿고 적폐를 청산하는 데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적폐세력은 아직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고 온갖 저항과 반격을 하면서 혼돈과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워낙 뿌리가 깊은 적폐들이 많기 때문에 정부의 선의만을 믿고 맡기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촛불을 계속 들어야 한다. 이것이 현재 비상퇴진행동과 촛불시민들의 여론이다.
나는 1차부터 23차까지, 그리고 1주년 촛불집회까지 모두 참여하면서 보고 겪은 몇 가지 일을 기록해 두고자 한다. 체험과 생각을 기록하지 않으면 모두 사라지고 아무런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몇 만 명에서부터 2백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피켓을 들고 노래하고 구호를 외치고 연설을 듣고 함성을 지르고 행진하고, 춥고 배고프면 노점이나 식당으로 들어가서 몸을 덮히기도 했다. 커피, 어묵, 촛불은 사기도 하고 나누어 주기도 한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어디나 먹는 문제와 화장실 문제가 있다. 광화문광장 촛불집회 장소로 가는 길목인 서울시청역 화장실은 남자들의 긴 줄이 이색적이었다.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는 여자들의 긴 줄이 일상적인데, 정반대로 남자들의 긴 줄은 남자들의 참가자가 많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서울시에서 광화문 근처 빌딩 화장실 개방을 협조 받아서 다소 완화되었다. 말이 나왔으니 평소 생각을 한 마디 한다면, 모든 공공기관과 고속도로 휴게소, 공중 화장실은 여자 화장실이 남자 화장실 보다 최소 3배 이상 더 많이 설치해야 한다. 신체적·생리적 차이를 무시한 모든 행위와 시설은 시정되어야 할 불평등과 불합리한 차별이다.
지난 1월 14일(토) 12차 촛불집회의 밤은 영하 10도였다.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참여한 젊은 엄마의 모습에 가슴이 찡했다. 역시 한 겨울 추운 어느 날 촛불집회 밤이었다. 집회의 끝물이어서 대다수 시민들이 해산해서 귀가하고 청와대 바로 앞 춘추관 앞은 전경과 전경버스로 둘러 싸여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몇 십 명이 마이크로 구호를 외치고 있는 파장(罷場)이었다. 어둡고 추운 깊은 밤의 춘추관 앞 길가에 앉아서 어린 자녀 둘과 도시락을 먹고 있는 젊은 부부를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 밝고 넓고 시민들이 많은 광화문광장으로 가서 먹어도 될 텐데, 어린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보챘던 모양이다.
어느 몹시 추운 집회 날 밤이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깃발을 든 여학생이 쇠로 된 깃대를 옷 소매로 손을 싸서 잡고도 손이 시려워서 왼손과 오른손을 번갈아 잡고 있었다. 한참 쳐다보던 나는 얼른 프레스센터 앞 길가에서 장갑 파는 노점상까지 빠르게 가서 장갑을 사가지고 광화문 앞 촛불집회 무대 가까운 곳까지 갔으나 서울대 총학생회 깃발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철수한 모양이었다. 돌아오면서 그 장갑 노점상에 갔더니, 지나가는 서울대 총학생회 깃발을 든 여학생을 우연히 발견하고 장갑을 그냥 주었다고 청년이 말했다. 내가 장갑의 용도는 말했지만 수 만 명이 지나가는데, 어떻게 발견하고 돈 안 받고 주었는지 참 아름다웠다. 나는 그 청년에게 여학생 장갑 값을 주었다.
청와대 가는 길목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를 지나서 청와대 앞 100m까지 행진이 법원에 의해서 허가된 밤이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행진하다 보면 화장실을 못 찾아서 곤욕을 치루는 경우가 많다. 화장실을 못 찾아서 쩔쩔 매다가 화장실을 개방한 어느 빵집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볼 일을 보고 감사해서 빵을 사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그 중에 한 사람이었다. 뜻밖에 그곳에서 서울여대 학생기자들을 만나서 간단한 인터뷰도 했다.
나는 가족과 함께 참여한 적도 있다. 광화문 동쪽 동십자각 앞길에서 일본 후지TV와 노상(路上)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어린 아이들 머리에 형광 촛불을 달아주고 손잡고 함께 행진하는 가족들, 유모차 끌고 참여한 젊은 엄마들, 나란히 촛불 들고 행진하는 연인들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집회가 끝날 무렵, 버려진 쓰레기와 손 팻말을 주어서 길가에 있는 큰 쓰레기 봉지에 넣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전·의경 버스 벽에 붙혀진 수많은 스티커를 일일이 떼어내는 시민들의 손길은 더욱 아름다웠다.
자유의 광장, 해방의 공간, 민주주의의 훈련장, 자유민주주의의 살아있는 힘, 촛불은 계속되어야 한다. 저항과 반격을 극복하고 우리 위대한 국민과 함께 앞으로 힘차게 전진해야 한다. 친일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하는 슬픈 역사를 이제라도 끝장내야 한다. 정의에 목마른 우리 국민의 준엄한 명령인 적폐청산에 실패하면 문재인 정권도, 우리 국민도 오래 오래 너무나 불행해 질 것이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