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백제박물관과 공주박물관, 우금티 고개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입력 : 2017. 09. 26(화) 16:55
들녘에는 농부들이 봄에 땀 흘리며 뿌리고 가꾸어 놓은 나락들이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가뭄도 이겨내고 폭우도 이겨내고 쓰러지지 않고 꿋꿋이 일어서서 노랗게 영근 벼를 농부들에게 돌려주는 벼들의 모습이 가슴 뿌듯했다. 지난 주 금요일에 풍납토성과 한성백제박물관을 둘러보고 공주로 가서 국립공주박물관에서 학술 세미나를 하고, 공주한옥마을에서 숙박하고 토요일에는 공주시에 있는 무령왕릉, 공산성(公山城)과 동학혁명군 위령탑이 있는 우금티 고개를 찾았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주최하는 통일역사문화탐방을 가입단체인 우리 백두산문인협회 3명의 임원들과 함께 참가했다. 아침 아흡 시에 몽촌토성역에 있는 한성백제박물관 정문에 도착하기 위해서 아침 7시에 집에서 나서야 했다. 출근길 지하철역과 전철 안은 정말 사람에 떠밀려서 다니는 만원사례였다. 고려대에서 고고역사학을 전공한 해설자의 안내 설명을 들으며 한성백제박물관과 몽촌토성을 보고 풍납토성은 유물과 사진 등으로만 보았다.
한성백제박물관과 몽촌토성을 보고 풍납토성은 유물과 사진 등을 보고 느낀 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배제하면 공주와 부여가 수도인 줄 알고 서울, 한양, 한성(漢城)에는 백제가 몇 십 년 잠깐 있었거나 말았거나로 알고 있는 것이 일반인들의 통념이다. 나는 한성에 수도를 1～2백년 삼아거니 추측하고, 언제 확인하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었다. 백제 역사를 확인해 보니, 백제는 시조 온조왕이 한성에 BC 18년에 정하고 고구려 장수왕에 의해서 한성 백제가 쫓겨나는 AD 475년 까지 493년간 한성을 수도로 삼고 있었다. 역사학회 회원이고 역사의식을 갖고 있다는 자긍심을 조금은 갖고 있는 나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둘째, 패망한 백제의 역사는 모두가 사라지고 왜곡되고 인멸(湮滅)되는 슬픈 역사를 확인했다. 서울 강남지역 개발로 얼마나 많은 국보급 문화재와 유물이 유실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묻혀졌는지 아무도 모른다. 수많은 아파트가 들어서기 위해서는 땅 밑으로도 수십 미터 깊이 파고 건축하기 때문에 한성백제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 유품들이 모두 기적처럼 보였다. 일제시대에는 또 얼마나 많은 도굴(盜掘)이 행해 졌을까. 고려와 조선, 일제와 개발 시기를 천오백년 동안 거치면서 살아남은 유물들을 보면서 나는 눈물이 날 정도였다.
셋째, 인생의 무상(無常), 세상의 무상, 권력의 무상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왕릉도, 귀족과 장군릉에서도 뼈도 찾기 힘들고 기와 조각이나, 녹슬은 칼과 화살촉, 토기, 금박 장식품만이 우리를 맞이해 주고 있다. 많이 살아도 백년을 사는 우리 인생은 서로 옳다고, 서로 잘한다고 갈등하고 대립하고 싸우고 상처입고 죽고 죽이기도 한다.
국립공주박물관으로 버스로 이동해서 통일부와 충청남도가 주최하고 민화협이 주관하는 ‘2017 충남 통일역시문화포럼’에 참석했다. ‘남북도시 간 교류를 열자. 융진성과 평양성 1500년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교수, 전문가 등이 참가한 세미나는 오후 내내 진행되었다. 밤에는 청사초롱이 밝혀진 공주한옥마을 야외에서 맑은 밤공기를 마시며 공주 알밤 막걸리, 군밤 막걸리로 우리 일행이 뒤풀이를 했다.
백제는 공주에서 5대 왕 60여년, 부여에서 150여년 지속되었다. 무령왕릉과 공산성을 보고 우금치(牛禁峙 戰鬪)로 유명한 우금티 고개를 찾았다. 우금티는 우금고개라는 한글 표현이다. 전봉준을 비롯한 손병희가 이끄는 동학농민 주력군은 우금치 전투에서 우세한 화력을 앞세운 관군과 일본군 연합부대에 패함으로써 1894년 3월 20일 무장 기포 이후 이어진 동학농민전쟁이 사실상 종결되는 계기가 되었다. 1894년 11월 9일부터 시작된 우금치 전투는 “쌓인 시체가 산을 가득 메웠다”고 할 만큼 동학농민군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으며, 11일 능치 전투를 끝으로 동학농민군의 주력부대는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이후 일본군과 관군, 그리고 지역 유생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유회군들에 의한 동학농민군 토벌이 대대적으로 전개되었다
1894년 11월 9일부터 4일간 전개된 우금치 전투는 동학농민군이 벌인 전투 중 최대 규모였으며, 전국 각지에서 전개된 동학농민전쟁의 전세를 결정할 수 있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전투였다. 이 전투에서의 패배는 결국 ‘척왜’, ‘보국안민(輔國安民)’을 주장하며 1894년 3월부터 전개된 동학농민전쟁이 실패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우금치 전투는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그 치열하고 처절한 희생만큼이나 당시 민중들의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 전투였다.
기관총을 난사하는 일본군과 관군, 유회군 앞에 죽창과 농기구 들고 돌진하다가 수 천 수 만 명이 죽어간 우금티 고개에 세워진 동학혁명군 위령탑에서 묵념을 올리고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들이 눈감지 못하고 피 흘리면 죽어간 들판이 보이는 우금티 고개에서 시 한 편을 써 왔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주최하는 통일역사문화탐방을 가입단체인 우리 백두산문인협회 3명의 임원들과 함께 참가했다. 아침 아흡 시에 몽촌토성역에 있는 한성백제박물관 정문에 도착하기 위해서 아침 7시에 집에서 나서야 했다. 출근길 지하철역과 전철 안은 정말 사람에 떠밀려서 다니는 만원사례였다. 고려대에서 고고역사학을 전공한 해설자의 안내 설명을 들으며 한성백제박물관과 몽촌토성을 보고 풍납토성은 유물과 사진 등으로만 보았다.
한성백제박물관과 몽촌토성을 보고 풍납토성은 유물과 사진 등을 보고 느낀 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배제하면 공주와 부여가 수도인 줄 알고 서울, 한양, 한성(漢城)에는 백제가 몇 십 년 잠깐 있었거나 말았거나로 알고 있는 것이 일반인들의 통념이다. 나는 한성에 수도를 1～2백년 삼아거니 추측하고, 언제 확인하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었다. 백제 역사를 확인해 보니, 백제는 시조 온조왕이 한성에 BC 18년에 정하고 고구려 장수왕에 의해서 한성 백제가 쫓겨나는 AD 475년 까지 493년간 한성을 수도로 삼고 있었다. 역사학회 회원이고 역사의식을 갖고 있다는 자긍심을 조금은 갖고 있는 나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둘째, 패망한 백제의 역사는 모두가 사라지고 왜곡되고 인멸(湮滅)되는 슬픈 역사를 확인했다. 서울 강남지역 개발로 얼마나 많은 국보급 문화재와 유물이 유실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묻혀졌는지 아무도 모른다. 수많은 아파트가 들어서기 위해서는 땅 밑으로도 수십 미터 깊이 파고 건축하기 때문에 한성백제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 유품들이 모두 기적처럼 보였다. 일제시대에는 또 얼마나 많은 도굴(盜掘)이 행해 졌을까. 고려와 조선, 일제와 개발 시기를 천오백년 동안 거치면서 살아남은 유물들을 보면서 나는 눈물이 날 정도였다.
셋째, 인생의 무상(無常), 세상의 무상, 권력의 무상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왕릉도, 귀족과 장군릉에서도 뼈도 찾기 힘들고 기와 조각이나, 녹슬은 칼과 화살촉, 토기, 금박 장식품만이 우리를 맞이해 주고 있다. 많이 살아도 백년을 사는 우리 인생은 서로 옳다고, 서로 잘한다고 갈등하고 대립하고 싸우고 상처입고 죽고 죽이기도 한다.
국립공주박물관으로 버스로 이동해서 통일부와 충청남도가 주최하고 민화협이 주관하는 ‘2017 충남 통일역시문화포럼’에 참석했다. ‘남북도시 간 교류를 열자. 융진성과 평양성 1500년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교수, 전문가 등이 참가한 세미나는 오후 내내 진행되었다. 밤에는 청사초롱이 밝혀진 공주한옥마을 야외에서 맑은 밤공기를 마시며 공주 알밤 막걸리, 군밤 막걸리로 우리 일행이 뒤풀이를 했다.
백제는 공주에서 5대 왕 60여년, 부여에서 150여년 지속되었다. 무령왕릉과 공산성을 보고 우금치(牛禁峙 戰鬪)로 유명한 우금티 고개를 찾았다. 우금티는 우금고개라는 한글 표현이다. 전봉준을 비롯한 손병희가 이끄는 동학농민 주력군은 우금치 전투에서 우세한 화력을 앞세운 관군과 일본군 연합부대에 패함으로써 1894년 3월 20일 무장 기포 이후 이어진 동학농민전쟁이 사실상 종결되는 계기가 되었다. 1894년 11월 9일부터 시작된 우금치 전투는 “쌓인 시체가 산을 가득 메웠다”고 할 만큼 동학농민군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으며, 11일 능치 전투를 끝으로 동학농민군의 주력부대는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이후 일본군과 관군, 그리고 지역 유생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유회군들에 의한 동학농민군 토벌이 대대적으로 전개되었다
1894년 11월 9일부터 4일간 전개된 우금치 전투는 동학농민군이 벌인 전투 중 최대 규모였으며, 전국 각지에서 전개된 동학농민전쟁의 전세를 결정할 수 있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전투였다. 이 전투에서의 패배는 결국 ‘척왜’, ‘보국안민(輔國安民)’을 주장하며 1894년 3월부터 전개된 동학농민전쟁이 실패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우금치 전투는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그 치열하고 처절한 희생만큼이나 당시 민중들의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 전투였다.
기관총을 난사하는 일본군과 관군, 유회군 앞에 죽창과 농기구 들고 돌진하다가 수 천 수 만 명이 죽어간 우금티 고개에 세워진 동학혁명군 위령탑에서 묵념을 올리고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들이 눈감지 못하고 피 흘리면 죽어간 들판이 보이는 우금티 고개에서 시 한 편을 써 왔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국회출입기자포럼 회장 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