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에 돈은 중요하다. 자동차의 휘발유와 같다. 휘발유가 없으면 자동차는 시동을 걸 수도 없기 때문이다. 돈이 없으면 인간의 생존도 위협 받을 수 있다. 아파도 돈이 없으면 적절한 치료도, 수술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 돈의 유무와 다소(多少)는 일의 성패를 좌우하고,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민족의 명운(命運)을 가르는 통일문제에서도 돈의 문제는 간단하지가 않다.

북한 주민들은 식량 부족과 의약품 부족, 열악한 생활환경 등으로 인해서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 결핵 환자도 많고, 아파도 치료 받을 수 있는 의료시설도 너무나 적다. 어린이들의 영양상태가 안 좋아서 같은 또래의 남한 어린이들의 키 보다 평균 15cm 이상 더 작고, 어른들의 신장도 남한 성인들 보다 평균 10cm 이상 작다는 믿을 만한 보고서가 있다.

수십 년 열악한 영양 상태와 생활환경 속에서 성장하고 생활하다 보니 신체가 제대로 발육을 못하고 비극적인 상황이 되었다. 20여년 오랜 세월, 동독을 향하여 활발한 교류 협력을 해 온 결과, 서독은 동독인들의 마음을 얻고 아무도 막을 수 없는 평화적인 통일을 이룩했다. 독일 통일에 경제적인 지원과 교류가 큰 역할을 했다. 서독의 부강한 경제력이 없었다면 독일 통일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통일을 이루기 위한 통일비용은 통일이 되어 얻는 이익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다. 그리고 점진적이고 평화적인 통일비용은 갑작스러운 흡수통일 비용 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에 북한에 끌려 다니면서 일방적인 퍼주기를 했다고 악선전을 했는데 실상은 정반대라는 것을 숫자로 간단히 밝힌다.

역대 정부의 대북송금을 보면 김영삼 정부의 문민정부는 북한 경수로 건설 사업 지원 등으로 1995년부터 약 4조원을 송금했다. 햇볕정책을 추진한 김대중 정부는 관광대금 4억2천만 달러, 교역대금 4억7천2백만 달러, 사업대금 4억5천만 달러, 합 13억4,500만 달러(1조6천5백억 원)을 송금했다. 노무현 정부는 관광대금 1억2천5백만 달러, 개성공단 4천백만 달러, 교역대금 12억4천만 달러, 합 14억 1,000만 달러를 송금했다. 이명박 정부는 관광대금과 개성공단, 교역대금을 합하여 16억 8천만 달러를 송금했다. 김영삼 정부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송금액을 합한 것 보다 더 많은 송금을 했다. 이명박 정부도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보다 더 많이 송금했다.

박근혜 정부는 남북 경제의 허파요, 경제 공동체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북한 핵 개발 자금으로 유입된다는 엉터리 정책 판단으로 개성공단을 먼저 폐쇄해 버렸다. 통일 역주행(逆走行)의 열차에 올라탄 셈이다. 남북관계에서도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었다. 박 대통령의 말로는 임기도 못 채우고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 전원의 찬성으로 파면되어서 구속 형사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헌정사상 초유의 치욕을 겪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이 위임해 준 막강한 국가권력을 돈이라는 사욕과 사리(私利)를 채우다가 저런 참담한 절망 속으로 떨어진 것이다.

박 대통령의 탄핵과 정의로운 나라 세우기를 위하여 우리 국민들은 타는 목마름으로 20차에 걸친 평화적인 촛불집회를 치루면서 엄청난 민주주의와 정치 훈련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이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이었다. 세간에는 박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이 문 대통령의 선거대책위원장과 선거대책본부장 역할을 제대로 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북한의 급변 사태로 인한 중국군의 북한 진주(進駐)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있다. 중국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 완료한 동북공정(東北工程)의 결론은 고조선·고구려·발해는 중국의 지방 정권이고, 고조선·고구려·발해 땅은 당연히 중국 땅이라는 것이다. 북한에 급변사태가 나서 혼란해 지거나 친중국 군사정권이 체제 유지나 정권 유지를 위해서 중국 군대의 진주를 요청해서 북한에 중국 군대가 들어가면, 중국은 옛 중국 고토(故土), 고조선·고구려·발해 땅을 되찾았다고 당연시 할 것이다. 그러면 북한은 영원히 중국 영토가 되어서 통일은 영원히 멀어질지도 모른다. 얼마 전 고인이 된 국제정치학계의 원로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성균경영인포럼이 주최한 조찬 토론회에서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 시에 중국군의 북한 진주를 제일 걱정하고 있었다.

북한 붕괴에 따른 대량 탈북으로 인한 사회 혼란과 엄청난 통일 비용도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다. 점진적·평화적인 통일의 통일비용이 급진적·흡수적 통일의 통일비용에 비하면 아주 적은 비용이라고 전문 학자들이 학회 학술대회에서 구체적인 소요 비용을 제시하면서 주장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통일이 되었을 때의 통일 비용과 혼란과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한다. 5천만 남한 주민과 2천5백만 북한 주민이 하루아침에 뒤섞인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 보자. 파생되는 문제와 갈등은 여기서 말로 모두 설명할 수가 없다.

어떤 사람들은 북한이 곧 붕괴될 것이고 그러면 바로 통일될 것으로 믿고 있다. 북한이 붕괴되어도 우리 국군과 미군은 북한에 들어갈 수가 없다. 북한은 중국과 혈맹관계이고, 유신(維新) 독재자 박정희가 쓰러지니 더 고약한 살인마 전두환이 나타나듯이, 더 강경한 친(親)중국 정권이 들어서게 되어 통일은 더욱 멀어지게 된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