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은 1999년을 ‘국제고령자의 해’로 삼았다. 이때 고령자의 5원칙을 내놨다.

자립, 참가, 건강, 자기실현, 존엄 등이다.

본인의 존엄과 건강을 지키며 건강하게 지역사회에 참가해 만족감을 느낄 때 사회전체의 후생이 증가한다는 논리다. 곰곰이 따져보면 이들 행복한 고령자를 위한 5대 원칙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사실상 ‘일하는 고령자’란 이미지다.

튼튼한 육체(건강)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일자리, 즉 사회에 기여(참가)하면 주변에 부담(존엄)을 주지 않을뿐더러 보람을 느끼고(자기실현) 노후소득 보장체계(자립)를 한층 두텁게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전의 프란시스코 교황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죄악은 청년실업과 방치되고 있는 노인층의 소외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범죄는 청년실업과 방치되고 있는 노인들의 고독”이라며 “노인들은 보살핌과 말 상대가. 젊은이들은 일자리와 희망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그 어느 것도 충족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오는 10월 2일이면 제21회 노인의 날을 맞는다.

그런데도 우리 주변 노인들은 왠지 씁쓸하고 착잡한 마음 가눌 수가 없다.

순천시의 경우 해마다 추진해왔던 시 단위 노인의 날 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지금 이 나라는 심각한 질환과 장애에 시달리면서 주변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홀로 지내는 노인이 적지 않다. 밥해먹고 빨래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수, 옷 입는 일 등 제한 몸 가누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전국적으로 무려 20여만 명에 이른다는 것이 당국의 조사 결과다.

더구나 지하 한 평 남짓 셋방에서 숨을 거두더라도 한참 지난 뒤에야 사망 사실이 알려지는 어처구니없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장애와 허약 노인의 상당수가 가족이나 이웃의 보호로부터 방치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스물한 번째 노인의 날을 맞는 우리의 현 주소다. 물론 정부의 노인복지 대책이 과거에 비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실제 생활모습을 보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뿐이다. 지금도 라면으로 세 끼를 때우는가 하면 치매, 고혈압, 관절염 등으로 하루하루를 고통과 번민으로 넘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니 고령화 사회의 짙은 그늘을 말해주고 있다.

문제는 이런 막막한 처지의 독거노인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독거노인 가구가 2013년 기준 125만 가구를 넘어섰다. 거기다 최근 5년 간 우울증을 앓고 있는 노인의 수가 1.7배나 증가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우리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만든다. 최근 들어서는 자식들에 얹혀살기 싫다며 홀로 지내는 풍조가 중산층까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어느 몇 가정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 급속한 고령화 추세에 따라 우리사회가 떠맡아야 하는 과제다. 그러나 현재의 사회분위기는 노년의 경륜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오늘날의 노인들은 자신은 헐벗고 굶주리며 살았지만 2세들을 위해 아낌없이 희생한 분들이다. 그런데 언제부터 자신들의 부모조차 되돌아보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진 것 같다. 한낱 미물인 비둘기도 ‘삼지(三枝)의 예절’을 지켜 부모를 공경한다고 하는데 우리의 경로효친 사상은 어디로 간 것인가.

그러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그들에게 엄청난 정신적 물질적 빚을 지고 있다. 이 순간에도 질병과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차라리 죽음을 택하려는 노인들이 이어지고 있다.

해결책은 빈곤과 질환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다. 무릇 ‘노인의 날’은 경로효친 사상의 미풍양속을 확산시키고 전통문화를 계승발전 시켜온 노인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제정된 뜻 깊은 날이다. 이제라도 10월 2일 노인의 날을 맞기 전에 ‘노인의 날’을 제정했던 그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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