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런 힘이 없다. 통일에 관한 나의 말과 주장이 허공에 외치는 것처럼 아무런 힘이 없다. 나의 이 글이 지금은 기록되어 세상에 나오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현실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하나의 의견과 정책 제시에 불과하다.

그러나 몇 십 년, 몇 백 년이 흘러간 후에라도 나의 글의 선견지명(先見之明)의 정당성과 진가(眞價)를 인정받을 수도 있다는 일말의 자위적인 희망의 끈을 잡고 성감대처럼 예민한 북핵 문제와 통일문제에 관한 칼럼을 쓰고 있다. 자칫 좌파 빨갱이로 매도(罵倒) 당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또한 이겨낼 수 있는 나름의 용기와 역사의식을 갖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는 하다.

이 세상에는 완전무결한 사람도 없고, 완전무결한 이론도 없고, 완전무결한 조직이나 제도도 없다. 물론 완전한 국가도 없다. 지나간 수천 년 역사가 그러했고, 앞으로 다가올 수천 년 역사도 불완전한 인간들이 불완전한 법률과 제도 속에서 만들어가는 불완전한 역사가 전개될 것이다. 혼탁한 현실 속에서는 부정과 불법이 정의와 합법을 이기고 억압하고 지배하기도 하고, 악(惡)이 선(善)의 탈을 교묘하게 쓰고 국민들을 속이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어처구니없는 비극의 역사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소외되고 억압받고 억울한 사람들도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제도를 완비하고 삶의 조건과 환경이 좋아져도 조금 더 많이 갖고 싶고, 조금 더 많이 편리해 지고 싶고, 조금 더 잘되고 싶어 하는 불완전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삶의 환경과 풍습, 생존 조건이 나라마다, 지역마다, 민족마다, 종교마다 많은 차이와 편차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기 분수를 알고 분수에 맞게 유유자적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좌절과 고통,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역사는 수많은 각종 전쟁과 대립, 갈등과 억압의 쇠사슬을 끊고 화해와 평화를 지향해 온 것은 사실이다. 역사의 퇴보가 아니라 역사의 진보를 믿는다.

한 인간의 삶도 굴곡(屈曲)과 시련이 없을 수 없다. 한 회사, 한 사회, 한 국가, 한 민족도, 한 문명도 결코 영원할 수는 없고 흥망성쇠를 겪기 마련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는 이루어지고(成) 머무르고(住) 무너지고(壞) 사라지는(空) 우주의 법칙에 순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국가이든 바닷가의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려오는 변혁과 위기 속에서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고 이루기 위해서는 남다른 분투노력과 남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시련과 좌절을 극복해 낼 수 있는 용기와 지혜도 필요하다. 문제에 따라서는 실존적인 결단과 창조적인 실천이 타이밍에 맞게 절대로 필요할 때도 있다.

우리 시대,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최대의 민족적인 숙제는 ‘조국의 평화 통일’이다. 평화통일을 싫어하거나 반대하는 사람은 적다. 통일의 좋은 점과 편익을 잘 몰라서 북한의 경제적 낙후성을 걱정하거나 문화적인 이질감을 걱정하는 일부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은 여기에서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현재의 분단 현실의 고통, 적대와 대결에서 오는 국력의 낭비와 비극은 너무나 크고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탈북민들이 출연하는 TV조선의 ‘모란봉 클럽’과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를 자주 본다. 2천5백만 북한 동포들을 대신하여 목숨 걸고 찾아온 3만 명 탈북민들을 ‘통일 선봉대’, 또는 ‘통일 선발대’라고 생각하고 국가 사회적으로 그들을 따뜻이 잘 보살펴 주어야 한다고 칼럼(호남신문 2017.4.26)으로 쓰기도 하고,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와 한국정치학회, 한국국제정치학회 정책 토론회 등에서 논문 발표와 토론 등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모란봉 클럽’과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에 나온 새터민들은 선택된 극히 일부이지만, 그들은 함께 탈북하지 못하고 생이별한 가족들을 생각하거나 말하면서 눈물바다를 이룬다. 나도 그들과 함께 여러 차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북한에 남은 가족들은 지옥 같은 구호소나 노동단련대, 교화소나 정치범수용소 등으로 끌려가서 생사를 알 수 없는 사례가 많다. 누가 그들을 가슴 찢어지는 가족과의 생이별과 참담한 신세를 만들었는가. 누가 남한 생활에 힘들어하고 있는 그들의 신(新) 이산가족을 다시 상봉하게 만들 수 있을까.

한 마디로 말하면,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해야 하고, 특히 권력을 손에 쥔 집권 정치세력들이 해야 한다. 통일외교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대통령과 비서실장, 안보실장, 정책실장, 통일외교안보 특보, 통일외교안보 수석비서관, 통일부장관, 국회의장, 집권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국회의원) 등의 머리와 손에서 통일은 동쪽으로 갈 수도 있고, 서쪽으로 갈 수도 있다. 심지어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처럼 통일의 길에서 모든 것을 북한 탓만 하면서 앞으로 달려가야 할 고속도로에서 역주행(逆舟行)과 후진(後進)을 할 수도 있다.

‘모란봉 클럽’과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만갑)’에 출연하다가 재입북한 탈북 여성 임지현(북한명 전혜성)씨가 북한의 대외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에 또다시 출연, 일각에서 제기된 '납치설'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납치냐 자진입북이냐가 중요하지 않다. 30만여 명의 새터민들은 학력, 경력, 언어, 문화 등 여러 요인으로 남한사회 적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경제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 국가 정책적인 지원과 배려가 절실하다. ‘남한사회는 돈이 지배하는 사회다, 탈북인을 동물원 원숭이 보듯이 한다. 탈북 여자들이 술집 등 음지로 빠져들고 있다. 나도 음란방송, 성인방송에서 음란 연기가 아니고 ’춤‘만 추었다` 임지현씨의 말을 정책 당국자들은 곰곰이 되씹어 볼 일이다.

대통령중심제에서 통일의 키는 대통령 손에 쥐어져 있다. 대통령이 북핵과 통일에 대하여 어떠한 생각을 하고, 어떠한 말을 하며, 어떠한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동쪽으로 갈 수도 있고 서쪽으로 갈 수도 있다. 활발한 교류 협력과 남북 수교, 북미 수교, 북일 수교를 통해서 북한 체제를 인정하고 안정시켜 주지 않는 한, 핵과 미사일 발사와 제재·대결 상황은 앞으로도 수십 년 계속될 것이다. 이것이 한반도 평화 정착과 평화통일의 지름길이다. 대한민국 5천만 명, 북한 2천5백만 명, 해외 7백5십만 등 팔천만 겨레의 꿈에도 소원인 간절한 통일을 이루어 주길 문 대통령에게 응원하면서 부탁드린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