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28·KIA)이 승운은 따르지 않지만 존재가치 만큼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평균자책점과 최다이잉 퀄리티스타트(QS) 등에서 리그 선두를 내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지난 19일 사직 롯데전에서 6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5승째(7패)를 따냈다. 최근 6번의 등판에서 패전 없이 4승을 챙긴 것이다. 그 이전 13번의 등판에서 타선 지원부족이나 수비 실책 등 지독한 불운에 시달리거나 본인 스스로 난조에 빠지며 단 1승을 따내는데 그쳤고 패전만 쌓아갔다. 하지만 그 한을 6월 이후부터나 조금씩 풀어내고 있다. 비록 양현종의 시동이 늦게 걸렸지만 후반기 체력 문제만 받쳐 준다면 시즌 10승도 바라볼 수 있는 추세다.

하지만 양현종은 올해 따르지 않은 승운을 다른 것으로 보상받고 있다. 각종 기록에서 KBO리그 최고의 투수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양현종은 19일 무실점 피칭으로 평균자책점을 3.23으로 끌어내려 더스틴 니퍼트(두산·3.26)을 제치고 이 부문 선두로 올라섰다.

또한 선발투수의 가장 큰 덕목이라 할 수 있는 이닝 소화력도 뛰어나다. 양현종은 올 시즌 19경기에 등판해 125⅓이닝을 던져 124이닝을 기록한 헨리 소사(LG)를 따돌리고 이 역시 1위에 올라있다. 올 시즌 완투만 두 번이나 기록하는 등 경기당 평균 6⅔이닝을 소화하면서 내구성에서도 흔들림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양현종이 또 하나 리그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퀄리티스타트다. 양현종은 올 시즌 15번의 퀄리티스타트로 니퍼트를 비롯 김광현, 메릴 켈리(이상 SK) 헥터 노에시(KIA) 등 12개를 기록하고 있는 2위 그룹에 멀리 달아나 있다. 단 4번 만이 퀄리티스타트가 아니었다는 것이 놀랍다.

이런 뛰어난 활약을 펼친 투수가 5승 밖에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 바로 ‘양현종의 역설’이다. 올 시즌이 끝나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양현종에게 해외스카우트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KIA로서도 후반기 시작을 상큼하게 한 양현종이 막판까지 힘을 내 준다면 5위 싸움을 펼치며 가을야구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