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가 없던 부자지간 감독-선수라 많은 관심거리가 되고 있는데 잘 봐주시면 가문의 영광입니다. 하지만 코트에선 아버지와 아들이 아닌 감독과 선수 관계입니다. 다른 선수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농구대통령' 허재(51) 남자농구대표팀 감독은 6일 서울 송파구 대한농구협회에서 열린 제1회 FIBA 아시아 첼린지(2017 FIBA 아시아컵 예선대회)를 대비한 남자농구 대표팀 훈련 소집에서 "아들이라고 해서 특혜는 전혀 없을 것"이라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앞서 허 감독의 장남 허웅(23·원주 동부)이 일찌감치 대표팀 1차 강화훈련 참가 명단(14명)에 포함된데 이어 차남 허훈(21·연세대)도 태극마크를 달면서 허 감독 삼부자는 한솥밥을 먹게 됐다.

예비 대표팀은 진천선수촌에서의 강화훈련 이후 오는 23~31일 대만 뉴타이페이에서 열리는 제38회 윌리엄존스컵을 마친 뒤 최종 엔트리(12명)를 확정한다. 이번 대회는 허 감독의 대표팀 복귀 신고식이자 허웅, 허훈 형제의 성인대표팀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허 감독은 "감독이 아버지라서 웅이나 훈이가 편애를 받는 것은 전혀 없을 것이다. 다른 12명의 선수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잘하면 잘한다고 칭찬할 것이고 못하면 못한다고 분명히 얘기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대표팀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나 자신도 막중한 역할을 맡아 설레지만 잘해내야 된다는 책임감이 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허웅과 허훈은 부담감이 만만치 않은듯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감독인 아버지에게 폐를 끼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또 팬들의 실망이 클 수 있다는 고민도 있다.

허웅은 "부담스럽고 설렌다. 국대 타이틀이라는 자리가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아직 어색해서 아버지와 말도 제대로 못했다. 아버지가 아닌 감독님으로 생각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평소에 어떤 조언을 해주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평소에 조언을 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근성을 갖추라는 얘기를 하신다"며 주문한 부분은 하나하나 다 배우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허훈은 "그동안 아버지에게 농구를 직접 배운 적은 없었다.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농구를 배우게 돼 기대되면서도 주변의 시선 때문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아버지나 형에게 누를 끼치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이날 대표팀 선수들에게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요구했다. 또 국가대표팀보다 프로무대를 중요시하는 일부 선수들의 풍토를 지적했다.

그는 "옛날에는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많은 훈련을 했는데 요즘에는 대표팀에 들어가지 않으려 한다. 팀에서는 열심히 하고 대표팀에서는 그냥 하다가 간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야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고 결국 농구의 인기도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팬들이 많이 모여야 선수들의 연봉도 올라가고 더 좋은 선수도 나오게 된다"고 언급했다.

선수들에게는 "진천에 내려가면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운동은 항상 편안하게만 할 수 없다. 불편하고 힘든 점이 있어도 이겨내야 한다. 상황에 맞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허 감독은 진천에서 3일 가량 웨이트 훈련을 진행한 뒤 본격적인 전술 훈련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는 "기본이라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다. 여기에 중점을 두고 팀을 다져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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