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동화작가 안데르센, 과학자 에디슨과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이들은 모두 각 분야에서 '천재'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또한 이들은 모두 글을 읽고 쓰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난독증' 환자이기도 했다.

현대인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해 배우 조달환과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가 방송에 출연해 난독증 증상을 고백했다. 배우 조달환은 "난독증 때문에 한글을 잘 모른다"며 "대본 리딩을 할 때 한 번도 바로 이해한 적이 없고 따로 몇 시간 혹은 며칠을 연습해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난독증은 듣고 말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지만 단어를 정확하게 읽기 힘들거나 철자를 인지하지 못하는 등 읽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증상이다. 또한 말을 더듬거나 음절을 뒤바꿔서 말하는 증상도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지능저하와는 관련이 없는 일종의 학습 장애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바 없으나 현재로서는 인간의 뇌의 양측 반구의 불균형이 원인으로 여겨진다. 공간 지각 기능을 담당하는 우뇌에 비해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좌뇌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대상을 식별하고 해석하는 지각능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7일 수인재두뇌과학 분당센터 이슬기 소장은 "난독증은 주로 7~8세 아이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며 "최근에도 난독증으로 인해 센터나 병원을 찾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난독증은 크게 청각적 난독증과 시각적 난독증, 감각통합형 난독증으로 나뉜다. 청각적 난독증은 소리를 식별하거나 소리의 의미를 해석하는 등의 청지각에 문제가 있는 경우다. 긴 이름이나 단어를 말하기 어렵고, 생각을 논리적인 순서로 말하거나 대화 내용을 이해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시각적 난독증은 시지각 기능의 문제로 눈이 본 것을 인지하고 추론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책 읽는 것을 어려워하고 글자를 쓰는 데 잦은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다.

감각통합형 난독증은 공간지각 감각통합과 운동기술 감각통합의 이상으로 방향 찾기, 전체 속에서 부분을 이해하기, 대화 중 자신이 말할 차례를 혼동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면서 정보처리 속도가 느려져 단어 도출이나 문맥 만들기 등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처럼 글을 이해하고 쓰거나 말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난독증 아이들은 대부분 집중력이 떨어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판명되는 경우가 많다. 많은 난독증 환자들이 ADHD를 함께 앓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엄연히 다른 증상이므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난독증은 학습장애의 일종이기 때문에 약물이나 수술적 치료가 아닌 두뇌훈련을 통해 치료한다. 시·청지각 집중력 훈련, 고도인지·사고기억훈련 등 정보처리속도를 높이고 인지수행능력을 향상시키는 등의 다양한 훈련이 진행된다. 이와 더불어 난독증 아동을 올바르게 양육할 수 있도록 부모들을 상대로 하는 검사도 함께 진행한다.

이 소장은 "난독증은 완치의 개념이 없으며 특히 심각한 타입의 난독증 환자는 성인기까지 계속 증상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교육을 통해 두뇌의 기능을 좀 더 향상시켜 사회적 활동에 최대한 지장이 없도록 훈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난독증 환자들은 한쪽 뇌 기능이 떨어지지만 반대로 말하면 다른 쪽 뇌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월등히 뛰어나기도 하다. 실제로 난독증 환자들 중 수학과 예술에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안데르센과 아인슈타인이 난독증을 극복하고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난독증을 겪는 아이들은 지진아로 오해받아 위축되고 자신감을 잃을 수 있어 교사와 부모들의 격려와 협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