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이냐 추락이냐'

한국 스포츠는 올해 브라질 리우데자이네루 올림픽을 앞두고 사상 초유의 실험을 진행 중이다. 엘리트 체육을 담당하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로 이원화된 스포츠 단체를 합쳐 변화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양대 단체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한 통합 작업을 마무리하고 지난 8일 출범했다. 개발 독재 시대의 이른바 국위선양형 스포츠에서, 평범한 국민들도 즐기며 건강도 챙기는 유럽형 복지 스포츠로의 전환을 알렸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리우 올림픽이다. 통합 체육회(통합명칭 대한체육회) 출범은 이제 첫 단추를 채웠고 그 파급효과를 헤아리기 힘들지만 가깝게는 대표팀의 리우 올림픽 성적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체육계는 이질적인 양대 단체 통합의 후유증을 우려한다. 통합 과정의 알력으로 여전히 앙금이 남아 있는데다, 구조 조정설 등으로 뒤숭숭한 체육회가 대표 선수들에 대한 총력 지원 체제를 가동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통합체육회가 공동 회장을 두고 있는 것도 부담거리다. 큰 전투를 지휘해야 할 야전 사령관이 두명인 셈이다. 자칫 혼선을 부를 수 있다.

리우 올림픽 이후 통합 회장 선거가 예정돼 있고 벌써부터 차기 회장을 둘러싼 하마평 또한 무성하다. 마음이 벌써부터 콩밭에 가 있는 임직원들이 적지 않다.

한지붕 두살림에 들어간 통합체육회측도 어느 때보다 신중한 입장이다. 이번 올림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지난 두차례 올림픽 성적을 감안할 때 10위권 진입이라는 밑그림은 그려졌다.

아직 종목별 출전 쿼터가 확정되지 않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는 시기상조지만, 금메달 10개 이상이 목표다. 최종삼 태릉 선수촌장도 올해 1월14일 열린 훈련 개시식에서 기자들에게 이런 뜻을 밝혔다.

한국은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애틀란타·시드니·아테네 올림픽을 제외하고는 금메달 10개 이상을 땄다.

한국이 메달을 기대하는 부문은 전통적 강세 종목들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양궁과 사격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들 종목은 일찌감치 올림픽 쿼터를 확보하고 출전 선수도 확정했다.

런던 올림픽 2관왕인 사격의 진종오(37·kt)가 50m부문에서 3연패를 노리고 있다. 한국 여자 양궁의 간판 기보배(28·광주광역시청)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레슬링, 유도, 태권도를 비롯해 역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낸 격투기 종목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유도 남자 73㎏급 안창림(22·용인대), 90㎏급 곽동한(24·하이원)이 대표주자다.

태권도 남자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도 금메달을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무대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온 펜싱과, 박인비(28· KB금융그룹)등이 출전하는 여자 골프 종목 등도 금메달을 예상하는 종목이다.

한국 선수단은 앞서 베이징·런던 올림픽에서 불꽃 투혼을 발휘하며 기대치를 뛰어넘는 성적을 거뒀다.

2008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역대 최다 금메달(13개)을 따며 7위에 올랐다. 또 4년 뒤 런던올림픽에서는 원정 올림픽 최고 성적(5위)을 내는 투혼을 발휘했다.

이번에도 기적의 드라마를 연출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태극 전사들은 어느 때보다 힘겨운 경기를 치를 것으로 우려된다. 지카바이러스, 열악한 경기장 사정 등 악재들이 수두룩하다.

정부 관계자는 현지에서 확인한 양궁 경기장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양궁 경기장은 삼바 공연을 목적으로 지어 스탠드가 좌우에 있고, 중앙에는 무희들이 지나는 좁은 통로가 위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장 바로 옆에 도로가 위치해 있는데다, 소음이 심해 선수들이 몰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피력했다.

통합체육회 관계자도 "남미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올해 체육단체 통합문제까지 겹치며 예년에 비해 좋은 성적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