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 길목에서 이란이라는 큰 산을 만나게 됐다.

한국은 12일 오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의 만다린 오리엔탈호텔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 추첨 결과 이란, 우즈베키스탄, 중국, 카타르, 시리아와 함께 A조에 속했다.

경계대상 1호는 역시 이란이다.

1958년 5월 도쿄아시안게임을 통해 처음 만난 이란은 그동안 심심찮게 한국의 발목을 잡아왔다.

1972년 방콕아시안컵 결승전에서 1-2 패배를 안기며 우승을 가로막더니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도 1-0 승리로 한국을 탈락시켰다.

1996년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 8강전에서의 2-6 패배는 한국 축구사 최악의 참사 중 하나로 기억된다. 이 패배로 박종환 감독이 곧장 경질됐다.

역대 전적에서도 이란이 12승7무9패로 한국에 앞선다. 최근 10경기로 범위를 좁히면 1승4무5패로 한국이 크게 밀린다.

한국은 원정에서 유독 재미를 못봤다. 태극전사들은 해발 1200m 고지대에 위치한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만 서면 작아졌다. 5번의 테헤란 원정 중 무려 4번이 패배로 끝났다. 나머지 한 경기도 승리가 아닌 무승부였다.

5년 넘게 지휘봉을 잡고 있는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이란을 최소한 아시아에서는 쉽게 지지 않는 팀으로 바꿔놨다.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한국을 두 차례 모두 1-0으로 꺾었다.

한국과 이란은 오는 10월11일과 내년 8월31일 두 차례 격돌한다. 이 중에서도 원정으로 치러지는 10월 경기가 한국의 러시아행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란만 넘으면 비교적 수월한 최종예선이 예상된다.

한국은 3번 시드인 우즈베키스탄과의 상대전적에서 9승3무1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첫 맞대결이었던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에서만 0-1로 졌을 뿐 이후 22년 간 무패행진 중이다.

중국과는 30차례 싸우는 동안 딱 한 차례 패했다. 17승12무1패다. 중국리그가 큰 성장폭을 보인다고 해도 국가대표팀 전력은 한국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은 2차예선도 어렵게 통과했다.

또 다른 상대팀인 카타르와 시리아와는 각각 4승2무1패, 3승2무1패를 기록했다. 중동 원정의 부담감만 떨친다면 승점쌓기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