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선수들이 똘똘 뭉친 OK저축은행이 현대캐피탈의 스피드 배구를 무너뜨렸다.

OK저축은행은 20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을 3-0(25-18 25-20 25-20)으로 꺾었다.

1차전을 풀세트 끝에 따낸 OK저축은행은 2연승을 달리며 2년 연속 챔프전 우승에 1승 만을 남겨놨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부터 시작된 포스트시즌 연승 기록은 9경기로 늘어났다.

'시몬스터' 시몬(23점)과 송명근(13점)이 여전히 위력을 떨쳤다. 백업 세터 곽명우는 큰 경기 경험 부족이라는 우려를 딛고 완벽한 토스로 연승에 앞장섰다.

9년 만에 통산 세 번째 우승을 노리는 현대캐피탈은 벼랑 끝에 몰렸다. 18연승을 달리던 정규리그 막판의 몸놀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레올(11점)과 문성민(10점)은 21점을 합작하는데 그쳤다.

앞선 11차례 챔프전에서 1,2차전을 모두 내준 사례는 6번. 역전 우승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OK저축은행은 1차전과 마찬가지로 오레올에게 서브를 집중시켰다. 주포 오레올에게 리시브 부담을 줘 발을 묶겠다는 계산이었다.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쏟아지는 리시브에 오레올의 창끝은 평소보다 무뎌졌다. 부정확한 리시브는 노재욱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9-7에서 한상길의 속공과 상대 공격 범실로 점수차를 벌린 OK저축은행은 12-15에서 문성민의 서브 범실로 4점차를 유지했다. 16-12에서는 오레올을 겨냥한 시몬의 서브 에이스로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현대캐피탈은 18-13에서 최민호의 속공마저 라인을 벗어나는 등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1세트는 OK저축은행의 25-18 승리.

2세트도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됐다. 과거 현대캐피탈에서 뛰었던 한상길은 7-6에서 허를 찌르는 서브 에이스로 친정팀 팬들을 침묵에 빠뜨렸다. 송희채가 중심이 된 리시브 라인은 안정적인 배달로 공격수들을 지원했다.

세터 대결에서도 OK저축은행이 앞섰다. 곽명우는 11-9에서 긴 리시브를 펄쩍 뛰어 시몬의 속공으로 연결했다. 반면 노재욱의 토스는 심한 높낮이 편차로 가뜩이나 몸이 무거운 공격수들을 힘들게 했다.

시몬은 16-11에서 박주형의 몸을 맞고 흐르는 서브 에이스로 6점차를 만들었다. 문성민의 공격 범실 뒤 곧바로 나온 실점이라 현대캐피탈의 충격은 더욱 컸다.

현대캐피탈은 오레올의 블로킹으로 추격에 나섰다. 15-18에서는 시몬의 후위공격이 라인을 벗어나면서 2점차까지 따라 붙었다.

OK저축은행은 송희채를 앞세워 위기에서 탈출했다. 송희채는 19-16에서 송준호의 오픈 공격을 떨어뜨리더니 21-17에서는 최민호의 속공까지 가로 막았다.

경기는 3세트에서 마무리됐다. OK저축은행은 12-9에서 시몬의 퀵오픈에 이은 강서브로 3점을 보태 추격권에서 벗어났다. 16-10에서는 한상길의 서브가 현대캐피탈의 리시브 라인을 무너뜨렸다.

이미 기운이 빠진 현대캐피탈이 승부를 뒤집기란 쉽지 않았다. 어렵게 잡은 기회는 노재욱과 공격수들의 호흡이 맞지 않아 힘없이 넘겨주기 일쑤였다.

정규리그에서 마법처럼 여겨졌던 최태웅 감독의 작전 타임도 무용지물이었다.

두 팀은 오는 22일 OK저축은행의 홈인 안산상록수체육관으로 자리를 옮겨 3차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