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가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뉴 페이스'들을 앞세워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전북은 23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1차전 FC도쿄와의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지난 2009년 처음으로 K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전북은 2011·2014·2015시즌에도 정규리그 정상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명문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고민은 있었다. '별들의 무대'로 불리는 챔피언스리그에서는 2006년 우승 이후 한 차례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지난 시즌 역시 8강 무대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에 전북은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목표로 내걸고 대대적인 선수영입에 나섰다.

시작은 '광양 루니'로 불리던 전남 드래곤즈의 이종호와 임종은이었다. 지난 1월에는 영국 무대를 누비다 일본으로 돌아온 김보경을 품에 안았다. 최재수, 고무열과 함께 국가대표 수비수 김창수도 영입했다.

외국인 선수로는 지난해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맹활약한 히카르도 로페즈와 호주 국가대표 에릭 파탈루를 보강했다. 아울러 지난 시즌 K리그 득점왕 김신욱까지 영입하며 경쟁구단들을 놀라게 했다.

도쿄와의 경기는 새얼굴들의 첫 시험무대였다. 최강희 감독은 선발명단에서 11명의 선수 중 6명의 선수들을 새로운 얼굴로 꾸렸다.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주인공은 김보경이었다. 이재성과 함께 중원을 맡은 김보경은 왕성한 활동력을 바탕으로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공격의 시발점 역할은 물론 상대 역습을 1차적으로 차단하는 임무도 훌륭히 수행했다.

전반 12분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 슈팅으로 도쿄의 골문을 위협했고, 전반 26분에는 크로스로 로페즈에게 헤딩슛 기회를 만들어줬다.

압권은 전반 39분에 나왔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을 잡은 김보경은 '마르세유 턴'을 선보이며 도쿄 수비수 두명을 멋지게 제쳐내고 상대 진영으로 치달았다. 박스 안에서 로페즈에 바통을 넘겼고, 고무열에게 연결된 공은 선제골로 이어졌다.

포항에서 온 이적생 고무열은 득점포를 가동하며 최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레오나르도를 대신해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고무열은 선제골 이후 자신감이 붙은 듯 과감한 돌파와 연계플레이로 도쿄 측면을 괴롭혔다. 향후 주전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

처음으로 K리그 무대에 나선 파탈루는 안정적인 수비로 전북의 뒤를 지켰다. 우월한 체격조건을 바탕으로 포백 라인 바로 앞에서 경기를 풀어갔다. 지난해 전북의 고민이었던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가능성을 보였다.

후반전에 투입된 김신욱 역시 이름값을 했다. 후반 18분 투입된 그는 이동국보다 깊숙히 상대 진영에 올라가 제공권을 바탕으로 2선 공격수들에게 공격 기회를 제공했다. 투입 4분 만에 이동국의 패스를 받아 직접 골망을 노렸고, 후반 33분에는 날카로운 헤딩슛이 골문으로 향했으나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이 밖에도 로페즈, 김창수, 임종은, 이종호 등이 고루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최강희 감독은 경기후 기자회견에서 "아직 보여줄 부분이 많다"며 새얼굴들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얼마나 빠르세 선수들의 조합을 찾아가느냐가 올시즌의 관건"이라며 "상대 전술에 따라 다양한 전술적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 페이스들이 자리를 잡을 수록 전북의 전력이 한층 강력해질 것은 자명하다. 다만, 치열한 팀내 경쟁으로 인한 선수들의 정신적 피로도를 최강희 감독이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변수로 보인다.

최강희 감독은 "스쿼드가 두터워지면 유리한 점도 있지만 팀내에서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면서도 "시즌 초반이지만 선수들이 팀을 위해 희생한다는 자세가 많이 보인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