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무섭게 녹아내리고 바닷물이 불어나고 사막의 황사(黃砂) 바람은 시도 때도 없이 대륙을 넘어서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여름에는 폭염과 폭우, 태풍이 몰려오는가 하면 가뭄과 장마가 기약 없이 찾아오고, 겨울에는 혹한과 폭설이 지구 곳곳에 찾아와서 많은 지구인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제 지구 온난화가 남의 나라, 남의 일이 아니다. 3일은 춥고 4일은 따뜻하다는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는 우리나라 전래의 포근한 겨울 날씨는 어느 틈에 찾아볼 길이 없다. 다른 일도 마찬가지이지만, 내가 하지 않아도, 우리나라가 하지 않아도 괜찮겠지 하는 안일하고 무관심하고 무책임하게 에너지를 낭비하고 지구 자원을 낭비한 자업자득(自業自得)의 죄업이 찾아온 것이다.

겨울 날씨가 영하 18도까지 내려가는 등 예측할 수 없이 불순한 요즈음, 인간 행위 중에서 우리가 미워해야 할 ‘거짓’을 생각해야 하는 일을 직면하고 있다. 기독교, 불교, 유교, 이슬람교, 원불교, 천도교 등 모든 종교를 찾지 않더라도 거짓말과 거짓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은 우리 인류의 보편타당한 도덕률이요, 양심적 명령이다. 거짓되지 말고 정직하라는 것은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수없이 들어온 교훈이다. 정직과 진실의 중요성과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자살하면서 유언(遺言)이나 유서(遺書)로 실명을 거론하면서 돈을 주었다고 해도 자기는 그 사람을 잘 알지도 못하고 만나 적도 없고 단 돈 십 원도 받지 안했다고 부인하는 사건도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진실은 하나인데, 진실게임은 수없이 일어나고 있고, 인간이 존재하는 한 앞으로도 끝없이 지속될 것이다. 동물이나 기계는 거짓을 할 줄 모르는데, 고등동물이라는 우리 인간은 알고도 모른다고 하고 몰라도 안다고 거짓말을 하며, 하고도 안했다고 둘러대며 안하고도 했다고 우겨대는 교묘하고 부정직한 심성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 말을 바꾸기도 하고 궤변(詭辯)으로 거짓과 잘못을 합리화시키고도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지난 달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1부(재판장 조용현)는 지난 해 8월 성균관장 선거에서 학력을 허위 기재한 어윤경 관장에 대하여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 들여서 직무를 정지시켰다고 밝혔다. 어 후보는 작년 8월 선거에서 자신의 홍보물에 연희전문(연세대 전신) 상학과 수료, 연세대 경영대학원 수료를 기재했다. 송하경 성균관대 명예교수를 21표 차로 누르고 31대 성균관장에 당선되었다. 재판부는 어 관장이 허위 학력을 기재한 것으로 보고, ‘허위 학력 기재는 성균관장 선거관리규정에 따른 후보 자격 박탈의 사유에도 해당되고, 유교 전통을 계승하고 도덕 부흥을 목적으로 하는 성균관장은 다른 단체 보다 대표자에게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행위는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하고 선거 결과에 부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지난 해 선거에서 성균관 대의원(典學)으로 어윤경 후보를 지지하고 투표했던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유교가 종교냐 아니냐의 논쟁도 있기는 하지만, 고구려 소수림왕 때 중국에서 전래되어서 수천 년 동안 우리나라의 통치이념이 되고 사회풍습과 생활, 문화, 심지어 조상님에 대한 제사(祭祀) 의식까지도 지배해 왔던 유교이기 때문이다. 유교는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와 함께 우리나라 6대 종단으로 공인되고 있다. 지금도 다른 종교가 없는 사람들은 유교 사상과 가르침에 익숙해 있거나 불교와 샤마니즘적 의식과 풍습에 젖어있다고 볼 수 있다.

시대 흐름에 뒤떨어져서 박물관에 잠들어 있는 유교를 깨어 일으켜서 부흥시키고 위대한 인류의 성현이신 공자와 맹자 등의 가르침을 대중화시켜서 도덕 부흥을 이룩하자는 운동본부를 설치하고 있는 성균관의 수장인 성균관장이 도덕성에 문제가 있어서 중도하차한다는 것은 유교의 치욕이요, 유교의 불행이다. 한국 유교는 완전히 죽는 혁명적인 대수술을 거쳐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나는 건학이념이 유교인 성균관대학에서 사서삼경을 배우고 졸업한 동문이기에 더욱 안타까움과 애정이 크다.

순수하다는 문인들의 세계인 문단에서 만난 사람 중에서,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서, 국회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서도 오랜 시간을 학력을 속이고 행세하는 사람들을 오늘 이 순간에도 직면하고 있다. 참으로 불쌍하고 불행한 사람들이다. 도덕적인 불량함으로 인간관계가 파탄 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형법상 횡령과 사기(詐欺) 등 범죄행위가 성립되는 경우도 있다. 사회 활동을 하다 보니, 자기 나이도 속이고 나이가 많다는 거짓말로 남을 대하는 인간 이하의 인간도 만났다. 나이를 속이면 형이나 선배를 동생이나 후배 취급하게 되어서, 인간의 기본질서인 인륜(人倫)을 짓밟아버리는 패륜(悖倫) 행위이다. 100% 완전한 사람은 없지만 상식과 양심에 너무 어긋난 거짓은 용납의 한계를 벗어난다.

거짓을 버리고 진실을 지키고 진실을 말하고 진실하게 행동한다는 것은 용기가 있고 신념이 있어야 가능하다. 거짓과 불의는 달콤하고 모르는 척, 못 본 척하면서 묵인해도 공범으로 가담할 수 있다. 진실과 정의는 외로운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고 대중이나 조직에서 왕따 당할 수도 있다. 거짓(惡)이 있기에 진실(善)이 빛나는 측면도 있다. ‘진실하라’는 우리가 지키고 실천해야 할 불변의 도덕적 명령이요, 우리 인간에게 주어진 영원한 정언명제(定言命題)이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