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도전의 정신으로 살아가자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 입력 : 2016. 01. 19(화) 16:38
지구 온난화 탓인지, 지난 해 보다 그리 춥지 않은 겨울이 계속되다가 이제야 함박눈이 내리고, 아침에는 영하 14도까지 내려가고 있다. 새해가 시작되는 신정 연휴 첫날, 떨어져 살던 가족이 모여서 영화를 보았다. 영화 ‘히말라야’를 관객 450만 명 넘을 때 보았는데, 지금은 750만 명을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히말라야'는 산악인 엄홍길 대장(황정민 분)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영화로 인간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신(神)의 영역, 해발 8,750미터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데스존에 묻힌 후배 대원의 시신을 찾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감동 영화이다. 영화적?드라마적인 감동과 재미를 가미하긴 했으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논픽션)를 잘 그려낸 좋은 영화이다.
엄홍길은 1988년 8846m 에베레스트 등정 이후 2001년에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 8번째로 히말라야 8,000m급 14개 봉우리를 완등 하였다. 그리고 다른 8,000m급 얄룽캉과 수직 빙벽이 3,500m로 꽂혀있는 로체샤르를 등정하여 세계 최초로 16좌 등정에 성공한 대한민국 산악계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다. 그는 특히 발 동상(凍傷)으로 등반을 중단한 후에 형제 같은 후배 대원 박무택과 박정택의 시신을 찾아오기 위하여 원년 대원들을 모아서 휴먼등반대를 꾸려서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데스존으로 다시 떠난다. 기록도, 명예도 보상도 없는 위험한 세계 최초의 등반이었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후 하산하다가 후배 대원을 먼저 내려 보내고 설맹(雪盲)으로 앞이 안 보여서 강풍과 폭설과 추위에 죽어간 박무택, 먼저 내려 보낸 후배 대원도 실종되고, 기상 악화와 어둠으로 아무도 나서지 않는 시간에 박무택을 구조하려고 홀로 8750m로 올라가서 내려오지 못한 박정택, 1년의 준비 끝에 두 달 가까이 산 중턱에 머무르며 일주일 넘게 계속되는 폭설과 강풍 속에서도 이들의 시신이라도 데리러 오겠다고 목숨 걸고 나선 엄홍길 대장, 이들 모두는 우리 시대의 위대한 영웅들이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사표(師表)다. 엄홍길 대장이 대한민국 최고의 등반이라고 인정한 박정택이 죄책감과 미안함 때문에 춥고 어두운 밤에 목숨 걸고 박무택을 구조하러 가기 전에 남긴 말이 지금도 귓가를 떠나지 않고 있다. ‘사람이 있고 산이 있어야지, 사람이 없고 산이 있으면 뭘 하냐고!’
우리는 날마다 삶의 현장에서 이웃과 남이야 죽든 살든 별 관심도 없고, 조그만 이익과 차이에도 배신과 변절과 변신이 횡행하는 차가운 이기주의를 만난다. 조금만 힘이 있으면 목에 힘주고 교만해 지고,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바보가 되고, 출세와 이익을 위하여 말 바꾸기와 거짓이 판치는 세상이다. 의리와 동료애를 위하여 죽음의 위험까지도 두려워하지 않고 결단하고 행동하고, 심지어 살아 돌아오기 불가능한 죽음의 극한상황을 박차고 나가는 산악인들의 뜨거운 인간애와 동료애에 눈물을 훔치는 관객이 많았다. 살아남기 위하여 비정한 무한 경쟁이 끝없이 우리들을 몰아가는 삭막하고 각박한 우리들의 삶의 한복판에 산사나이들의 의리와 우정, 희생으로 뜨거운 휴머니즘의 불길을 지핀 것이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산악회 회장을 하면서 매월 한 번씩 관광버스를 타고 전국의 크고 작은 산을 많이 찾아 다녔다. 산을 찾아간다는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과 휴식, 친목을 위하여 아주 좋은 취미이기에 옛날과 달리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날씨나 체력 등에 따라서 산행 도중에 되돌아 내려가는 사람들도 많으나, 나는 가는 산마다 산 정상을 반드시 올랐고, 눈보라치는 소백산 정상도 한 두 사람과 함께 올랐다. 이제 건강을 위하여 다시 적절한 산행을 시작하려고 한다.
지난 14일,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린 연세대 행정대학원 총동창회 신년하례회에서 영화 '히말라야'의 주인공 엄홍길 대장의 특강을 들을 수 있었다. 끝난 후, 두 손을 합장하고 인사하는 겸손한 그와 인사하고 ‘백두산문학’도 주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그는 해군 갑판병을 하다가 UDT/SEAL(Underwater Demolition Team/SEa,Air, Land)을 지원해서 경주 감포에서 5박 6일 동안 수영해서 독도까지 가기도 하는 등 혹독한 훈련의 군 생활이 훗날 히말라야를 오르는 데에 큰 힘이 되었다고 했다. 많은 동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았고, 자기도 죽음의 위험을 안고 있어서 유서를 미리 써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발이 동상에 걸려서 발톱이 빠지고 장애자가 되었어도 절망 속에서,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36번 '도전'해서 8000M 16좌를 올랐다고 하면서 자기 인생에서 올라야 할 마지막 17좌는 '자기 자신을 이겨내고 자기 자신을 오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인생에서 '도전'이 가장 중요하고 '자신을 이기는 자가 가장 강한 자(自勝者最强)'라고 역설했다. 이 말은 인생을 정직하고 치열하고 깊이 있게 산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고백하는 진언(眞言)이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던지 그 분야의 정상(頂上)에 오르기 위해서는 가족이나 주위에서 이상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 쉽다. 보통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없는 노력과 집착, 불가능하다고 말려도 듣지 않고 좌절 속에서도 다시 도전하고 또 다시 도전하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왕따 당하기 쉽다. 대중은 선구자나 도전자의 고난과 실패의 행군을 잘 모르고 잘 이해하지 못 하고 잘 견디지 못한다. 그들이 천신만고 끝에 성공했을 때, 비로소 인정하고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오르는 일에만 몰두하다가 더 소중한 가족이나 인간애 같은 가치를 잊고 살다가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것은 동서고금,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공감하는 역사적 교훈이다. 견디기 어려운 위험과 비난, 희생을 감수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 있는 도전자들에 의해서 역사는 진보하고 인간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간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
'히말라야'는 산악인 엄홍길 대장(황정민 분)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린 영화로 인간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신(神)의 영역, 해발 8,750미터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데스존에 묻힌 후배 대원의 시신을 찾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감동 영화이다. 영화적?드라마적인 감동과 재미를 가미하긴 했으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논픽션)를 잘 그려낸 좋은 영화이다.
엄홍길은 1988년 8846m 에베레스트 등정 이후 2001년에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 8번째로 히말라야 8,000m급 14개 봉우리를 완등 하였다. 그리고 다른 8,000m급 얄룽캉과 수직 빙벽이 3,500m로 꽂혀있는 로체샤르를 등정하여 세계 최초로 16좌 등정에 성공한 대한민국 산악계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다. 그는 특히 발 동상(凍傷)으로 등반을 중단한 후에 형제 같은 후배 대원 박무택과 박정택의 시신을 찾아오기 위하여 원년 대원들을 모아서 휴먼등반대를 꾸려서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데스존으로 다시 떠난다. 기록도, 명예도 보상도 없는 위험한 세계 최초의 등반이었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후 하산하다가 후배 대원을 먼저 내려 보내고 설맹(雪盲)으로 앞이 안 보여서 강풍과 폭설과 추위에 죽어간 박무택, 먼저 내려 보낸 후배 대원도 실종되고, 기상 악화와 어둠으로 아무도 나서지 않는 시간에 박무택을 구조하려고 홀로 8750m로 올라가서 내려오지 못한 박정택, 1년의 준비 끝에 두 달 가까이 산 중턱에 머무르며 일주일 넘게 계속되는 폭설과 강풍 속에서도 이들의 시신이라도 데리러 오겠다고 목숨 걸고 나선 엄홍길 대장, 이들 모두는 우리 시대의 위대한 영웅들이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사표(師表)다. 엄홍길 대장이 대한민국 최고의 등반이라고 인정한 박정택이 죄책감과 미안함 때문에 춥고 어두운 밤에 목숨 걸고 박무택을 구조하러 가기 전에 남긴 말이 지금도 귓가를 떠나지 않고 있다. ‘사람이 있고 산이 있어야지, 사람이 없고 산이 있으면 뭘 하냐고!’
우리는 날마다 삶의 현장에서 이웃과 남이야 죽든 살든 별 관심도 없고, 조그만 이익과 차이에도 배신과 변절과 변신이 횡행하는 차가운 이기주의를 만난다. 조금만 힘이 있으면 목에 힘주고 교만해 지고,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바보가 되고, 출세와 이익을 위하여 말 바꾸기와 거짓이 판치는 세상이다. 의리와 동료애를 위하여 죽음의 위험까지도 두려워하지 않고 결단하고 행동하고, 심지어 살아 돌아오기 불가능한 죽음의 극한상황을 박차고 나가는 산악인들의 뜨거운 인간애와 동료애에 눈물을 훔치는 관객이 많았다. 살아남기 위하여 비정한 무한 경쟁이 끝없이 우리들을 몰아가는 삭막하고 각박한 우리들의 삶의 한복판에 산사나이들의 의리와 우정, 희생으로 뜨거운 휴머니즘의 불길을 지핀 것이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산악회 회장을 하면서 매월 한 번씩 관광버스를 타고 전국의 크고 작은 산을 많이 찾아 다녔다. 산을 찾아간다는 것은 몸과 마음의 건강과 휴식, 친목을 위하여 아주 좋은 취미이기에 옛날과 달리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다. 날씨나 체력 등에 따라서 산행 도중에 되돌아 내려가는 사람들도 많으나, 나는 가는 산마다 산 정상을 반드시 올랐고, 눈보라치는 소백산 정상도 한 두 사람과 함께 올랐다. 이제 건강을 위하여 다시 적절한 산행을 시작하려고 한다.
지난 14일,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린 연세대 행정대학원 총동창회 신년하례회에서 영화 '히말라야'의 주인공 엄홍길 대장의 특강을 들을 수 있었다. 끝난 후, 두 손을 합장하고 인사하는 겸손한 그와 인사하고 ‘백두산문학’도 주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그는 해군 갑판병을 하다가 UDT/SEAL(Underwater Demolition Team/SEa,Air, Land)을 지원해서 경주 감포에서 5박 6일 동안 수영해서 독도까지 가기도 하는 등 혹독한 훈련의 군 생활이 훗날 히말라야를 오르는 데에 큰 힘이 되었다고 했다. 많은 동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았고, 자기도 죽음의 위험을 안고 있어서 유서를 미리 써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발이 동상에 걸려서 발톱이 빠지고 장애자가 되었어도 절망 속에서,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36번 '도전'해서 8000M 16좌를 올랐다고 하면서 자기 인생에서 올라야 할 마지막 17좌는 '자기 자신을 이겨내고 자기 자신을 오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인생에서 '도전'이 가장 중요하고 '자신을 이기는 자가 가장 강한 자(自勝者最强)'라고 역설했다. 이 말은 인생을 정직하고 치열하고 깊이 있게 산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고백하는 진언(眞言)이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던지 그 분야의 정상(頂上)에 오르기 위해서는 가족이나 주위에서 이상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기 쉽다. 보통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없는 노력과 집착, 불가능하다고 말려도 듣지 않고 좌절 속에서도 다시 도전하고 또 다시 도전하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왕따 당하기 쉽다. 대중은 선구자나 도전자의 고난과 실패의 행군을 잘 모르고 잘 이해하지 못 하고 잘 견디지 못한다. 그들이 천신만고 끝에 성공했을 때, 비로소 인정하고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오르는 일에만 몰두하다가 더 소중한 가족이나 인간애 같은 가치를 잊고 살다가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것은 동서고금,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공감하는 역사적 교훈이다. 견디기 어려운 위험과 비난, 희생을 감수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 있는 도전자들에 의해서 역사는 진보하고 인간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간다.
김윤호 논설위원·행정학 박사 ihonam@naver.com
|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