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 있는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안철수 국회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안철수 신당’이라고 불리던 ‘국민의 당’(가칭)이 창당발기인대회를 가졌다. 공동창당준비위원장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안철수 의원, 김한길 의원 등 1천 5백여 명의 창당발기인 중에서 1천여 명이 참가하여 대회를 마쳤다.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100여일 앞두고 국회에서는 선거구(選擧區)도 획정하지 못하고 있다. 총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어렵고 위험 부담이 크다. 국회의원 정원 300명에서 150여석의 다수당 새누리당과 130석의 거대 야당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양당 구조의 국회가 국민의 당 창당으로 다당(多黨) 체제로 급전환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여당을 견제하지도 못하고 야당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에 실망한 호남 민심이 새로운 정당을 간절히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야당의 역사에서 호남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야당의 뿌리요, 야당의 버팀목이요. 야당의 토양인 호남이 현재로서는 문재인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을 버렸다. 문재인 대표의 사퇴 등 큰 정치를 마지막까지 기다리고 인내해 온 호남 민심은 이제는 문재인 대표의 사퇴로도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원래 민심을 먹고 사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심각한 민심 이반(離反)을 못 본체 하거나 무시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 주에도 광주?전남?전북 호남 출신 국회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질 전망이다. 호남 발(發) 신당 바람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으로 북상하고 있다.

안철수 신당, 국민의 정당이 상승세를 타고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두 배 가량 앞서고 있으며 수도권에서도 만만치 않은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신당 돌풍, 신당 상승의 원동력은 한 마디로 말해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염증(厭症)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당이 분당하기 전에 나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에게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직언했으나, 그들은 ‘국민의 뜻은 통합이다’고 응답했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다수의 여론을 등에 업고도 대통령 선거, 지방자치선거,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등에서 연전 연패(連敗)하는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야당을 보고 실망한 국민들이 책임정치의 실현을 위하여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통합이 국민의 뜻이다, 혁신이 국민의 뜻이라면서 비주류를 억누르며 갈등과 불화(不和)의 골만 키웠다. 국민의 뜻이 통합인 것은 맞다. 그러나 통합을 위해서는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요 국민의 명령이었다. 이렇게 준엄하고 명백한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무시하고 눈 가리고 아옹식의 보여주기식의 말과 행동은 국민들에게 불신과 허망함을 안겨줄 뿐이었다.

지금 국민의 당은 안철수 의원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의 상승과 함께 진격의 나팔을 불고 있다. 삶이 힘들고 지쳐있는 국민들에게 신선한 희망이 되고 있다. 정치에 절망과 환멸을 느낀 국민들에게 기대와 복음이 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여론과 지지는 국민의 당과 안철수 의원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 세상사 모두가 무상(無常)하고 허망하기 때문이다. 특히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정치는 변화가 다반사(茶飯事)이고, 붙잡기 힘든 민심은 변화무쌍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국민의 당에게 국민은 명령하고 있다. 민생을 진짜 잘 챙겨서 힘없는 서민들이 눈물 흘리지 않게 해 달라는 것이 첫 번째 국민의 명령이다. 잘 사는 사람은 더욱 잘 살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하게 사는 가난의 대물림이 없는 세상, 금수저와 흙수저라는 수저 색깔이 생존과 사람값을 결정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 두 번째 국민의 명령이다. 감격의 해방 70년이 세계 유일의 부끄러운 분단 70년이 되어도 부족해서 지금도 대결과 증오의 철조망을 허물지 못하고 더욱 적대감을 키워가고 있는 민족의 교류 협력과 평화통일을 앞당겨 달라는 것이 국민의 세 번째 명령이다.

당명이 나빠서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안된것이 아니다. 좋은 정책이 부족하고 안 좋아서 국민들이 불신과 절망에 빠진 것이 아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만을 위하여 미친 듯이 질주하고, 당선된 뒤에는 선거 공약(公約)은 휴지 조각 공약(空約)으로 만들어 버리고, 높은 연봉과 많은 특권을 받는 국회의원이 되어서 돈을 받고 형무소 가면서도 절대로 단 돈 1원도 받지 않았다고 뻔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등 정치인은 ‘돈 먹고 거짓말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정치인들이 화장실 갈 때와 올 때, 말이 다른 것은 뉴스거리도 아니다. 재주는 있으나 덕이 없는 재승박덕(才勝薄德)한 사람이나 거짓말 잘 하는 사람이 정치할 일이 아니고, 정직 등 도덕성과 전문성, 비전과 실천력을 갖춘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해서는 안 되는데, 현실과 정치에서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이 너무나 많다.

정치에서 상징과 이미지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민생, 개혁, 혁신, 복지, 통일 등 이슈와 어젠다만 먼저 선점(先占)하면 잘 하는 사람들처럼 국민들에게 비치고, 상대편은 못하거나 방해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이분법적 사고와 냉전적 틀을 완전히 깨버려야 한다. 국민의 당은 보수적인 새누리당과 진보적인 더불어민주당의 적대적 공존관계가 아니고, 중도를 아우르는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함께 손잡고 진정으로 국민과 민족을 위하여 담대한 헌신과 희생으로 삶에 힘들고 지친 국민들에게 감동과 희망, 평화와 행복을 주는 새로운 정치, 시원한 정치를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