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더 기대되는 선수다."

김연아(26)가 자신을 보고 꿈을 키워왔던 피겨스케이팅의 유영(12·문원초)에게 "지난해부터 계속 실력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앞으로 더 기대가 된다"며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김연아는 10일 서울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KB금융 코리아피겨스케이팅챔피언십 2016(제70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종합선수권대회) 시상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밝혔다.

그는 "(유영이) 내가 초등학생 때 이뤘던 것보다 더 잘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기대가 된다"며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앞으로 남은 시간이 더 많이 남았기 때문에 열심히, 그리고 조심히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따뜻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연아는 "영아가 2010년부터 짧은 시간 동안에 이만큼 올라왔기 때문에 기본기를 충실하게 생각해야 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이라며 "부상만 없으면 계속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건강만 조심한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 스포츠 사상 모든 종목을 통틀어 최연소 국가대표로 화제를 모았던 유영은 이날 피겨종합선수권대회 여자싱글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만 11세 8개월의 나이로 우승해 김연아가 2003년 이 대회에서 세운 역대 최연소 우승(만 12세 6개월)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유영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종합 6위를 기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61.09점으로 1위에 올랐던 유영은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도 기술점수(TES) 68.53점에 예술점수(PCS) 54.13점을 합쳐 122.66점(1위)을 얻었다.

결국 총점 183.75점으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 선수들을 제치며 여자싱글 시니어부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키 143㎝, 몸무게 31.5㎏의 어린 소녀 유영은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피겨 여자싱글 금메달을 딴 김연아를 보며 피겨를 시작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하는 아버지 유일진(48)씨와 어머니 이숙희(46) 씨의 2남1녀 중 막내인 유영은 1세 때부터 싱가포르에서 자랐다. 이후 2013년 어머니와 함께 한국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피겨 훈련에 돌입했다.

유영은 대회를 마친 뒤 "어릴 때 연아 언니의 동영상을 계속 돌려보면서 본받으려고 노력했다"며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하려고 2013년 한국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만족스러운 것도 있었고 뿌듯한 감정도 있었지만 힘들어서 (프로그램이 끝나고) 눈물이 났다"면서도 "링크장 안에 있으면 천국에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올림픽에 나가서 1등을 하고 싶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메달을 많이 따고 싶다"며 "앞으로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포스트 김연아'로 불리는 유영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는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반)이다. 여자 선수가 시도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트리플 악셀을 육체적으로 성숙치 못한 어린 나이에 구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유영은 이를 자신의 최우선 목표로 잡았다. 그는 "시즌 전에 트리플 악셀을 시도해봤는데 아직 어림도 없었다"며 "연습을 좀 하고 나서 늘었는데 선생님이 시즌을 마친 뒤에 한 번 더 해보겠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국제빙상연맹(ISU) 주니어선수권대회 출전자격은 만13세 이상, 올림픽은 만15세 이상이기 때문에 유영은 2년을 앞두고 있는 평창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하지만 2022베이징올림픽을 노릴 계획이다.

이번 대회 여자싱글에서 유영을 포함해 1∼5위에 초등학생이 무려 3명이나 들어가면서 박소연, 김해진(과천고)으로 대표되던 여자싱글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