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해의 시작이다. 발음하기 거북한 ‘병신년(丙申年)’의 원숭이 해다.

하지만 새해에는 덕담(德談)과 함께 밝은 희망과 기대를 나누고 복을 비는 게 우리네 미풍양속(美風良俗)이다. 서로의 덕담은 우리의 마음을 살찌게 하고도 남는다. 그렇다면 원숭이해에 대해 서로 편안하게 이야기 해 보자.

원숭이는 12간지 가운데 아홉 번째 동물로 잔나비라고도 한다. 날쌔다는 의미가 담긴 잔나비는 인간의 습성을 많이 닮았다. 힘센 수컷 우두머리는 다른 종족의 침입을 막고 집단 내에 일어나는 분쟁을 조정한다. 상명하복 질서는 인간의 수렵생활 때와 비슷하다고 한다. 모성애와 스킨십도 인간과 흡사하다.

또 역사상 원숭이해엔 격변과 혼란이 많았다. ‘3일천하’로 막을 내린 개혁파의 갑신정변(1984년)과 신군부가 등장한 해(1980년)도 원숭이 해였다.

전간(天干)의 병(丙)은 씨앗이 줄기를 뻗는 모습이고, 붉은색을 띤다. 지지(地支)의 신(申)은 원숭이다. 다시 말하면 병신년의 ‘붉은 원숭이가 뻗어나간다’는 좋은 뜻을 담고 있다. 예로부터 원숭이는 지혜와 사교성의 상징이 아니던가.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한 해(936년)도, 팔만대장경 제작이 시작된 해(1236년)도 병신년이다. 정치, 경제, 사회적 위기의 깊은 골을 원숭이가 나뭇가지를 잡고 넘어가듯 잽싸고 안전하게 넘기자는 소망이 담겼다. 하지만 위기가 기회라며 무모한 도전은 하지말자.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듯 실패할 확률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원숭이가 개인보다는 무리를 중요하게 여기듯, 나만 옳다고 주장하지 말고 남의 의견에도 귀를 열어야 한다. 배려와 화합으로 더불어 사는 한 해가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병신년 새해는 우리 사회가 극심했던 갈등을 넘어 좀 더 통합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동안에는 온통 갈라서고 등 돌리고 벽 쌓고 멱살 잡고 그러지 않았던가. 정치권의 여와 야만 그런 게 아니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그래왔다. 생각이 조금만 달라도 등 돌리고 갈라섰다. 이념 간, 노사 간, 세대 간, 지역 간, 온통 높은 장벽들뿐이었다. 이러다가 우리 사회가 공멸의 늪에 빠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다. 새해 덕담에는 “행복 하세요”라는 말을 많이 한다. ‘행복’ 그것은 인류가 이 세상에 존재한 이후로 모든 사람들이 추구해온 최고의 가치일 것이다.

행복은 흔히 말하듯 무지개나 파랑새처럼 보기 좋아 따라가 보지만 쉽게 잡히지 않는 게 또한 행복이다.

그래서 지금도 하버드 대학에서 진행되고 있는 행복한 강의가 최고 인기강의 중 하나인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다가온다.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고 불안하기만한 시절에 설을 맞아야 한다. 그러나 막상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 결코 녹록지만은 않다.

경제계는 궁지에 몰려 어찌할 바 모르는 형국이고 사회 전반에 갈등과 충돌이 넘쳐 나는데 이런 문제들을 풀어주어야 할 정치는 아예 암흑의 혼돈 그 자체다.

최빈국에서 출발하여 역사상 유례없는 고도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냄으로써 세계의 모범 사례로 꼽혔던 대한민국이 아니던가. 이제 내일의 역사는 내일의 영웅들이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의 젊은 세대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현명한 발전을 이루어서 활력 넘치는 사회, 매력 있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즐겁고 행복한 삶을 누리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동안 우리는 충분할 만큼 갈등과 혼돈을 치러왔다. 많은 국민이 극한 갈등으로 인한 극심한 피로감에 지쳐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가 국가 발전의 장애 요소가 되면서 경제의 발목까지 잡고 있다.

새롭게 시작하는 2016년, 정치부터 개혁하고 더 선진국을 향해 전진해야 한다.

이제라도 국민에게 감동 주는 청와대발 덕담이 온 나라에 가득 차는 그런 설날이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