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우리 모두가 한해의 끝머리에 와있다.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 술술 빠져 나가듯 365일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그렇게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이었다.

2016년 새해는 육십갑자 병신(丙申)년이다. 병(丙)이 상징하는 색상은 붉은색, 신(申)이 상징하는 동물은 원숭이 그래서 붉은 원숭이 해라고 한다. 그런데 ‘병신’이라는 어감 때문에 벌써 패러디가 난무한다. 심지어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박근혜 그년’ 사건이후 지난 22일 또 박 대통령을 비난하며 “국민이 병신이냐, 바보냐”고 막말했다.

그런데 이번 ‘국민 병신’ 발언은 단순한 막말 같지가 않아 보인다. 지금 SNS에선 박 대통령과 새해를 조합한 ‘박근혜 병신년 지지율’, ‘박근혜 병신년 연하장’ 따위의 악성 조어들이 돌고 있다.

‘병신(丙申)’은 ‘바보’라는 말과는 또 다르다. 장애인을 극도로 비하한 단어여서 정치인에게는 금기어나 마찬가지다. 또한 ‘병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정겨운 인사를 해도 앞 단어만 부각되면서 여성들에게는 욕으로 들린다는 얘기도 떠돈다. 주역으로 육십갑자를 해석하는 학자 중에는 병신년을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는 때라는 주장도 내놓는다. 병은 창조와 도전, 신은 질서와 법을 뜻한다는 것이다. 발음이 같다고 병신을 바보나 쑥맥으로 빗대지 말고 새로운 질서 구축을 향한 기회로 받아들여 보자. 개인이든 국가든 운세는 좋게 해석하고 그렇게 믿고 나가야 좋은 결과를 얻는 법이다.

천간(天干)의 병(丙)은 씨앗이 줄기를 뻗는 모습이고, 붉은색을 띤다. 지지(地支)의 신(申)은 원숭이다. 다시 말하면 병신년은 ‘붉은 원숭이가 뻗어나간다’는 좋은 뜻을 담고 있다. 예로부터 원숭이는 지혜와 사교성의 상징이 아니던가.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한 해(936년)도, 팔만대장경 제작이 시작된 해(1236년)도 병신년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추락이냐 비상(飛上)이냐의 갈림길에 서있다.

사상의학의 창시자 이제마 선생은 일찍이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악은 (능력 있는…….)사람을 미워하고 시기하는 것”이라고 갈파했다. 미움과 시기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명약은 칭찬과 덕담(德談)이 아닐까. 병신년 새해를 덕담으로 시작해 보자. 거창할 필요도 없다. 따뜻한 말 한마디, 칭찬 한마디면 충분할 것 아니던가. 우리나라 전래의 미풍양속에는 새해가 되면 서로 상대방이 잘되기를 비는 덕담을 주고받는다. 참으로 아름다운 미풍양속이다. 그리고 흐뭇한 풍속이 아닐 수 없다. 덕담은 상대방이 잘 되기를 바라는 소망의 표시다. 그것은 상대는 물론 자기 자신에게도 지(知)와 덕(德)을 쌓는 지름길이 될 것이며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될 가능성을 낳게 마련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이 그 덕담처럼 되도록 노력하고 돕는다면 얼마나 좋은 이웃이 되고 사회가 될 것인가.

우리는 새해가 되면 덕담을 주고받는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덕담의 자세로 새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그동안 우리는 새해 덕담을 하면서도 덕담보다는 험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게 아닌가 한번쯤 반성해 보아야 한다. 남을 칭찬하기 보다는 흉보기를 즐겨 했던 것은 아닌가. 장점을 찾기 보다는 단점을 찾아내기에 혈안이 되지는 않았는지. 수고는 ‘남’이하고 영광은 ‘자신’이 차지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우리는 충분할 만큼 갈등과 혼돈을 치러왔다. 많은 국민이 극한 갈등으로 인한 극심한 피로감에 지쳐있다. 우선 여야가 손을 맞잡아야만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다. 이제라도 국민에게 감동 주는 청와대발 덕담이 온 나라에 가득 차는 그런 새해가 되었으면 한다. 또 국운을 널리 뻗어도 시원치 않을 새해를 맞으면서 ‘병신년~’이나 읊조리며 지저분하게 보낼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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