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모습을 드러낼 한국 선수들은 연말 현재 모두 5명이다. 박찬호(42)로부터 시작된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 역사 중 가장 뜨거운 해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추신수(33·텍사스)와 류현진(28·LA다저스)이 전부였다. 올 시즌 강정호(28·피츠버그)가 성공적으로 포문을 열자 박병호(29·미네소타)에 이어 김현수(27·볼티모어)까지도 미국무대 진출에 성공했다. 예비 빅리거 최지만(24 LA에인절스)과 이대호(33), 오승환(33)까지 합류하면 더 늘어 날 수 있다.

5명의 상황도 각양각색이다. 올해 초반 부진을 털고 일어났던 추신수는 최고의 시즌을 노리고 있다. 불의의 부상을 당했던 강정호와 수술을 받은 류현진은 화려한 부활을 꿈꾼다. 박병호와 김현수의 방망이에는 한국인 야수를 바라보는 메이저리그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

마침 아메리칸리그 소속 3명, 내셔널리그 2명으로 골고루 나눠졌다. 한국의 야구팬들도 미국에서 건너오는 소식에 연일 즐거운 아침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강정호, 부상 딛고 날아오를까?



류현진의 2015시즌은 어두웠다. 선수생활 동안 안고 살았던 어깨 통증이 문제가 됐고 결국 5월 수술대에 올라 손상된 관절와순을 복구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는 팔꿈치인대접합수술이나 뼛조각 제거수술과는 달라 재기 가능성이 어려운 수술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술이 발전해 재기 성공 사례 또한 늘고 있다.

건강하게 돌아오기만 한다면 부활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데뷔 후 2시즌 동안 28승15패 평균자책점 3.17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최근 캐치볼을 시작한 그는 스프링캠프에 정상적으로 합류하기 위해 구슬땀을 쏟고 있다. 동료였던 잭 그레인키가 떠나 2선발 요원으로 '신분상승'을 노릴 수 있는 기회다.

강정호는 모두를 놀라게 한 데뷔 시즌을 보냈다. 그는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첫 야수라는 직함과 미국야구계의 '물음표'를 함께 달고 빅리그에 입성했다.

시즌 초반 빅리그 투수들의 강속구에 고전했고 백업요원에 머물렀지만 주전 내야수들의 부상 공백을 채우면서 완벽한 주축 선수로 거듭났다.

그러나 9월 수비 도중 무릎 부상을 당해 수술을 받으며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성적은 125경기 타율 0.288(421타수 121안타) 15홈런 58타점 60득점이었다. 완주에 실패하고도 신인왕 투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당초 내년 5월께 복귀할 것으로 보였던 그는 순조롭게 재활 코스를 밟고 있다. 피츠버그 구단은 강정호의 복귀를 4월로 앞당길 수도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한국야구 자존심 세울 박병호·김현수



나란히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박병호와 김현수의 방망이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은 올해 초부터 메이저리그를 염두에 두고 시즌을 보냈다. 진출 공언을 했던 박병호는 넥센 히어로즈에 포스팅 금액 1285만 달러를 안겼다. 자유계약선수(FA) 김현수는 조용히 준비를 하며 2년 총액 700만 달러라는 알토란 같은 계약을 맺었다.

박병호는 KBO리그에서 장타력으로, 김현수는 타격능력으로 1인자의 경지에 오른 선수들이다. 소속팀에서 이들에게 거는 기대 또한 남다르다.

우선 출전 기회는 충분히 보장받을 전망이다. 미네소타 트윈스는 적지 않은 포스팅 금액까지 지출하며 박병호를 영입했다. 지명타자로 그를 쓰기 위해 유망주 거포 미겔 사노에게 외야수 수업까지 시키고 있다.

김현수 또한 사정이 좋다. 볼티모어에는 현재 주전 중견수 아담 존스와 트레이드로 영입한 마크 트럼보를 제외하면 적당한 외야 자원이 없다. 익숙한 자리인 좌익수는 김현수가 붙박이로 지킬 확률이 높다.

이들이 일사천리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데에는 1년 먼저 길을 닦은 강정호의 몫이 크다. 그러나 아직 미국 야구계가 한국인 야수들에게 완전한 신뢰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한국산 거포'와 '한국산 타격기계'의 손에 많은 후배 타자들의 진출 기회가 달려있는 셈이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얼마나 메이저리그에 대한 적응력을 끌어올릴지가 한 시즌 성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박병호와 김현수는 정규리그 개막전부터 타격 대결을 펼친다.



◇최고의 시즌을 노리는 추신수



올 시즌 추신수는 우여곡절이 많은 한 해를 보냈다.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에 빠졌다. 4월에는 타율이 1할 밑으로 떨어져 규정타석을 채운 전체 타자들 중 최저 타율을 기록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7월을 넘기고 원래의 '추추트레인'으로 돌아왔다. 9월에는 특히 타율 0.404 출루율 0.515를 기록하며 개인 두번째로 '이달의 선수'로 뽑혔다.

대반전을 이루며 곤두박질쳤던 성적도 복구했다. 타율 0.276에 22홈런 82타점 94득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무엇보다 팀을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로 이끄는데에 큰 공을 세웠다.

이제 추신수는 더 큰 목표를 바라본다. 올 시즌을 무사히 마무리하기도 했지만 아직 7년 총액 1억3000만 달러(약 1515억원)라는 몸값을 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추신수의 최고 시즌은 2013년 신시내티 레즈 유니폼을 입었을 때였다. 출루율 0.423에 107득점을 기록하며 '출루머신'으로 거듭났다. 추신수가 2016년 시즌을 자신의 최고 시즌으로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