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연말이다. 세상사가 모두 사람마다 자기가 처한 처지와 환경에 따라서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게 마련이다. 특히 시간, 세월에 대한 생각과 감회는 사람마다 개인차가 크다. 해마다 365일이 지나가는 연말이 오면 친목회, 동창회, 향우회, 산악회 등 각종 단체마다 한 해를 보내는 송년회나 한 해를 잊고 새해를 맞이하자는 망년회(忘年會)를 갖는다. 한 해의 마지막 해를 보러가는 해넘이와 새해 새 아침의 첫 해를 보기 위하여 해돋이 장소를 찾아서 바닷가로, 산으로 가족과 함께 떠나는 시간이다.

순결하고 평화로운 양(羊)의 해 을미년(乙未年)도 영처럼 순결하고 평화롭지만은 안했다. 낙타도 없는 우리나라가 중동의 낙타가 병원체라는 메르스라는 호흡기 질환의 전염병 메르스가 창궐하여 학교가 휴업하고 전 국민이 두 달 동안 공포에 떨고 다섯 달 동안 불안에 휩싸였다. 메르스는 지난 5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총 확진자 수 186명, 사망자 38명으로 치명률 20%를 기록했다. 국가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갑작스럽게 대통령과 교육부가 중?고등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현재의 역사 교과서들이 좌편향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하여 온 나라가 이념 논쟁으로 들끓었다. 그런데 좌편향 되었다는 그 교과서들을 검정에서 합격시킨 주체가 교육부라는 점에서 이중적 행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는 2014년 1월 내놓은 보도 자료에서 한국사 교과서 8종의 오류와 서술 내용 2,250건을 수정해 승인했다고 밝히면서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 인식 형성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으나 1년 9개월이 지나 같은 교과서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교육부는 한 술 더 떠서 교육부는 국정화 반대선언에 참여한 전교조 교사 등에 대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집단행위 금지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징계 방침을 밝히고, 국정화 지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집회를 연 교사들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10년 전 야당 대표시절과 현재 대통령으로서의 발언과 태도는 정반대가 되어 이율배반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어떤 경우든지 역사에 관해서 정권이 재단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2005년 1월,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대표시절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당시 정부가 한·일 협정 관련 문서를 일부 공개하면서 박정희 정부의 굴욕적인 대일협상으로 일제하 징용자 등 피해 당사자들의 청구권이 박탈당했다는 비판이 확산되자 정부의 문서 공개를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한·일 협정 관련 문서 공개 다음날인 1월 18일 한나라당 운영위원회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역사를 정치적으로 다루려고 하면 자신의 잣대로 편리하게 평가하려는 유혹들이 많지 않겠냐"며 "그렇게 되면 국민들도 의혹의 시선을 가질 수 있으므로 역사는 역사가가 평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날에는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여당에서 하는 일이 언론이나 국민에게 의혹을 사게 된다면 정부로서는 손해나는 일"이라며 "역사에 관한 일은 국민과 역사학자의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어떤 경우든지 역사에 관해서 정권이 재단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역사를 다루겠다는 것은 정부가 정권의 입맛에 맞게 하겠다는 의심을 받게 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를 새로 써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 문제는 전문가 역사학자들에게 맡겨서 평가하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연말에 전 국민을 충격에 몰아넣고 눈물까지 흘리게 만든 사건은 11세 딸을 학대한 아버지였다. 11세 친딸을 동거녀와 함께 2년 넘게 때리고 감금하고 굶겨서 몸무게가 16kg 되도록 학대한 행동은 ‘짐승만도 못한 놈이다’. ‘가장 악마적인 행위다‘고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소녀는 죽기 살기로 목숨 걸고 필사적인 탈출을 했으나 지나가는 행인에 의해서 발견되어 집으로 돌려보내졌다. 이번에는 갈비뼈도 부러지고 한겨울에 맨발로 배관공을 타고 탈출해서 수퍼마켓 여주인이 물으니 지옥 같은 집으로 다시 보내질 것이 두려워서 ’보육원에서 왔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32세 아버지는 상습폭행, 중상해, 교육방임, 아동학대 등으로 최고 18년 징역형이 가능하다. 검찰은 굶기면 죽을 수도 있다는 미필적(未必的) 고의(故意)에 의한 살인미수까지도 법리적 검토를 하고 있다. 그런데 학대당하는 아동의 74%가 다시 ’공포의 집‘으로 보내져서 가정 복귀 후 더 가혹한 폭행을 당한다고 한다. 피해 아동 5%만 가해 부모와 격리된다고 한다. 검찰이 공포의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기 위해서 가해 아버지의 친권 박탈을 신청하고 법원이 허락했다.

세월호 침몰이나 다른 사건을 보면서 느끼는 공통된 생각은 우리 모두는 자기 앞가림도 바쁘고 자기 살길도 힘들기 때문에 남이야 죽든 살든 별 관심도 없고, 알아도 적극 개입하려고 하지 않는 ‘이기적이고 비정한 사람들’이 되어 버렸다. 이웃이나 학교, 복지기관 등 많은 관련부서들의 안일하고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사고와 행태를 고치지 않으면 제2의 아동 학대 사건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황금만능주의, 출세(결과)지상주의, 합리주의, 신자유주의 등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우리들의 비정한 이기심’을 성찰하고 고쳐서 이웃을 생각하는 좀 더 너그럽고 따뜻한 마음과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야 힘 있는 이기적이고 비정한 갑(甲)질로부터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과 눈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