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어려움 속에서도 가계 빚 규모가 꾸준히 늘면서 가계 빚이 심각한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 빚 증가속도는 가히 미쳤다고 표현해도 맞을 것 같다. 가계 빚 규모가 1000조원을 돌파했다는 뉴스를 본 게 엊그제 같은데 공식통계로 2015년 2분기 총 가계부채 규모는 1,130.5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불러온 가장 밑바닥의 근본이…

가계들이 빚을 상환하지 못하면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는 우리 경제에도 충분히 위험요인이며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다. 다만 정부의 최근 가계 빚 저감 대책들이 약발이 그렇게 먹히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움은 더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신용 자료를 인용해 보면 현재 통계가 집계된 2/4분기 가계신용(가계 빚) 총 규모는 1.130.5조원이다. 이게 얼마나 큰 금액이냐면… 인구 1인당 약 2,3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급기야 가계 빚 1200조원 시대라고 한다. 금융기관 대출과 카드빚을 합한 가계신용은 1200조원을 육박한다는 말이 맞다. 그러나 여기에는 민간인들 간의 거태인 ‘전세보증금’이 빠져있다. 어쨌든 전세보증금은 임대인에겐 실질적으로 가계부채에 해당하며 은행대출 보증금을 뺀 개인 간 빚만도 200조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가계부채 가운데 은행에서 빌린 금액을 뺀 150조~250조 가량, 다시 말해 200조원 안팎의 돈이 정부의 공식 통계에서 잡히지 않는 개인들 간의 빚 ‘+α’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를 포함하면 어림잡아도 가계 빚은 사실상 기존의 1200조원을 훌쩍 넘어 1400조원에 달하게 된다. 한국은행에서도 엊그제 국제통화기금(IMF)에 이어 빚 관리의 시급성을 알리는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금융안정보고서’에 의하면 “부실화가 우려되는 기업부채의 비중(21.2%)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 (16.9%)을 훨씬 넘어섰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높다는 얘기다.

6월 말 같은 보고서에서 “부채 증가를 통해 생존을 이어나가는 기업이 늘고 있는 상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데 비해 경고 강도가 한층 엄중해진 것이다. 가계 빚 역시 가구당 평균 빛이 2012년 5291만원에서 올해 6181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한은은 “빚에 쪼들린 베이비붐 세대가 빚을 갚기 위해 집을 팔겠다고 나서면서 5년 내 주택시장이 큰 충격에 빠질 수 있다”고까지 지적했다. 그런데다 연이은 불경기는 급기야 어린이집, 학원 같은 교육기관마저 속속 경매시장에 등장한다. 아무리 높은 교육열이라지만 경기침체에 ‘허리띠’를 졸라맨 학부모들이 교육비를 줄인데 따른 것이다. 또 최근 전세 값이 크게 오른 만큼 전세대출을 받은 세입자라면 대출이자를 감당하는 동시에 집값 하락의 부담까지 집주인과 나눠져야 하기 때문에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렇듯 주택시장이 변화무쌍한데도 정부는 전세보증금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도 정확하게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이자 뉴욕타임스의 칼럼리스트인 폴 크로그먼은 1990년대 미국 경제를 두고 ‘기대체감의 시대’라고 했다.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는데다 장래마저 암울했던 당시 미국 경제를 빗댄 말이다. 2015년 12월 한국 경제가 딱 그 모양새다. 아니 경제만이 아니라 한국사회가 온통 기대 체감의 시대에 들어선 느낌이다. 물가는 천정부지 오르기만 한다. 그래서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은 한숨부터 나온다. 서민은 허탈할 뿐이다. 날로 피폐해지는 살림살이를 어디에 하소연할 데조차 없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고통을 당하는 게 서민층이다. 하다못해 서민의 고통에 공감하려는 시늉조차 보이질 않는다. 자칫 경제 전체가 곤두박질 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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