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인구에 회자되는 담론 중 하나가 인권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역으로 말하면 당연히 지켜져야 할 인권이 타인에 의해 짓밟혀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권의 개념정의는 쉽지 않다. 국어사전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라고 되어 있다. 인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실정법의 한계도 뛰어넘는다. 국가가 보호해야 할 의무도 있다. 자신을 위해 타인의 인권을 희생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인권의 기본적인 가치는 생명, 자유, 평등, 정의, 평화이다. 거기에다 사회적 책임이 있어야 하고 자연과의 조화도 이뤄야 한다. 지금까지 이런 것들이 잘 지켜져 왔을까. 그렇지 않다. 강자들이 약자들을 짓밟는 역사였기 때문이다. 고려시대에는 귀족계급이, 조선시대에서는 양반계급이 그랬다. 일제시대에는 일제와 그 앞잡이들이 그랬고 해방이후에는 기존의 지주계급과 잔존 친일파들이 그랬다. 그 이후에도 기득권층들이 줄곧 피지배계급의 인권을 침해했다. 오늘날에도 유?무형의 인권침해는 수없이 많다. 장애인들의 경우에는 더욱 심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 공통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스파르타는 사회의 가치기준을 미와 건강으로 봤다. 때문에 장애인은 추한 인간의 표본이고 신의 저주를 받은 자라 했다. 로마시대에는 언어?청각장애인들을 네로황제의 활쏘기 표적으로 사용하기까지 했다. 철학자 플라톤은 장애인들을 부양할 만큼 국가가 사치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우수한 시민들의 자손만 부양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후에도 수많은 인권 말살 또는 침해가 있었다. 하지만 기독교가 발달하면서, 루소나 베이컨의 영향을 받으면서부터 장애인에 대한 인권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우리의 역사는 어땠을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깊었다. 그 근원은 바로 ‘신언서판’ 사상 때문이었다. 이 제도는 당나라 관리등용 기준이었다. 관리가 되기 위해서는 신체가 건강해야 하고, 말에 논리가 있어야 하고, 학문이 높아야 하고,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해야 했다. 이 중에서도 으뜸이 ‘신’이었다. 이를 받아들였기에 장애인 인권이 제대로 존재할 리 만무했다. 산모가 장애아를 낳던지 중도에 장애인이 되면 거의 모두가 모친 탓이었다. 참으로 희한한 세상이었다. 현대에 와서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과거에 사법고시합격 후 사법연수원을 무난히 수료한 지체장애인 3명을 판사임용에서 탈락시킨 적이 있다. 그 당시는 합격자 수가 불과 몇 십 명에 불과할 때였다. 때문에 누구나 수료하면 판?검사에 임용됐다. 그럼에도 장애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탈락시켰던 것이다. 그 당시 장애인관련단체 등 시민단체에서 강력한 항의를 받은 후 결국 임용했다. 이게 바로 우리의 현실이었다. 이른바 장애인 엘리트라는 사람들도 이랬으니 일반장애인들의 삶은 오죽했겠는가. 하지만 수많은 진화를 거쳐 오늘날의 장애인 인권은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도처에 인권침해가 도사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주지할 부분들이다. 그런데 상황에 따라서는 역인권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인권침해를 하지 않았음에도 침해자로 몰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많아진다면 장애인 돌보는 데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과하면 넘친다고 하듯이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인권 담당자이든 간에 각자의 위치에서 스스로를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좋은 제도가 산으로 가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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