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국회 정론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대표가 탈당을 선언하여 새정치민주연합을 포함한 야권은 물론이고 정치 지형(地形)이 바뀔 변수가 될지도 모른다. 민주주의는 대표자를 통하여 통치하는 대의(代議)정치이고, 대의정치는 국민의 의사를 집약하고 논의하여 입법을 통하여 행정부와 사법부 등 국가권력을 규율하고 견제?감시하는 의회정치가 본질이다.

또한 의회정치 또는 의회주의는 대화와 토론, 타협을 통하여 이익과 의견이 다른 계층과 지역, 집단의 갈등과 대립을 조절하고 통합하여 최대 공약의 공공복리와 국가 정책 목표를 추진해가는 최선의 정치제도이다. 국민의 위임을 받아서 권한을 행사하는 의회정치는 권한 행사의 결과에 대하여 주권자인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하는 책임정치이다. 그래서 민주주의 한다고 하면서 의회주의에 반하거나 책임정치에 반한다면, 아무리 듣기 좋은 말로 변명하고 합리화 하더라도 그것은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다.

의회정치는 책임정치이면서 정당정치이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과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에 여러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법적인 단체, 즉 법인격(法人格)을 갖춘 영리법인(주식회사), 사단법인, 재단법인을 만들어서 큰 활동을 하게 된다. 주권자인 국민들이 직접 선거로 뽑아준 국회의원들이 모여서 결성한 정당은 국민에의 의견과 이익에 예민할 수밖에 없고, 국민에 대하여 직접적이고 명백한 정치적?법률적?윤리적인 엄중한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민주 60년’의 전통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나라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하여 분투 노력해온 제1야당이다. 제1야당은 정강정책을 실현하기 위하여 정권 교체를 목표로 존재하는 여당과 함께 국정의 두 축이다. 정당과 양당제도는 민주주의의 필수 불가결의 제도로서 헌법의 규정으로 보호하고 있는 헌법기관이다. 우리 헌법상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은 집권자의 마음대로 함부로 체포하거나 구속할 수 없도록 특권도 부여하고 있다. 국민을 위하여 권력이나 같은 정당 내의 지도부의 눈치를 보지 말고 활동하라는 취지에서 많은 특권을 주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재와 같은 모양과 활동으로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과 2017년 대통령 선거는 해볼 것도 없이 참패라는 위기의식이 번지고 증폭되고 확대 재생산되면서 문재인 당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를 정점으로 하는 친노 주류와 비노 비주류는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루비콘강을 건너고 말았다.

‘국민의 뜻’을 놓고도 주류 측은 문재인 대표의 사퇴가 능사가 아니고 ‘통합이 최고의 혁신이다’고 현상 유지를 말하고, 비주류측은 ‘절망하고 분노하는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야 한다’며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강력하게 주장해 왔다. 어떤 때는 핑퐁게임처럼, 어떤 때는 치킨게임처럼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가슴 속 깊은 곳에서는 분노와 불신, 모멸감과 앙금이 쌓여 결국 오늘의 탈당사태를 맞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자기가 창업하고 애플에서 쫓겨난 스티브 잡스 같은 신세가 되었다’고 서울 노원구 상계동 노인정을 방문하고 소회를 밝혔다. ‘그 후의 결과는 스티브 잡스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덧붙혔다.

죽기로 하는 자는 살고, 살려고 발버둥치는 자는 죽는다는 사즉생(死卽生) 생즉사(生卽死)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개인이나 조직이나 국가나 민족이나 내부와 외부로부터의 끝없는 자극과 충격, 도전과 긴장이 없으면 늘어지고 만고강산이 되고 기득권에 안주하고 자기와 자기 집단의 이익과 권익만을 지키고 배타적으로 되어가는 보수적인 성향으로 변한다. 그래서 진보가 보수가 되고, 보수 속에서 진보의 혁명이 나오게 되어 있다. 나는 털어 놓으면, 문 대표가 진즉 당 대표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직까지 미련 없이 던져 버렸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다. 그렇게 버리고 비우면(死) 문 대표도 살고(死) 당도 살 수 있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놓아버리면 천길 절벽으로 떨어져서 다시는 영영 살아날 수 없다고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다.

헤어졌다가 다시 모이고, 모였다가 다시 헤어지는 것이 인간사(人間事)의 법칙이다. 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은 철저하게 깨어져야 한다. 처절하게 깨어져야 한다. 기득권에 취해서 야당 흉내만 내고 다녀서는 국민들이 이제는 좀처럼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국회의원 300명 정원에 130명의 거대 제1 야당이다. 몸집이 공룡처럼 너무 커서 민첩하게 움직일 수가 없고 모두가 서로 상대방만 쳐다보며 복지부동(伏地不動)이다. 그래서 여당인 새누리당은 신이 나 있고, 여러 가지로 정치적?인간적인 약점이 많은 박근혜 대통령은 걸핏하면 국회와 야당을 선생님이 학생 꾸지람하듯 마음 놓고 야단치고 있다. 야당이 지리멸렬해서 무시와 천대를 받는 것은 자업자득이다.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서로 ‘이 지긋지긋한 상황을 끝내자’고 최고의 분노를 폭발하였으니, 이제는 험난한 광야에서 자기 살 길, 자기 갈 길을 자기 책임 아래 걸어가야 한다. 우리 인생은 잘 나나 못 나나 누구나 자존심도 있고, 남에게 잘 보이려고 허세 부리는 일도 있다. 정치는 명예와 대의명분이 중요하지만, 부디 말로만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 말고. 진정성 있고 헌신적인 모습으로 국민에게 감동과 힐링을 주는 정치를 해 주기를 바란다. 국회의원 수가 중요하지 않고, 힘없고 살기 팍팍한 많은 서민들과 일자리가 없어서 실업자, 백수가 되어버린 청년들을 위하는 새정치를 하면, 오래지 않아 국민들은 진정으로 믿고 지지하고 힘을 모아서 앞길을 환하게 열어줄 것이다.

김윤호 주필 / ihonam@naver.com